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경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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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믿음직하고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면 인간의 자연의 자연스러운 본능은 오점을 찾고, 엑스레이로 금간 부분을 찾는다. -중략-

북유럽 지역은 우리 모두가 그런 것처럼 자신들만의 문제와 난관, 그리고 비뚤어진 기벽과 약점을 가지고 있다. 537쪽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면 핀란드를 떠올렸을 때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 '연어'가 떠올라서 헬싱키에 가정식 식당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반농담조로 말하는 사치에가 나온다. 그런가하면 '갓챠맨'주제가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그녀와 동거하고 식당일을 돕게되는 토미, 그리고 나중에는 미도리까지 등장한다. 책 리뷰를 쓰면서 특정 영화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의 저자 마이클 부스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상황이나 그들이 핀란드로 직접 와서 확인하기 전까지 핀란드의 안과 밖의 모습이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아내 업고 달리기, 기타소리 흉내내기 등 수십년간 부모의 병수발을 들었던 미도리의 눈에 핀란드 사람들은 여유롭고 걱정이라곤 없을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그렇지만 막상 헬싱키에 도착했을 때 같은 일본사람 사치에와 토미를 제외하고 긴밀하게 관계를 맺게되는 여인은 식당을 바라보며 험상궂은 표정을 짓다가 사라지는 리사다. 별걱정 없어보였던 그들도 결국 한가지씩의 고민은 다 가지고 있구나 깨닫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이클 부스도 마찬가지다.


몇년 전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있을 때 만우절 기사라고 여겨질 만큼 '덴마크가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라고 소개된 것에 전혀 납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본인이 느끼기에 덴마크는 '축축하고 따분하고 생기 없는 작은 나라'(6쪽) 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덴마크가 위장을 기가막히가 잘하는 나라며, 덴마크 뿐 아니라,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마지막으로 스웨덴을 포함, 총 5개 나라의 진짜 모습을 책으로 쓰기로 결심한다. 그 덕분에 어렵지 않게, 지루하지 않게 우리가 자연과 함께 하는, 조용하지만 국민들의 삶은 평온 그자체라고 믿으며 유토피아로까지 착각했던 북유럽 5개국을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수많은 요인이 합쳐져 국민 정서를 만든다. 내가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고립성을 향한 이 같은 편협주의 적 충동과 그에 수반되는 민족낭만주의 성향은 덴마크스러움의 결정적 요소다. 이는 모든 덴마크인이 지금도 외우는 다음의 말로 요약된다.

"밖에서 잃은 것은 안에서 찾을 수 있다." 40쪽


위의 발췌문의 말은 덴마크 시인 홀스트가 쓴 말인데 과거에 덴마크는 스웨덴에게 영토를 빼앗기기도 하고, 1801년에는 영국 함대로 부터 시민 2000여명이 민간이 폭격을 당하기도 했다. 또 1864년에는 프로이센에게 슐레스비히와 홀슈타인을 독일로 넘겨주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에는 독일 연합국으로 분류될만큼 독일에게 농산물과 병력까지 지원하기도 했다. 이렇게 수난과 수탈의 가혹한 역사를 가진 덴마크인들의 태도는 순응에서 머물지 않고 위의 표현처럼 좋게 말하면 순응, 나쁘게 표현하자면 퇴화상태로 머물게 된다. 이런 삶이 가능하다는 것이 '세금에대해 불평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심지어 세금을 낮추겠다고 공약하는 정치가도 없다. 이들은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마치 좋은 집, 좋은 차를 통해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것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덴마크에 관한 이야기만 적었을 뿐인데 왠만한 책 한권 분량의 리뷰가 나왔다. 심지어 아직 덴마크에 대해서도, 다 꺼내놓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위의 내용을 보더라도 대략 한 나라의 역사를 들려주면서 어쩌다 외부인이 보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의 차이가 느껴지는지는 대략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무엇보다 제목이나 분위기로 보자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감성적 성향이 주를 이룰 것 같지만 마치 패권의 역사, 스칸디나비아의 청사진을 위한 영국인의 분석으로 느껴질 만큼 진중한 부분도 있다. 그래서일까. 읽다보면 아, 하게 되는 5개국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토미나 미도리처럼 현지에 갔을 때 의외라는 식의 반응은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물론 영국인 저자가 아닌 한국인의 시선으로 보면 또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을거란 가정에 더 큰 기대로 이 나라들을 여행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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