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옆의 집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은 빛나는 이성의 인간 존재에 대한 기대감을 짓밟아 버렸다. 산업혁명의 거대한 꿈은 대공황이라는 환멸 속으로 사라졌다. 미국의 프로테스탄트 윤리는 인간의 의지를 더욱 무력화시키고, 인간은 그저 텅 빈 공간을 지킬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멍한 시선으로 신의 손길을 기다릴 뿐이다.

호퍼는 이런 시대의 얼굴을 기록했다. 식당·호텔·아파트·주유소 등 우리 일상의 구체적인 풍경을 다룬 그의 그림 속으로 관객들은 일단 친숙함으로 접근하지만, 몰입하면 할수록 그림 속의 대상은 마치 포르노처럼 시각 주체를 사로잡으려는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주체를 경직시켜 버린다.

따라서 그의 그림을 바라보던 관객의 욕망은 그 지독한 적막감과 공허함 속에서 노출되고 상처받는다. 그림 속에 가득한 ‘대낮의 정사’ 같은 은밀함과 죄의식의 분위기가 정지된 시간과 진공된 공간으로 우리를 이끌면서 질식시킨다. 호퍼(Hopper)는 호러(horror)인 것이다.

호퍼의 <철길 옆의 집>에는 텅 빈 하늘을 배경으로 홀로 남아 있는 산업사회 이전 시대의 한 가옥이 등장한다. 그것은 시대와 공간을 망각한 채 존재하는 유령의 집 같다. 그리고 그 집 앞을 가로지르는 철길은 그 집(환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가서려는 관객에게 깊은 단절감(현실)을 안겨 준다. 이렇듯 <철길 옆의 집>은 밝은 햇빛을 받는 옛 시대의 집을 통해 낙관주의 이면에 깃든 짙은 비관주의를 드러낸다. 그것은 허상적인 미국 이미지 그 자체로 남아 있는 것이다.


 


등대1

 


등대 2


Lighthouse Hill

Edward Hopper :  All The Lonely People

'개스(Gas)'를 한번 보자.

 텅 빈 길 위의 그 주유소는 막 문을 닫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오두막에서의 빛은 거의 형광성이고 주유소 펌프는 짙고 어두운 배경에 반해 화려하게 튀는 빨강이다. 나무들은 단단하고 꿰뚦을 수가 없다 - 단지 길은 계속된다. 그러나 그것을 건물의 뒤로 너무 빨리 사라지고, 만약 그것이 진정으로 어디론가로 이어져 있다 해도 그것이 이끄는 곳에는 어떤 표식도 없다. 그리고 고독하게, 반쯤 가려진 형체가 있다. 그는 막 펌프를 끄려고하는 걸까, 아니면 숨으려고 하는 걸까? 그것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가 홀로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록 ,당연히 그는 알지 못할지라도 그것은 호퍼의 세계에 거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는 외로움이다.

'호텔 룸'에서 한 여성은 손에 한조각의 종이를 든 채로 홀로 앉아 있다. 그녀를 둘러싼 가구들은 단순하고 실용적이다. 여행가방은 닫혀 있다. 그녀의 구부린 어깨들은 체념과 절망을 보여준다. 그녀는 연인에게 버림받은 걸까? 아니면 그녀는 단지 이제 막 도착해서, 그가 남긴 오지 않겠다는 메모를 발견한 것일까? 그림 안에서 유일한 행동은 그녀의 응시이다. 그리고 그것은 분하게도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다. 


  이것과 똑같은 응시가 거기에, 호퍼의 너무나 많은 작품들 속에 있다. '일요일' 에서는 한 남자가 혼자 판자로 된 산책로에 있다. 그의 뒤로 가게는 닫혀있고 셔터는 내려져 있다. 그는 아마도 집에서 왔거나 단순히 지나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외부의 세계는 조금도 위안을 주거나 설명해주지 않는다. 다만 이 사람들, 이 평범하고 특징없는 사람들은, 너무나 명확하게 내면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나에게 있어 호퍼의 가장  감동적인 작품인 '뉴욕 영화관'에서 이것은 너무나 명백하게 나타난다.


 


  이 그림의 오른쪽에서 우리는 흘낏 영화의 한 장면을 볼 수 있다. 단지 몇 개의 산들이 보인다- 그것은 극장의 안내원이 커튼 옆에 서 있는 동안 볼 수 있을 만큼이다. 스크린으로부터 반쯤 가려져서. 'Gas'에서처럼 계단은 사라지고 몇몇의 보이지 않는 더 높은 층이 있다. 그 극장 안내원은 그녀 자신의 생각에 몰두해 있다. 극장의 스크린을 쳐다 보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서서.

  호퍼의 세계는 도시에서의 세계이다.  - 비록 때때로 그 프레임 너머에 언덕이 있지만 자연은 건축되었다. 모서리가 있고, 닫혀 있고 마치 '맨하탄 다리 지구'에서처럼 저장 창고나 공장처럼 육중하다.

그러나 그의 초기 그림들은 Road in Maine 에서처럼 자주 외로운 집들과 풍경과 넓은 언덕들을 묘사하는 풍경의 그림이었다.


Road in Maine


Cape Cod Afternoon

 


corn-hill

1908년의 'Railroad Train'는 속도감과 캔버스의 한 면을 가로지르는 프레임 바로 아래에 펼쳐진 시골들의 풍경을 포함한다. 그러나 1920년대에 들어 자연은 급격히 사라진다. 비록 그가 ' Cape Cod'의 단정하고 길들여진 해변으로 돌아올지라도 더 이상 인간을 넘어서는 자연 세계를 보여주는 넓은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Office At Night"에서처럼 그들이 폐쇄된 공간을 함께 나누고 있을 때에도 서로를 외면하고 있는 두 인물들은 책상 바로 옆의 마루위에  흘낏 보여지는 종이에 의해 분리되어 있다. 이런 점들은 몇 개의 비밀을 제시한다. 그들은 감히 서로 무언가 공유할 수 없다. 호퍼의 모델들은 백인들이며 의심할 여지 없이 중간계급 이고 외롭다.  


Office At Night

 



Room in New York

 

  여기에 슬픔이나 고통이 있다. 그러나 그의 인물들은 희생자가 아니다. 그들 모두 무엇인가를 보고 있다. - 창문을 통해서, 그들 자신 안을, 어둠을 응시하며, 그들의 커피 컵 속의 세계를 시험하며.


morning-sun


Room in Brooklyn


 

그리고 "High Noon'에서 문앞에서 그녀의  앞의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젊은 여성처럼 그들 각각은 꿈을, 동경을, 이 순간이 더 빨리 혹은 더 늦게 지나갈 것이라는 감정- 그리고 어떤 것, 이름 붙여지지 않은 어떤 것, 알 수 없는 어떤 것이지만 그들의 응시를 주장하는 다른 어떤 것이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므로 각각의 인물들은 내면의 삶을 가지고 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니면서 그러나 둘 모두에 대한 꿈을 포함한.


 High Noon

 


summer time

 

Edward Hopper : All The Lonely People

 

(글) Feature Article by Mike Gonzalez, June 2004 에서 발췌한 것을http://blog.naver.com/nosugaradded에서 퍼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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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06-18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들이 바로 그 유명한 호퍼의 그림이로군요!!!

icaru 2004-06-1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