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키핑
메릴린 로빈슨 지음, 유향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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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첫 문장을 읽으면서 또 다른 고전을 만났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특유의 느낌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2013년도에 출간되는 책들과는 뭔가 다른 문체라는 느낌이었다.

여동생 루실과 함께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있는 이들의 삶을 보면 평범하다, 라고는 쉬이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틀렸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의 수 많은 빛들이 있고 그 아래 사람들이 있는 동안, 그 빛은 각기 다른 모습과 빛깔로 빛나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들의 할아버지와 엄마를 집어 삼킨 핑거본 호수를 두고서 루실과 루스 자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고 있었다. 때론 외할머니와 함께, 그녀가 떠나고 나서는 그녀들의 자매와 함께, 마지막은 이모와 함께 말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이런 완벽한 평온이 집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사건이 그들의 생활을 통째로 뒤흔들어 놓았다. 모든 충격이 다 사라질 때까지 시간과 공기와 햇빛 속에 충격의 파문이 굽이치다가 시간과 공간과 햇빛이 도로 잔잔해지면서 아무것도 흔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기울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본문

덤덤하게 이어지는 루스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가히 이들이 있었던 이야기들이 별다른 일이 아닌, 그저 툭툭 던지듯 이야기를 하는 통에 별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그저 그들에게는 일상이고 매일 마주하는 것들이지만, 홍수가 나고 나서 이들이 살고 있는 집에만 큰 피해가 없었다며 수군거리는 이웃들의 모습을 보면, 모두 똑같이 자신들과 같이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들은 마치 이단인 듯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 하다.

만약 루실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모든 나무가 구부러지고 모든 돌이 풍화되었을 것이며, 모든 나무가지도 끊임없이 불어오는 역풍을 맞아 껍질이 죄다 벗겨졌을 것이다. 루실은 모든 것에 비위가 거슬리게 변화할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 -본문

그래서 루실과 루스는 계속 숲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루스는 숲 자체가 좋아서 그래서 그곳으로 갔을테지만, 루실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편견 어린 시선에 이미 지쳐있다는 듯이. 그 모두의 눈을 피해 아무런 시선도 느껴지지 않는 숲으로의 도피를 선택했다. 결국 그녀에게 숲 마저도 위안이 되지 못하여 집을 떠났지만 말이다.

하우스 키핑이란 말이 무색하게 그들의 집은 잿더미로 남게 된다. 아마 루스와 이모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편견 속에 '이상한' 존재로 낙인 찍힌 그들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집 자체를 태워 버림으로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그들 가족을 태워 버리고자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바라는 평범한 삶은 무엇일까.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타인마저도 그 평범함이라는 잣대 속에 두려 하는 우리의 이기적인 마음은 무엇인가. 그들이 진정 지키고자 했던 가족이라는 의미를 태우게 만든, 우리의 이면을 즉시하게 한 소설이다 .

 

아르's 추천목록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 주노 디아스저

 

 

독서 기간 : 2013.11.26~11.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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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보내는 편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림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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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채널을 돌리다 모금행사를 하는 프로그램을 볼 때면 돌리던 채널을 멈추고선 가만히 화면을 응시하게 된다. 나는 이토록 편하게 소파에 자리하고 있는데 화면 속 이들에게는 참으로 가혹하고 안타까운 사연들만이 이어지고 있는 바, 화면을 보면서 가만히 전화를 하게 된다. 몇 분 걸리지 않는 이 시간으로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이렇게 함으로써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평범한 일상을, 그들을 대신해서 보내고 있는 나를 위한 위안이면서도 면죄부이기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특히나 아픈 어린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 아이들에게 대체 왜 이토록 가혹한 병을 안겨 주시는 것인지,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라도 오랜 시간 이들을 마주하는 것을 애써 외면하곤 했다. 아픈 아이들을 보면서 나에게 밀려드는 왠지 모를 죄책감을 회피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이렇게 나마 외면하면 그 아이들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잊어버릴 수 있어서였을까? 딱히 어떠한 이유는 없다손 하더라도 왠지 그 아이들을 그저 마주하면 안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이 함께 울어 주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제 난 더 이상 그런 환자가 아니에요. 골수이식 수술이 끝난 후 느꼈어요. 내가 더 이상 의사 선생님들을 기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요. 매일 아침 뒤셀도르프 선생님이 날 진찰할 때마다, 선생님을 기쁘게 해줄 마음이 없는지 난 실망만 안겨 드리곤 해요.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날 쳐다봐요.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것처럼요. 하지만 난 열심히 수술 받았다고요. 난 얌전하게 있었어요. 마취할 때도 가만히 있었고, 아파도 소리 지르지 않았고, 주는 약도 다 받아먹었다고요. –본문

 이 책 속 주인공인 오스카가 딱 그러한 아이였다.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백혈병이 걸렸고 현대 의학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모든 것을 해보았지만 더 이상의 가망이 없는 아이.

 이 아이의 존재만으로 눈물을 글썽이게 만드는 이야기는 오히려 오스카의 입을 통해 우리에게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고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우리 모두는 죽음을 향해 가고 있으니 살아있는 동안 우리 모두의 인생을 장미 빛으로 물들여 가면 된다고 말이다.

장미 할머니, 할머니가 좋아하는 하느님은 왜 페기와 나 같은 사람들을 만들어 내는 걸까요?”

정말 잘하시는 일이잖니, 오스카. 너희가 없으면 삶이 이토록 아름답지는 않을 테니까.”

아니 내 말을 오해하셨네요. 하느님은 왜 우리처럼 아픈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거냐고요. 이유는 둘 중 하나일 거예요. 타고난 심술이 많거나 병을 고칠 능력이 없거나.”

오스카, 병이란 건 죽음과 마찬가지란다. 정해진 사실일 뿐이야. 천벌이 아니지.” –본문

 12 19일부터 하루를 10년처럼 살고 있는 오스카는 10대가 되고 20대가 지나 그의 첫사랑을 마주하게 되고 때론 그 사랑에 대한 오해가 발생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또 다른 하루 동안은 병원에서의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어느 날은 부모님을 미워하기도 하며 그의 나이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훌쩍 지나 있었으며 그러면서 열흘이라는 시간 동안 오스카는 마치 100년을 산 사람처럼 자신을 둘러싼 주위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심지어 그를 통해서 세상을 빛나게 하고 있었다.

 오늘 날 백 살이 되었어요. 장미 할머니처럼요. 계속 잠이 쏟아지지만 기분은 좋아요.

 난 엄마랑 아빠에게 삶이란 참 희한한 선물이라고 얘기를 해줬어요. 사람들은 처음에 이 선물을 과대 평가해요. 영원한 삶을 선물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나중엔 과소평가해요. 지긋지긋하다느니 너무 짧다느니 하면서 내동댕이치려고 하죠. 그러다 결국 선물받은 것이 아니라 잠시 빌린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예요. 빌린 것이니 잘 써야죠 본문

 처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스카에게 장미할머니가 있어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스카가 살아갈 120여년의 시간을 오롯이 그의 곁에서 함께 해줄 이가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든든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책을 덮는 순간 오스카를 만난 것 자체가 행운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그럴 것이다. 오스카카 남긴 열 통 남짓한 편지를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오스카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서 곱씹어 보게 된다. 원망과 비난이 아닌, 그렇다고 자신에 삶에 대한 막연한 체념이 아닌 나름대로의 진리를 남기고 간 오스카는 오늘 내가 이렇게 멍하니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해 오늘은 정말 별로였어요라고 이야기할 지 모른다. 내가 남길 수 있는 편지가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 동안에 최대한 많은 날들을 장미 빛으로 물들여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를 해줘야 할 것 같다는 무거운 마음에서 시작된 책은 오히려 그들에게서 삶의 경건함에 대해 배우며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짧지만 그 안의 따스한 인생의 조언이 담겨 있는 오스카의 편지 덕분에 오늘을 더 힘차게 보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아르's 추천목록

 

마지막 잎새외 / 오 헨리저

 

 

 

독서 기간 : 2013.11.2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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