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하나 위로 둘
동그라미 지음 / 경향BP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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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은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한 번쯤 사람과 사랑에 상처받는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빈자리는 채워지는 것이다. 121쪽

 

마음의 겨울마저 떠날 보낼즘 만나게 된 책, 상처 하나 위로 둘.



한참 아플 때는 같이 울어줄 책이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면 울음과 함께 슬픔도 잦아든다. 그럴때는 갑작스럽게 분위기를 바꾸는 것 보다는 차분하게 빛으로 이끌어주는 책이 간절해진다. 빛이라는 것은 새로운 사랑도 아니고, 그저 시간에 몸과 맘을 내 맡기는 것도 아니다. 적당한 위로와 함께 약간의 추억을 꺼내어도 더이상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저자이름이 '동그라미'다. 저자 약력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평범한 문장을 써 내려가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라고. 사실 평범하다는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얘기며 동시에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목차만 봐도 힘이 된다. 나의 아픔을 들어준다는 챕터1, 나의 아픔을 위로로 대신해주겠다는 챕터 2. 그리고 마지막은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로 끝맺는다. 사람을 위로 할 줄 알고 들어줄 줄 아는 그야말로 사랑에 아파본 적이 있는 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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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에서는 명대사가 정말 많았다. OST도 드라마 못지 않은 인기가 있었는데 가수 에일리가 부른 '첫눈처럼 가겠다'란 곡이 특히 사랑을 많이 받았다. 마치 그 드라마와 노래가 배경처럼 들리는 듯한 글이 있다. '눈 내리던 어느 날'. 어느 시인은 비오는 것을 핑계로 전화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눈온다는 핑계로 연락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취할 수 없다. 그렇게 마음이 녹아내린다는 표현에 책을 들고 있던 내 손도 떨렸다. 비슷한 맥락에 '최고의 핑계'라는 글은 떨리는 손만큼이나 마음을 흔들고 지나갔다. 눈과 비만큼이나 괜찮은 핑계는 '연말'이다. 굳이 헤어진 연인이 아니더라도 연말을 핑계로 어정쩡한 관계의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그 최고의 핑계를 차마 연락할 수 없다는 말 끝에 '내 지난 사랑아'라고 적혀있었다. 내 지난 사랑아. 저자가 쓴 문장을 내 마음속에 꾹꾹 눌러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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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하나 위로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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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이목구비가 없어 표정을 알 수 없는 일러스트가 중간중간 등장한다. 표정이 없지만 분위기만 보더라도 어떤 표정인지 짐작할 수 있다. '늦은 밤'편에는 홀로 이불을 덮고 달뜬 하늘을 바라보는 여자그림이 그려져 있다. 가장 힘든 시간이 어쩌면 깊은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실연하고도 학교를 다녀야 하고 직장에 나가야하는 처지가 안타까웠는데 오히려 그럴 수 있는 상황이 견딜만 한다는 것을 이제사 깨닫는다. 그렇게 '오늘도 내 새벽에는 당신이 있다. (96/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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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처럼 과하지 않아 더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런 책을 읽을 때 만큼은 그야말로 이 세상에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나혼자뿐이 아니란 사실에 조금 기쁘기까지 하다. 그리고 언젠가 덤덤해지는 날, 이 책에 적힌 내용들에 낯간지러움을 느끼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믿고 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좀만 더 이 새벽 그와 함께 이 책이 내 곁에 있을 것 같다.



내용도 구성도 참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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