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저는 미술사를 가르쳐오면서 작가 한 사람을 천재시 한다든지, 예술적인 업적만을 부각시키는 경향을 경계해 왔습니다. 한 작가가 아무리 뛰어났어도 작품은 사회의 여건과 요구에 의해 생산되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네상스미술을 가르치다보면 저는 언제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를 따로 언급하고, 그들의 업적에 놀라움을 표합니다. 시대의 요구에 따르면서도 언제나 이를 능가하는 이들의 작품이 없이는 르네상스를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술을 통하여 레오나르도는 자연을 탐구했으며 미켈란젤로는 종교적 구원을 갈망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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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는 26살쯤인 1478년에 스승으로부터 독립하였고 그 후 주문을 받은 대표적인 작품이 <동방박사의 경배>(도4,5)입니다. 미완성으로 남아있지만 그의 관심을 읽을 수 있는 중요작품입니다. 레오나르도는 공간에 인물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하기 위하여 미리 정확한 원근법의 스케치를 하였습니다(도6). 그리고 이를 확대하여 패널에 옮긴 후 그 위에 비례에 맞게 인물을 배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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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4 레오나르도 다 빈치 <동방박사들의 경배> |
1481-82년, 나무패널에 갈색 잉크, 246×243cm |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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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5 레오나르도 다 빈치 |
<동방박사들의 경배>를 위한 드로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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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6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인물드로잉>, 1490년경, 윈저, 로얄 라이브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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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은 마리아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 빙 둘려 있는데 특히 우리를 궁금하게 하는 부분은 오른쪽 어두운 부분의 인물들입니다. 수염 난 노인은 아기 예수를 자세히 보려는 듯 눈 위 이마에 손을 뻗어 놀라움을 표시하며 제일 오른쪽의 아름다운 젊은이는 그윽하게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엔 해골과 같은 상태의 노인이 그려져 있습니다. 아름답게 정형화되어 있는 마리아와 대조적으로 이들 인물들은 젊은이, 늙은이 또는 놀라는 이 침착하게 바라보는 이 등 다양합니다(도5). 레오나르도는 많은 글을 남겼는데, 인물의 제스춰와 표정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그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많은 드로잉을 보면 그는 실제 인물의 행동을 관찰한 후 글로 써서 이론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은 바로 자연과 인간에 대한 탐구의 과정이었습니다. 그는 <동방박사들의 경배>를 완성하지 못한 채 밀라노에 갔으며 거기서 거의 17년을 머물게 됩니다. 루도비코 스포르자(Ludovico Sforza)의 초청으로 밀라노에 가서 그가 주로 한 일은 엔지니어 역할이었습니다. 움직이는 다리를 설계하고, 대포나 전쟁무기를 고안했으며, 건축설계도 하였습니다. 그가 최초로 하늘을 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했다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아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제작된 것은 많지 않지만 그는 물리적인 이치를 적용하여 도구를 만드는데 끊임없는 호기심을 갖고 있었던 최초의 근대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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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7 레오나르도 다 빈치 <거대한 활> 드로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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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소위 명화라고 지칭하는 레오나르도의 작품들보다 그의 관심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은 드로잉 또는 스케치들입니다. 교황에게 허가를 받아 인체 해부를 하며 그린 인체의 그림들도 그중 일부입니다. 그는 팔, 다리의 근육과 뼈, 동작에 따른 이들의 변화 등을 아주 상세히 관찰하고 묘사했습니다(도12). 일반적으로 화가들이 정확한 인체묘사를 위해 해부학을 공부하지만 그의 해부학은 그러한 목적을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체내의 내장이나 신경조직, 뱃속의 태아까지 연구한 것을 보면 그의 탐구는 바로 생명의 근원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자하는데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도13). 인체 뿐만 아니라 수 많은 물거품을 이루며 부서지는 홍수의 소용돌이에서 그는 사물을 움직이는 원동력, 에너지의 원천을 찾고자 했습니다(도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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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12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인체 드로잉> |
1510, 잉크스케치, 29×20㎝ |
윈저 궁, 왕실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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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13 레오나르도 다 빈치 <태아연구> |
잉크스케치, 30.14×21.25㎝ |
윈저 궁, 왕실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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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14 레오나르도 다 빈치 <홍수> |
1515년경, 검은 목탄, 16×20㎝ |
원저 궁, 왕실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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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방면에 재주 있는 사람을 르네상스맨이라고 부릅니다. 시대의 양식을 이끈 화가이며, 근대적인 경험과학을 시작한 과학자이고, 또 용도에 맞는 기구를 창안한 엔지니어이고 건축가였던 레오나르도야말로 르네상스맨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물론 그의 업적들은 단순한 재주가 아니라 사물에 대한 통찰과 탐구의 소산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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