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의 101가지 사용법 - 연필, 이 단순한 도구의 놀라운 쓰임새
피터 그레이 지음, 홍주연 옮김 / 심플라이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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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도 필요 없고 사용설명서도, 온라인 지원도 필요 없다. 연필을 연필 그 자체일 뿐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다. 그렇다. 이토록 간단하다. 바로 그것이 대단한 점이다. 이런 도두가 솜씨 좋은 손에 들어가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6쪽



솜씨 좋은 손에 들어가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나와 같은 이들에게 큰 절망을 안기는 것도 연필이라고 말하고 싶다. 서두를 이렇게 시작해버리면 이 책을 꽤나 시니컬하게 읽었을거라 생각하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애초에 이 책을 읽었다는 것 부터가 연필을 보통이상으로 좋아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지 않은가. 피터 그레이의 <연필의 101가지 사용법>이전에도 연필을 주제로 한 책은 있었다. 가장 최근이라고 적고, 실제 출간월을 보고 깜짝 놀란 가이필드의 <연필의 힘>도 연필이 가지는 예술적 능력의 무한대를 보여준 책이다. 참고로 올해 1월에 출간 된 책이다. 표지색이 둘다 노랗기 때문에 의도치않게 비교하면서 읽느라 시간이 다소 걸리긴 했다. 어쨌거나 지금은 <연필의 101가지 사용법>에 관한 리뷰를 적고 있다. 미리 읽은 독자로서 추천하자면 우울하거나 정말 시간이 더디갈 때 읽기를 권한다. 처음에는 피식하며 웃다가 나중에는 이 책 뭘까 싶어지지만 결말은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연필사용법 중 사는동안 실제 해볼 수 있는 방법의 갯수, 이미 사용해본 경험의 수를 헤아려보게 된다. 결국 책이라는 것은 자기경험을 토대로 추억하는 것 아닐런지.

우선 경험해본 것 부터 나열해보자면, 가장 첫 번째 책에 밑줄긋기다. 저자는 당장 자신의 책 부터 밑줄을 긋거나 그림을 그려넣는 등 이 책을 자기만의 작품으로 만들라고 권한다. 사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책을 구매하는 데 들이는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예전에는 도서관에서 빌려읽거나 하던것을 밑줄긋는 버릇이 생기면서 그렇게 된 건데 밑줄을 긋다보니 자연스럽게 메모나 그림같은 것을 그리게 되니 점점 더 저자의 책을 읽는 독자에서 하나의 작품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습작이 되어가는 '창조자'의 입장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단점이 있다면 이런저런 낙서와 그림을 그리다보니 오히려 타인에게 책을 빌려주기는 어려워졌다. 내 속을 너무 많이 보이는 것 같은 부끄러움이랄까. 이외에 선긋이, 스케치 이런 것들은 달리 방법이라고 까지 하기는 좀 어렵다는 판단하에 필기도구로서의 연필사용법은 가뿐하게 스킵하고 넘어가겠다. 줄자대용으로도 사용해봤고, 섬어라운드 기술로 연필도 돌려봤으며, 그냥 애매해서 귀에 꽂았을 뿐인데 저자는 이를 두고 귀를 장식하기 라는 방법으로 수를 늘려놓았다. 아주 해맑게 귀에 연필을 꽂은 일러스트를 그려놓고선 말이다. 속옷은 아닌데 더러운 오물을 연필을 이용해 옮겨본 적도 있고, 고백할지 말지 망설였으나 벌레를 죽이는 데(책에서는 '정확히 짚어주기'라고 표현함)이용도 해봤고, 셀로판 포장지 뿐 아니라 다양한 포장지를 뜯기 위해 연필을 사용한 적도 있었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전그리기나, 숨은그림 찾아내기 등의 방법도 아마 읽다보면 피식하게 될 것이다. 밑줄긋기와 함께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용도는 51번째 활용방법인 '머리 고정하기'로 회사에서도 종종 연필을 삔처럼 활용한다. 의외로 자연스럽게 업스타일 헤어를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머리삔이 있을 때도 일부러 연필을 사용할 정도다. 대략 자주 혹은 해봤던 연필 활용도가 이정도라면 앞으로 해보고 싶은 활용방법은 다음과 같다. '베스트셀러 집필하기'. 어쩌면 이 방법은 연필을 가지고 풍경을 스케치하고 캐리커처를 그리는 것처럼 연필을 가지고 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누구나 할 수 없다는 것도 아는 서글픈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책을 좋아하고 연필을 사랑하는 이들 중에서 이것만큼은 꼭 해보고  싶지 않을까 싶어서 적어보았고,음료를 젓는다거나 껌처럼 씹는 건 어릴 때도 흑연의 독성을 꽤나 무서워해서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이라 아마 앞으로도 이 방법은 안해볼 것 같다. 이 리뷰만 읽어도 의외로 연필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스케치하기 등의 유사한 방법을 제외했는데도 말이다. 꼭 기억해야 할 연필사용법이 있다면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좋은 퇴비를 만들려면 주방에서 나온 '녹색'쓰레기와 깍은 잔디 외에도 같은 양의 '갈색'물질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낙엽이나 판지, 나뭇조각 같은 것 말이다. 그러니 연필 깍은 부스러기와 몽당연필도 그냥 버리지 말고 한데 모아놓자. 268쪽


놀라운 사실은 이런 방법도 있는데 하며 은근슬쩍 자기만의 연필 활용법이 한 두가지씩은 떠오른다는 것이다. 내게도 이 책에서 언급하지 않은 방법이 있는데 저자가 사랑하는 아내를 표현할 때 말한 것처럼 여기서는 나 역시 밝힐 수 없는 방법이다.(설마 같은 방법?) 연필을 좋아해도 혹은 별 감흥이 없어도 누구나 읽어도 좋은 책, 특히 서두에 밝힌 것처럼 아주 지루하거나 책을 읽는 척은 하고 싶은 데 실제로는 그다지 읽고 싶지 않을 때조차 권하는 이유를 이 리뷰를 통해 알 수 있게되길 바란다. 아, 정말 놀라운 연필의 활용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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