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들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5년 5월
품절


간혹 나는 하루 종일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눈을 감거나 뜨고 벽이나 천장을 바라보면서 언어를 통해서 내 존재와 시간을 마음껏 늘이거나 과감하게 삭제하는 놀이를 했다. 나는 추상 속에서 다시 태어나거나 수만 번씩 죽어 버리곤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내 언어가 극단적으로 자유로워지는 상상 속에서 헤엄쳤다. 그때 나는 시계를 볼 필요도 없으며 달력은 더욱 그렇다. 나는 창문을 내다볼 이유가 없으며 거울은 더욱 그렇다.-17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각주와 이크의 책 읽기
이권우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3년 2월
품절


나는 타고난 게으름뱅이이다. 얼마나 게으르던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지각 횟수 때문에 번번이 월차 낼 기회를 박탈당했을 정도다. 물론, 나도 한때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월차만큼은 타먹겠다고 굳게 결심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일찍 잤다. 하지만 나는 곧 밤1시 넘어서까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책을 읽느라고 그랬다. 바쁜 일상가운데 나를 위해 투자할 시간은 오직 밤 시간의 독서밖에 없었다.-2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앙테크리스타
아멜리 노통브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11월
구판절판


불행이 가져다준 좋은 점도 있었다. 나의 방과 책 읽을 권리를 되찾은 것이다. 이 시기만큼 책을 열심히 읽은 적이 없었다. 과거의 결핍을 보충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앞으로 다가올 위기 상황에 맞서기 위해서도 나는 탐욕스레 책을 읽었다. 책읽기를 도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진리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다.

책읽기란 가장 정신집중이 된 상태에서 현실과 대면하는 것이다. 묘하게도 그것이 언제나 흐리멍텅한 상태로 현실에 뒤섞여 있는 것보다 덜 두렵다.-16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격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구판절판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모자란 것을 꿈꾼다. 내 흉한 몰골을 견뎌 내기 위해서 나는 철근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이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섹스에 엄청난 환상을 불어넣었고 그 결과 섹스는 내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성배처럼. 내 생각이 옳다. 몇몇 선택받은 사람들에게는 사랑을 나누는 일이 절대적이고도 숭고한 행위이자 최고의 행복일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우스꽝스런 몸뚱이를 가진 사람이 섹스를 한다면 그건 구더기들의 교미 혹은 물컹거리는 살들의 마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나 같은 존재가 여자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순수하고도 단순한 금욕이리라.-8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은 사방에 있다 - 시와 일상의 풍경
김정란 지음 / 한얼미디어 / 2005년 9월
절판


나이가 먹는 것은 그런 점에서 썩 괜찮은 일이다. 젊음의 조바심과 떠들썩함이 사라진다는 것. 무엇보다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용서할 줄 알게된다는 것. 기다릴 줄 알게 된다는 것, 나와 세계와 사물의 부실함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생이 이울어갈 때, 나는 생의 모습을 조금 더 뚜렷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5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