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 중동을 들여다보는 창
캐런 엘리엇 하우스 지음, 빙진영 옮김, 서정민 해제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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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을 들여다보는 창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는 세계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전제군주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알 사우드 왕가가 80여년 전 집권 한 이래 이어져 오고 있다. 알 사우드 왕가는 현재 뿐 아니라 현대사에서 가장 성공한 그리고 부유한 가족기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예로부터 왕들은 대다수가 다산이 의무인 것처럼 많은 자녀를 두었고 알 사우드 왕가도 마찬가지다. 왕족의 피를 물려 받은 왕자들만 해도 수천명으로 얼핏보면 절대왕권을 누리는 사람도 그에 비례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정권을 이어받거나 그 실세로 군림하는 왕자는 극소수며 중심에서 밀려난 왕자들은 여성이나 소수자들에 비해 형편은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나은 편이지만 자유롭지 못하고 자신의 열정을 맘껏 드러낼 수 없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저자가 만난 압두라왕의 조카 압둘라 빈 무사드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는 사우디의 유일한 스포츠인 축구를 좀 더 대중화시키고 현대화 시키기 위해 협회를 만들고 노력했지만 TV중계권을 비롯 기타 부차적인 부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다른 친인척들의 협조를 얻지 못해 결국 취미로 미식축구를 관람하는 체념상태에 빠져있다. 이에따른 왕가 내부의 분열도 만만치 않지만 더 큰 문제는 다양한 이유로 정부에 반감을 품은 세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에도 여성이나 소수자들을 탄압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오일머니를 적당히 분배하는 등의 호혜정책으로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실이 제시한 비전2030 프로젝트를 보면 사우디 수입의 90%에 해당하는 오일과 천연가스 중 오일사업에 의존도를 낮추고 비석유 부문 국가 수입을 6배나 확대하자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문서상으로만 보면 지극히 현명한 방안이며 꼭 필요한 사안이다. 게다가 국가 사업 중심에서 민감 부분으로 전화 시키자는 의도도 희망적이긴 하다.  겉으로 보이는 경제적체과는 달리 왕실에서 반정부 세력 및 시아파를 대하는 정책은 결코 자비롭지도 현명하지도 못했다. 반정부 세력의 소동을 잠재우기 위한 방법 중 그들이 선택한 것이 다름아닌 '처형'이기 때문이다. 기어이 2015년 9월에는 왕실 내 고위 세력의 한 왕자가 국왕 교체 서한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표면적으로 보이는 사우디라는 나라의 모습이다. 저자가 발로 뛰며 취재해온 내용은 결코 이정도 수준에서 멈추지 않는다.


지적이고 창조적이며 사려 깊은 사우디인들이 털어놓기를, 성별이나 나이, 출생에 상관없이 열정을 억눌러야 하고 구속받는 삶에 숨이 막힌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미라만 가득한 박물관을 탐험하는 기분이 든다. 201쪽

현재 사우디의 가장 큰 위협은 이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란은 석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할 뿐 아니라 지형적으로 봤을 때 유럽과 아시아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하면서 실크로드의 중심지이자 고대 및 중세 문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을 대응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2030 비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야 가능한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국가사업에서 민간사업이 주축이 되기 위해 전환되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자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보조금에 익숙해진 사우디 국민들에게는 반가운 이야기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열악한 환경의 근무지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사우디는 법규가 개선되어야만 가능한 이야기며 투자를 받는 것 역시 현재 법령이 개편된 이후에나 가능하다. 하지만 2030비전이 회의적일 뿐 실제 사우디의 영향력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만 보더라도 원유 수요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을 사우디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등 우리와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비전이 아니라 종교를 포함한 소수자들과 여성들의 인권을 제대로 정립하고 왕실내의 분란을 잠재우는 측면에서의 노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축약할 수 있다. 돈을 쥐어주면서 성난 민심을 잠재우는 방식으로는 더이상 현상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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