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승자>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오동명 지음 / 생각비행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꽤나 유명한 사진가 로버트 카파는 너무나 유명한 말을 했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라."  

그게 쉽다면 누구나 카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카파 같은 사진가는 많지 않고 그런 사진기자는 한국에는 거의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오동명은 그런 사진가였나?  

 

표지에 등장하는 사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시절 시위 현장에서 어느 전경이 던진 최루분말을 얼굴에 맞고 걸어가는 사진이다. 당시 중앙일보 사진기자였던 저자 오동명은 그때 자신도 최루분말을 맞았으나 다행히(?) 어느 가정집에서 얼굴을 씻을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김대중은 그러지 못했다. 전두환, 노태우의 저택이 있던 서울 연희동 골목 어느 집도 김대중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김대중은 그의 참모와 한참을 고통스러워 하며 돌아다녀야 했다고 한다. 이 한 장면은 마치 김대중의 고난한 삶을 압축해놓은 것 같다. 이 특종감이라고 생각되었던 사진은 중앙일보 데스크에서 거절당하는 것으로 또 한 번 모욕받게 된다.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이 피사체가 된 사진마저도 차별의 대상이 되고 배제가 되어야 했던 정치인.  

저자 오동명은 그를 화장실에서 만난 이후 신문에 실리지 않는 그의 일상을 기록했다. 단순히 피사체로 카메라 앵글에 담은 것만이 아니라 피사체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찍었고 찍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러기에 이 사진집은 한 사진기자가 찍은 정치인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사진기자가 묻고 정치인이 답했던 대담과도 같이 읽힌다.  

저자는 지난해 노무현과 김대중의 죽음 이후 김대중의 옥중서신을 읽으며, 그리고 김대중이 국립현충원에 묻힌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오래된 사진을 찾아 이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한 권의 위인전이 아니라 한 인간에 대한 책을 내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당연히 졸고 하품하고 딴청피우는 인간적인 김대중의 사진들이 들어있다. 또한 정치인 김대중에 대한 여러 오해(대부분 악의적인)에 대한 해명과 저자의 생각이 담겨있고 전직 대통령이자 한국 현대사의 가장 중요하고 뛰어났던 한 정치인에 대한 저자의 아쉬움과 불만까지 가감없이 실려있다.   

책을 덮으며 저자가 사진기자가 아니었다면, DJ를 비토했던 중앙일보에 몸을 담고 있지 않았더라면, 중앙일보에 사직서를 던지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이 만남이 어떤 모양새로 기록되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부질없는 생각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이 둘은 만나지도 못했을 것 아닌가. 한국 근현대사의 모든 콤플렉스를 한 몸에 가졌으며(그는 호남이었고 첩의 자식이었으며 상고 출신이었다) 수많은 비방과 흑색선전에 시달렸고, 사형수였으며 장애인(그는 박정희 시절 의문의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쳤고 죽기 직전까지 신장투석을 받는 만성신부전증 환자였다)이었다.  

그가 역사 속의 인물이 된지 1년, 그에게는 참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