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100쇄 기념 특별판 리커버)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적어도 두번정도 더 읽어볼 요량으로 아직도 책상 근처 책꽂이에 꽂아둔 책..이 되어버린 <오두막>"



위의 문장은 2009년도에 오두막을 처음 읽었을 때 적었던 리뷰 내용 중 일부다. 그당시에도 한 번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최소 두번은 더 읽어볼 생각이라고 했던 책, 오두막.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10년가까이 흐른 2017년 5월에 오두막을 두번째로 읽었다. 그때와 지금의 내가 달라진게 있다면 나이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는 것도 있지만 세례를 받았다는 점이 아마도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윌리엄 폴 영의 후속작 [이브]를 읽었다는 사실이다. 이브를 읽던 당시에도 <오두막>과 유사한 점이 없는데도 자꾸 자꾸 두 작품이 비교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큰 변화가 있었던 만큼 감상도 역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자유의지에 의해 혼자라고 느끼며 평생을 괴로워하며 살아갈 수도 있고, 신 혹은 주변사람들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고 꼭 부여잡음과 동시에 괴로운 현실에서 탈피해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없다. 달라진게 있다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다는 '신'의 사랑이 얼마나 과분하고 큰 사랑인지를 깨달았다는 것이다.

2009년도에 오두막을 읽었을 당시에는 사실 반신반의했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 아무리 범죄자, 악인 역시 귀한 '신의 자녀'라 해도 어찌 부모가 제 자식이 잘못하고 있는데 그냥 놔둘 수 있는가, 그렇다면 신이 인간보다, 자기자식만 위하는 이기적인 부모들과 다른점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는 자식이 안타까워 그를 감싸주고 달래주는 정도로는 쉽사리 신이 인간을 사랑해서 자유의지를 주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없었다.


"메켄지, 당신이 생각하는 나와 실제 나는 같지 않아요. 사람들이 죄를 지었다고 해서 내가 벌할 필요는 없어요. 죄는 그 자체가 벌이기 때문에 안에서부터 당신을 집어삼키죠. 내 목적은 죄를 벌하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걸 치유하는 것이 나의 기쁨이죠." 196쪽


분명 2009년 당시에도 한 글자도 빠짐없이 읽었다. 결말에 이르러 감동했고 울컥하기도 했다. 그랬기 때문에 두 번정도 더 볼 요량으로 책상 근처 책꽂이에 꽂아두었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 저 문장을 만났을 때 내 기분이 어떠했는지 표현할 방법이 없다. 먹먹함을 넘어선 아픔이었다. 죄를 지은 사람이 가장 괴로운 것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다. 사람들의 비난도, 고통가득한 형벌도 결코 그의 정신까지 아프고 쓰리게 만들 순 없다. 제 자신이 죄라는 것을 인식했을 때 비로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런 괴로움을 갖게하는 것이 다름아닌 용서고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오두막>이 왜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는지 지금에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을 용서해본 사람들은 아마도 오두막 보다 더 신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지난날을 위로해줄 수 있는 책을 만난 적이 없었을거라고 확신한다.



"맥, 미시는 절대 혼자가 아니었어요. 내가 그 아이 곁에 있었으니까요. 우리는 한순간도 그 아이를 떠나지 않았어요. 내가 나 자신을 버릴 수 없는 것처럼 그 아이나 당신도 버릴 수 없어요." 294쪽



죽음앞에서 홀로 두려움에 떨었을 미시를 생각하면 아빠인 맥 뿐 아니라 독자인 나조차도 마음이 아프다. 맥과 비교할 수도 그래서도 안되는 아픔이 내게도 느껴진다. 그치만 믿고 싶다. 아주 간절하게 믿고 싶다. 미시가 결코 혼자인적이 없었을거라고. 이말은 어쩌면 나 역시 결코 혼자가 아닐거라고. 세상을 사는동안 많이 힘들고 눈물나고 가끔은 정말 그만두고 싶을 때 조차 미시곁에 예수님이 계셨던 것처럼 내 곁에도 예수님이 계신다고 믿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시간이 또 흘러서 내 나이의 앞자리가 다시금 바뀌고, 또 무언가 커다란 변화를 맞이한 10년 즘 뒤에 <오두막>을 읽게 된다면 하고 생각해본다. 그때는 조금의 의심도, 불안도 없는 완벽한 믿음의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다. 미시곁에 예수님께서 계셨고, 내 곁에도 정말 계시다는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