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새
김수현 지음 / 열매출판사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은지 한달 반은 족히 넘었을 것 같은데, 이제야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뭐람. 드라마를 즐겨봤다. 아니 대조영이 끝나면 20분 정도 볼 수 있었다. 가족들이 워낙에 대조영 팬이라 그동안 난 딴짓을 하고 있다가..

드라마의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책을 사본 게다. 책이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지인을 통해 알게되었다. 지인의 책은 쌍팔년도에 구입한 거라 벌써 속지는 변색된지 오래되어 보였는데, 신기했다.

어쩐지 오늘날의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내용이라 기분이 썩 좋진 않았지만, 결말에 대한 궁금증은 해갈되어 더이상 드라마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원작은 그러하지만 드라마는 다른 결말로 설정해보는 게 어떨까.

사랑을 이루지 못하지만,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은은 행복하다. 드라마가 더 재미있으려면 영은의 대반격이 있어야 할텐데 독자의 욕심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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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 고급 양장케이스 초회한정판 (2disc)
이창동 감독, 전도연.송강호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2시간이 넘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몰아치듯 깊은 감정의 굴곡으로 밀어 넣는다. 울다가 웃다가 주연 배우의 연기는 흠 잡을 데 없었고, 극단으로 치닫는 이야기는 영화 속 공간에 와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사실적이었다.

적당히 너스레를 떨 줄 아는 카센타 김사장 송강호가 구사하는 경남 사투리는 현지인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더 현지인 같았고, 아이를 잃은 엄마의 슬픔을 아이 엄마가 되어 보지 않고도 실감나게 연기할 수 있는 전도연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였다.

고향에 가 살고 싶다던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남편 고향에 살러 온 신애. 주위 사람들에게 불쌍한 여자 혹은 박복한 여자로 인식되기 싫어 돈깨나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다 결국 돈을 노린 유괴범에 의해 아들을 잃는 슬픔을 겪는다.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한 인간이 어떤 슬픔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이 영화 탄생의 목적이 아닌가 싶다. 자식을 잃는 슬픔과 견줄 만큼 아픈 상처는 이 세상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어머니가 된 신애. 아무도 그를 구원해 줄 수 없다.

카센타 김사장은 그녀 곁을 맴돌면서 한 번도 돌아오지 않는 사랑에 대해 원망하거나 질책하지 않는다. 세상의 고난 따위는 애초에 자신과는 무관한 것인양 그저 인생을 흘러가는 대로 고민 없이 맡겨두고 살아가는 그는, 신애와 같은 밀양 땅에 살지만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신애는 슬픔을 잊기 위해 교회에 나간다. 하느님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살 수가 없다. 수시로 아들 준이 생각이 몰려오는 탓에 헤어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교회를 택했다. 속좋은 카센타 김사장은 교회에도 열심히 따라간다. 열심히 기도하는 신도들을 바라보는 김사장의 생경한 눈빛은 얼마나 그 풍경과 유리된 모습인지.

열심히 교회에 나가 신에게 의지하여 가까스로 안정을 찾은 신애는 어느 날 아들을 죽인 유괴범에게 면회 가서 그를 용서해주고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리라 마음먹는다. 그래야만 아들을 잃었다는 슬픔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들꽃을 꺾어 면회 간 날, 신애는 뜻밖의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유괴범은 이미 하느님에게 용서를 받고 더없이 마음 편하게 지낸다는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애는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이 용서하기도 전에 벌써 누군가에게 용서를 받아 자신이 고통 받고 있을 동안 마음 편하게 지낸 유괴범을 어떻게 해야 하나.

표면적으로는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결과로 비쳐졌지만 신애 마음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반대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을 뿐이었다. 차라리 면회를 가지 않는 편이 나았을 법했다. 유괴범을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신애 뿐이다. 마치 자신의 권리를 누군가에게 박탈당한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더군다나 그것은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아들에 관한 이야기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신애는 또 다른 종류의 아픔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신애의 상처는 치유되지 못한다. 자살을 시도했고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퇴원하는 날, 카센타 김사장은 신애에게 맛있는 걸 대접하고 싶었는데 신애는 제일 먼저 머리를 손질하고 싶어 한다.

미용실에 들어서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머리를 손질해주는 이의 얼굴을 보자 신애는 아연실색한다. 바로 유괴범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를 죽인 자의 아이가 지금 머리를 매만지고 있다. 그리고 알은 체를 한다. 소년원에서 나와 학교도 그만두고 미용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 눈물의 의미는 뭔가. 아비의 범죄에 대한 사죄의 뜻인가. 짧지만 불행한 제 삶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는 과정에서 솟구치는 눈물인가. 신애는 머리를 자르다 말고 뛰쳐나온다. 치료를 끝내 이제 좀 안정을 되찾나 싶었는데, 왜 하필이면 오늘 유괴범의 딸과 만나게 된 건지 신애는 신이 원망스럽다. 그렇게 영화는 막을 내린다.

누가 누구를 용서한다는 것.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신의 힘을 빌어 용서해보려 했건만, 이미 신에게 용서를 받아 더 이상 자신의 죄에 대해 괴로워하지 않는 그를 보면서 용서는커녕 더 큰 분노가 쌓이는 아이러니를 어쩌면 좋은가. 신애는 과연 그를 용서했을까.

좋은 영화를 볼 때마다 나는 영화가 얼마나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지, 놀라게 된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역시 관객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당신이라면 그를 용서할 수 있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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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이도 더 메이크업 스무딩 베일 - 30ml
시세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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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이니스프리 메베를 계속 써오다 이젠 더이상 출시 되지 않아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이 제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호평과 혹평이 난무하는 가운데 약간의 모험을 한 셈이다. 결과는 50% 만족이다.

우선 크림타입이라 상당히 뻑뻑하게 발리는 느낌이다. 산뜻한 발림성을 원한다면 별로일듯. 유분감이 좀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크림타입이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실제로 다른 제품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많은 유분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모공커버가 관건인데, 대체로 모공은 잘 가려지는 것 같다. 불만은 크림타입이라는 거다. 자외선 차단도 되어서 야외활동이 많은 날에는 더 유용하다. 중건성피부에는 이상적인 베이스이며 지복합이라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는 메베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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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니 핑크 - 할인행사
도리스 되리 감독, 마리아 슈라더 외 출연 / AltoDVD (알토미디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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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컸던 탓일까. 영화를 보고 나서 허무가 밀려온다. 모두들 칭찬일색인 영화에 왠 딴지? 그런데 이 영화가 만들어진지 10년도 지나서 그런건가. 내겐 왜이리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 걸까.

김용규의 책 <영화관 옆 철학카페>에서도 이 영화에 대한 찬사를 볼 수 있는데, 영화보다 영화평이 더 좋은 것 같았다. 설득력이 부족해 보이는 영화라고 해야하나. 내 보기에는 어딘가 빠질 것 없는 아름다운 여성이 '왜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건가' 하는 의구심에서부터 출발했다.

영화를 볼 때 어떤 장소에서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영화는 한참 달리 보여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너무나 큰 기대를 갖고 영화를 본 게 가장 큰 이유다. 적당히 기대했더라면 좋았을 걸..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던 영화여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한번 더 영화를 볼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어떤 기분이 들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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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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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면 겨울인데 날씨는 아직 가을이다. 한낮에는 봄이 오는게 아닌가 싶은 착각이 일 정도로 따뜻했다. 추운 겨울이 싫은 나는 따뜻한 날들이 좋지만, 지구 온난화다 뭐다 해서 꽃들이 피어날 시기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마구 피어난다는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은지는 꽤 되었는데 리뷰를 쓰지 못한 것은 분주한 마음 때문이었다. 복잡다단한 마음들이 이제 좀 정리가 되어서 리뷰도 쓸 수 있게 된건가. 저자는 80년생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소설가를 꿈꾸는 후배 하나가 80년생이다. 그래서 김애란을 떠올리면 그 후배가 먼저 떠오른다. 언젠가 대박을 터뜨릴 날을 나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니..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그 가운데 <네모난 자리들>과 <침이 고인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침이 고인다>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알고 보니, 2007년 이상 문학상 수상집에서 먼저 읽었던 것이었다. 다시 읽어도 좋은 소설이긴 했다.

이번 가을에는 소설을 그닥 많이 읽지 못했다. 김애란의 소설집과 더불어 천명관의 소설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와 김연수의 장편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함께 구입했는데 다들 고만고만한 여운을 안겨주었다. 11월에는 또 어떤 책들과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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