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은 우리의 삶에 있어 중대한 일(인륜지대사)에 속하며,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만큼 결혼에 대해서는 누구든 하고픈 말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결혼에 대한 책들도 많이 있는데 그것들은 대강 다음의 세 가지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1. 결혼을 전투로 바라보는 책(결혼은 현실이다),

2. 결혼을 달콤한 환상으로 생각하게 하는  책(결혼은 둘이 하나되는 것이다),

3. 결혼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책(결혼은 해도, 안해도 후회다).

이런 책들을 읽고 나면 결혼한 내 입장에서는 혼자서 잠자는게 두려워진 내가 너무 의존적인건 아닌가 반성하거나 늘 티격태격하는 내 결혼생활은 뭔가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의심하거나 아직 결혼하지 않고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역시 대강 세 가지 반응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나면 결혼생활이란게 말처럼 간단하게 독립적이고 동등한 두 사람의 관계라거나 하나보다는 행복한 생활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성인이 만나 같은 공간, 경험을 공유하며 생활해나가는 것이니 만큼 꽤 복잡한 감정의 교류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결혼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단정짓기 보다는 그저 나와 다른 한 인간의 존재를 인정하며 그와의 관계에서 현재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리는 편안하고 따뜻한 인간관계로 그려내고 있다. 예를 들어,  작가이기 때문에 따로없던 주말이란 개념을 회사원인 남편을 통해 갖게 되고, 주말이란 시간을 즐기게 되며, 여행을 가겠다는 말에 어디로 가냐든지 언제 가냐와 같은 질문대신 대뜸 밥은? 이라는 말을 하는 남편을 미워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포도의 씨까지 빼줘야 포도를 먹는 남편에게 그럼 먹지마 라고 말하는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해주고 함께 기쁨을 나눈다. 다른 배경의 두 사람이 만난 이상 그 사람도 나도 잘못하는 부분이 있고 원망스러운 부분이 있는건 당연하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상대의 잘못에 화내고 내가 손해본다는 생각보다는 상대방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여유있는 결혼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결혼에 대해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시선이 신선했다. 결혼이란게 어려운 이유가 한 번 하면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의 탓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녀는 미래를 바라보기 보다는 현재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가질 수 있는 행복에만 집중함으로서 서로를 얽매지 않는 편안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혼생활에서 이래야 한다는 룰 같은건 없는 거 같다. 그저 함께 있어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누리고, 서로를 편안하게 해주면 그걸로 최선이 아닌가 싶다.  물론 결혼 생활의 최대 난점인 아이 문제가 이 책에는 등장하지 않아 아이를 가진 부부는 너무 안이한 글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꼭 아이문제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결혼을 두 사람의 인간관계로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 인거 같다. 더불어 남편에 대해 쓴 글들이 참 재미있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 결혼에 관심없는 사람, 결혼한 사람 모두 재미있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읽으면서 일본의 3대 여작가에 속하는 사람의 결혼생활도 별 수 없군, 피식 웃게 되면 더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