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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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이기에 호기심에 읽게 되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을 먼저 보고 싶었다고 할까.

너무나도 유명한 소설이지만, 이제야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건 왜일까.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제 때문이었을까. 책을 읽기 전 생각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살인이긴 하지만, 그렇게 혐오스러운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다만 향기를 얻기 위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그루누이의 대담함이 서늘할 뿐이었다. 그렇게 얻은 향수로 그는 상당한 권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를 데 없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생선이 썩어가는 무더기에서 발견된 아이가 자라 사람을 죽이면서 까지 얻고 싶어했던 향수!

 

저자의 놀라운 상상력으로 빛나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리뷰의 개수 또한 기록적인 책인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만한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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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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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읽고 나니 마치 사랑을 주제로 한 동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올 것 같으면서도 오지 않는 사랑을 다방면에서 묘사하고 있는 작품으로 흔히 생각하는 연애소설과는 그 틀이 확연히 다르게 다가온다.

 

독수리와 물고기, 참나무 인형, 담쟁이 덩굴, 대리석 조각 남녀 등 인간만이 사랑을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모든 것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도 사랑의 힘이 아닐까.

 

누구나 사랑을 합니다. 어느 선까지는 자신이 얼마나 열렬히 사랑하는지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죠. 하지만 어느 단계에 이르면 언어로는 자신의 사랑을 설명하고, 상대방의 사랑을 이해하는 데 한계를 느끼죠. (15쪽)

 

봄이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 사랑 뿐 아니라 책읽기나 산책, 등산 무엇을 해도 좋은 계절이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이기에 사랑하게 된다. 대상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며, 바보같이 짝사랑은 왜 하느냐고 건설적인 일에 소중한 시간을 쓰라고 하지만, 짝사랑일지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아직도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문학 작품을 통해 그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으리라.

 

이래저래 사랑에 대한 책을 읽으니 연애소설들이 차례로 떠오른다. 아지즈 네신이라는 터키의 작가의 힘일까. 오르한 파묵에 이어 터키 작가를 또 한명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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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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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가슴이 뜨거워지는 순간이 반복적으로 찾아오기 마련이다. 의사로 살면서 보통 사람이 일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일들을 백배쯤 마주하며 삶의 이면에 어떤 진실이 숨어 있는지 저자는 특유의 입담으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고 있었다.

영화든 책이든 참혹하고 잔인하다 싶은 것은 외면해왔다. 그런 걸 보고 나서 마음이 약해지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책이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무작정 슬프기만 할 것 같아 별로 내키지 않았는데, 책장을 몇 장 넘겨보고는 그 동안 왜 안 봤을까 하는 후회가 몰려왔다.

책을 보고 있자니, 소아과 레지던트 3년차인 친구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제 조금 숨을 돌릴 수 있는지 종종 오프라고 쇼핑이나 영화관을 찾는 여유를 부리기도 하고, 휴가를 내어 신혼여행 코스인 푸켓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 친구도 저자처럼 야반도주의 충동을 경험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미소가 번진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힘든 그곳 생활을 견뎌낸 친구가 너무 대견하게 느껴졌다.

아프지만 마주해야 할 이야기들

물론 내용 가운데는 모르고 살면 좋았을 처참한 내용도 분명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처참하다 할지라도 외과의사나 응급실에 근무하는 간호사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미미한 수준 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

가장 놀라운 이야기는 어느 치매할머니의 이야기였다. 며느리가 장을 보고 돌아온 사이 금쪽 같은 할머니의 손자는 주검으로 변해있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그 사건은 한동안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이야기를 읽기에 앞서 저자는 심약한 사람은 읽지 말기를 권고하고 있었지만, 나는 호기심에 계속 읽었고 그 장이 끝났을 무렵 계속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심약한 사람은 정말 읽지 않아야 할 이야기일 듯했다.

갓 태어난 아이를 병으로 잃고 목을 멘 어머니의 이야기, 장기 이식을 위해 수많은 동물들이 희생되어야 했던 이야기, 야반도주를 하고 싶을 만큼 고된 병원 생활, 나병환자를 부모로 둔 아들의 한 많은 이야기 등은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만큼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눈에서 뿜어져 나온 눈물은 중력 때문에 얼굴을 타고 아래로 내려와 귓바퀴 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모로 누워 책을 본 탓이다. 아등바등 살고 있는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기에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죽음을 생각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욕심을 덜 부리게 되지 않을까.

결국 그 욕심 때문에 우리는 괴롭다. 더 큰 집에 살고 싶고, 더 큰 차를 타고 싶은 욕심에 우리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한다. 명품 가방에 명품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즐기고 싶어 한다. 그런데 죽음을 생각한다면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결국 호흡이 긴 행복은 그런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일이 바로 '나누지 않고 살았던 삶'이라고 들었다. 왜 불쌍한 이들을 외면하고 살았을까. 그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내 재산이 거덜나는 것도 아닌데…. 왜 그토록 사람들을 미워하고 살았을까. 좀 더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 수 없었을까 하는 후회가 몰려온다는 이야기들이 문득 생각났다.

우리가 늘 죽음을 떠올릴 필요는 없지만, 욕심이 나를 억누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생명이 있음을 상기한다면 마음을 다스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내일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삶, 따지고 보면 그렇게 허무한 것도 없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서로 사랑하며 살지어다

유서를 남기고 떠나간 분들의 간절함이 비수처럼 내 가슴을 파고든다. 나는 혹은 우리는 누군가가 그렇게 사랑하는 누군가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을까? 내가 증오하고 미워하는 그 사람이 혹시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사람은 아닐까?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결국 돌아보면 온 세상은 사랑인 것을, 우리는 왜 그렇게 힘들게 누구를 미워하고 증오하며 살아가는 것일까.(102쪽)


책에 소개된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서 우리는 가슴 속에 아직 따뜻한 온기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감정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저마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언제나 유쾌한 일만 좇는 우리들이지만 한 번쯤은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읽고 나면 늘 불평만 하고 지냈던 자신이 부끄러워질 수도 있고, 행복하지 않다고 툴툴거리던 자신을 돌아보게 될 것이며, 주변에 있는 가족들이,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편견에 사로잡혀 그간 읽지 않았던 책 덕분에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고 할까. 삶이 팍팍하다고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기실 그득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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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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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고민하는 존재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내부에서 혹은 환경으로부터 쉼 없이 도전을 받고 역경을 헤쳐 가는 것이 인간 삶의 필연이다. 수많은 고민들과 마주하면서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해 힘들고 지치고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이 책의 등장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형경과 미라에게'라는 제목으로 <한겨레>에 연재될 때 눈여겨 보아서 다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 잊었던 것도, 다시 보기 위해 스크랩해둔 기억도 차례로 떠올랐다.

이 책은 '자기 알기'와 '가족 관계', '성과 사랑', '관계 맺기'의 범주로 나눠 각각의 주제에 맞게 질문과 조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답도 없고 연습도 없는 인생, 다칠 때마다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좋겠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게 어떤 건가요?'

우리는 책에서 혹은 지인에게 남을 사랑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부터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세상에, 그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세상에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게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인지 모호한 개념이라고 여길 뿐 선명히 드러나지 않는 게 마땅찮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체득되는 거라 생각했는데 저자는 책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명료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타인의 부당한 요구를 정당하게 거절하는 일, 타인의 무례한 태도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일, 고통스럽거나 피학적인 관계 속에 자신을 방치하지 않는 일 등이 모두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더 나아가 자신에 대해 건강하고 성숙한 이미지를 내면에 정립하면 좋습니다. (중략) 자신의 못나고 부정적인 면을 사랑하게 되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우선 정신 에너지가 두 배로 강해집니다. 그동안 내면의 부정적인 영역을 억압하는 데 사용되던 정신 에너지가 창조적인 쪽으로 전환됩니다. 몸과 마음이 더욱 활기차게 되고, 업무에서도 더욱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진심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251쪽)

자신을 사랑한다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인가. 듣고 보니 별로 어려울 것 없는 일이다. 다만 가끔씩 한계 상황과 맞닥뜨릴 때 잊어버리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더하여 성숙한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는 일도 우리가 평생 놓치지 않아야 할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죽음 충동과 생존 욕망은 한 몸

예전에 비해 우울증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연예인을 비롯하여 주위에서 가끔 들려오는 슬픈 소식에 우리는 충격을 받곤 한다. 우울증이란 뭔가. 마음의 감기 쯤으로 가볍게 생각했다가 증세를 키워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는 무서운 병이 아닌가. 저자는 내면화된 분노를 가리켜 우울증이라고 했다.

"자신을 죽이고 싶어하는 욕망이 실은 타인에 대한 지극한 적개심과 살해 욕망의 뒷면이라는 점입니다. 자신이 자각하지도 못하는 무의식 깊은 곳에서 누군가에 대해 죽이고 싶을 만큼 무거운 분노를 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외부로 표출하지 못한 분노는 내면으로 돌려져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자기 자신을 죽입니다. 우울증이나 자살 욕망은 전형적으로 내면화된 분노입니다." - (263쪽)

그동안 몰랐던 분노를 자각하고 분노의 진정한 대상을 찾아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그 대상은 언젠가 상처를 주고 떠난 연인일 수도 있고, 냉담하거나 엄격했던 부모일 수도 있고, 주변의 또 다른 누구일 수도 있다. 그들을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고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면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상대방의 진실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내면의 분노는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에게 호되게 야단치고는 늘 후회하는 어머니, 직장에서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회인, 언니의 잔소리가 너무 듣기 싫은 동생, 이별의 후유증이 너무 오래가는 사람, 늘 이해할 수 없는 죄의식에 시달리는 사람 등 다양한 고민과 그때마다 적절한 처방전들이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는 <천개의 공감>은 말 그대로 천개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남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게 일어날 지도 모르는 다양한 인간관계의 그늘을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헤쳐갈 수 있을지, 책은 우리에게 그 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지름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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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 - 전2권 세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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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나서 책을 읽었다. 영화의 여운으로 말미암아 소설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아름다웠던 영화 속 풍경들이 펼쳐지곤 했다. 한윤희를 떠올리면 염정아가 생각나고, 오현우를 떠올리면 지진희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나간 80년대롤 온몸으로 맞서온 치열함에 소름이 돋았다. 그때도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 수는 없었을 텐데. 두 주인공은 시대의 희생량이었다. 평범하게 시골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더 행복한 생을 마감할 수 있었을 텐데.

오랜 세월동안 차가운 감옥 바닥에서 한 선생을 그토록 그리워했지만 오현우는 출옥해서도 윤희를 볼 수 없었다. 윤희가 먼저 세상을 떠난 까닭이다. 그래도 그들에게는 사랑스런 딸 은결이 있다.

은결이 마저 없었다면 오랜 세월 동안 윤희는 견디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은결이 바로 그들이 사랑했었다는 증거다. 현우에게 은결이 마저 없었더라면 얼마나 허망했을까. 그나마 정말 다행이었다. 제대로 꽃피워 보지도 못하고 져버린 꽃 같은 그들의 사랑에 가슴이 메어 온다.

군부독재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치는 동시에 아름다운 사랑도 녹아 있는 소설, 오래된 정원은 영화와 소설 모두 멋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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