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일기 카프카 전집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유선 외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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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일기 전집6권


누군가의 일기를 읽는다는 것은 상대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하다. 물론 훔쳐본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바람직한 행위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일기를 쓴 본인이 우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준다는 것, 이것은 어쩌면 상대가 나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치 백남준의 버마체스트의 열려진 서랍장을 보며 소통을 중시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카프카의 '변신'이란 작품은 그 어떤 작품보다 저자의 내면, 사회를 바라보고 타인을 응시하는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카프카의 일기는 그런점에서 다른 문인들의 일기와 차별점을 갖는다. 일상이 아니라 작품의 초고가 들어있을 뿐 아니라 소설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내용을 일기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소소한 즐거움이라던가, 역시 카프카도 우리처럼 보통사람이구나 하는 안도감 혹은 공감요소는 덜 느끼게 된다. 하지만 때로는 완벽하게 나와 다른 천재들의 머릿속이, 그 가슴속이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보기에 따라서는 현명한 편이었다. 매순간 죽을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912년 3월 18일 (본문 336쪽)

우리의 삶을 치열하게도, 또 치졸하게 만드는 이유는 단 한가지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왔다. 그런점에서 카프카의 소설이 그토록 난해하면서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죽음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죽을 준비가 되어있는 이유가 바로 적혀있는데 그것이 모든 일을 마치고 가뿐한 상태라서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언젠가 그 일들을 해낼 거라는 희망조차 가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에 늘 조바심내고 시간이 흐르는 것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조금 평안해졌다.

카프카의 일기 속에는 그의 일기만 들어있지 않다. 타인에게 보낸 편지와 서두에 밝힌 것처럼 작품 초고도 있고 심지어 다른 문인들의 편지와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카프카란 사람의 블로그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읽을수록 하루 하루의 글들이 그대로 작품이 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카프카니까, 그의 작품을 앞으로도 더 읽어보고 싶으니 어쩔 수 없다. 누군가의 일기는 공감보다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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