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
쑨자오룬 지음, 심지언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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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뒤늦게 과학을 배우면서 느끼게 된다. 학교 다닐 때는 이해하기가 그토록 어렵던 과학이 꽤 시간이 흐르고서야 과학과는 절대 친해질리 없다고 장담한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부담없이 다가온다면 그것이 주는 재미를 맛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나이, 이 나이에 과학을 배우고 아이들에게 과학을 알려주게 되는 일상이 나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과학을 알려하면 할 수록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벽에 한계를 알게 된다. 과학만큼 깊이 있는 학문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 깊이를 알고 싶어 찾으면 찾을수록 점점 더 깊어지는 것에 놀라며 조금 더 나에게 과학을 체계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물론 지루함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책을.

 

 <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는 그 두께에서 나를 주눅들게 했지만 빳빳한 종이 재질로 나를 유혹해서 넘기게 만들더니 무수한 이미지와 그 이미지가 모두 선명한 칼라여서 좋다고 키득거리며 사진을 먼저 보고 글을 읽기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책장이 꽤 많이 넘어가서 스스로를 놀라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가 중국사람이라서 그런가. 책은 기존의 과학 역사서와는 달리 중국의 과학을 이야기 함에 비중이 높다. 중국 상고시대의 우주관부터 인쇄술, 나침반의 발명등 중국의 과학을 잘 몰랐던 내게 흥미있게 책을 읽게 해주었다. 기원전 7000년 경부터 첨단과학의 탄생까지 책은 담고 있다. 어쩜 이리도 꾹꾹 눌러담을 수 있었는지 저자의 인내와 깊은 지식 방대한 자료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책을 꼼꼼히 읽지 못했지만 이런 좋은 책의 묘미는 책장보다 침대 가까이 두고 혹은 일할 때 가까이 두면서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찾아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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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걷다 - 2009 경계문학 베스트 컬렉션 Nobless Club 11
김정률 외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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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경계문학이라는 장르를 알지 못하면서도 이 책을 택한 것은 순전히 제목때문이었다.  꿈을 걷다, 내게는 새벽 산책이 꿈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낮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길이 푸른빛이 감도는 새벽이면 청아한 바람과 깨끗한 공기로 인해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지고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있다는 생각에 마치 꿈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책의 제목에서 기대했던 것은 아마도 새벽녘의 아련함이었을 것이다.

 

 읽는 동안 아련해지기도 했으며 애틋해지기도 하였다면 이 책에 실린 12명의 작가에게 미안함을 전해야 하는 것일까? 경계문학이란 장르를 찾아보지도 않고 읽어 내려간 책은 경계문학이 무협과 판타지 장르를 혼합해놓은 것임을 <이계의 구원자>를 통해 어렴풋이 알게되었다.

 

 <이계의 구원자>로인해 경계문학이란 장르가 그저 무협장르의 다른 이름이라는 생각에 살짝 실망한채로 <구도>를 읽기 시작했는데 벚꽃 날리는 계절이어서 일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그저 참 예쁘다는 말이 나올만큼 아름다운 글이었다고 할까? 와호장룡이란 영화를 볼 때 검술마저 아름답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검술에 가슴이 아릿해진다. 무협이란 장르를 그다지 접해보지 못한 내가 이런 서정적인 글이 숨쉬는 무협이라면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구도>는 읽는 동안 아름다운 꽃잎들이 날릴 것만 같고 봄비마저 안타까워 내리지 못하고 그저 바람에 꽃들만이 휘날릴 것만 같은 그런 이야기였다.

 

 12명의 13개의 단편이 실린 이 책은 맛을 짐작할 수 없는 꽁꽁 감싸있는 사탕통을 받은 듯한 기분을 들게한다. 읽지 않고는 알 수 없을 것이라며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편들은 만날 때마다 다른 무언가를 내게 선물한다. 그저 무협장르를 머리 식히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내게 이 책은 그 생각이 틀렸음을 알려주었다. 인생을 이야기함에 있어 전혀 부족함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들 앞에 가슴에 바람이 불기도 했고 책을 덮고 한동안 생각에 잠기기도 했으며 혼자서 키득거리며 웃기도 했다. 어떤한 것이든 편식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무협 혹은 판타지 장르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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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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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가방 속에서 3주간 나와 함께 했다. 니체의 책을 읽을 때 말고는 이리 긴 기간은 처음인지도. 3주를 같이 보냈음에도 책의 2/3는 오늘 하루만에 읽었으니 나머지 긴 시간동안 책의 첫 부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분명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같은 글자인데 이해가 되지 않음을 이상하게 여기며 읽은 부분을 또 읽는 경우도 허다했다. 문제는 읽은 부분을 반복해서 읽었음에도 그것을 눈치채는데 오래 걸린다는 것. 이 책은 내게 읽혀진 시간보다 내게 생각할 시간을 더 많이 주었는데 책의 몇 페이지 읽는 날이면 그 장면을 내 삶 속에 집어넣게 된다.
 

 나는 어떨까?

책을 읽는 내내 나라면, 그 일이 이 사회에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죽음' 이 중지된다면!!! 그 다음날 아무도 죽지 않는 일이 벌어진 사회의 모습은 이 일이 현실이 된다면 나 역시 누군가처럼 국경을 넘게 되지는 않았을까. 죽음이 멈춰졌다라는 사건에 처음 든 생각은 그럴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었다. 노인 인구의 증대라는 생각을 하기에는 생각이 짧았으며 그저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장수를 원해왔으니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의 끔찍함은 생각지도 않은 채.

 

 죽음이 중지되었다, 한 사회에서 죽음이 중지되었다. 누군가도 죽을 수 없다. 죽은 목숨이 분명한데도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그 사람에게 형벌이 될 수 있는지 책을 보며 알게 된다. 죽음에 자유를 붙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마는 것이다. 죽을 수 있는 자유, 죽음을 선택하는 자유와는 다른 그 무엇이 죽을 수 있는 자유에 있다.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언젠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는 것을 그것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자유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알게되었다. 죽음은 그저 당하는 것이라고만 여겼던 내 생각은 얼마나 얄팍했던가. 솔직히 지금도 내게 죽음은 낯설고 어렵다. 죽음이란 단어 앞이나 뒤에 자유를 붙여봤지만 그것에 대해 설명을 덧붙이는 일이 참으로 힘들다. 하지만 책은 내내 생각하게 한다. 당신이 죽음의 자유를 가지지 못한다면에 대해, 죽음에 대해, 죽음의 실체에 대해서.

 

 내게 이 책은 참으로 어려웠다. 주제 사마라구의 '눈 먼자들의 도시' 만큼 나를 흡입해주길 원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겉돌고는 만다. 몇 번을 반복해서 읽으면 이 책을 이해할 것인가. 몇 번을 읽으면 이 책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펼쳐보아야 할 책이다. 그리고 책을 읽은 이들과 대화를 나눈다면 참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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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의 연인 올랭피아
데브라 피너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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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네라는 이름을 듣지 않고 학교 미술 시간을 보낸 사람이 있을까? 그림을 잘 모르는 내게도 익숙한 이름의 마네라는 화가 그의 이야기를 만났다.  마네를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이 책을 고른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 한 것은 아무래도 스캔들 혹은 그의 연인이란 올랭피아라는 인물 때문이었다. 한 시대를 주름잡은 화가의 삶을 변화시켰을 여인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내게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팩션 소설들은 읽는 동안 그러지 않으려 해도 마치 이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났을 것이라고 믿게 한다. 책 속에 나오는 당시의 유명한 소설가, 화가를 비롯한 왕족이나 예술가들의 이름이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했기에 더욱 이 이야기가 현실이었을지도 모른다며 혼자서 다리를 흔들며 흥분하고 만다.

 

 책의 스토리는 제목 그대로 마네와 그의 연인 빅토린에 대한 것이다. 400 페이지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둘의 사랑은 험난하고 파란만장하다는 말로 설명하면 될까? 상류층로 올라가려는 빅토린의 끝없는 욕망과 도전 그리고 방황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그녀란 인물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기도 하고 가끔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도 했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하기도 한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마네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분명 주인공들의 사랑이 파란만장함에도 왜 빠져들지 못하는 것일까란 의문을 품으며 책장을 넘겼었다. 현실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함에도 그들의 사랑에 두근거리지 못함은 마네의 그림을 모르기 때문일까? 주인공들의 심리묘사가 더욱 많았다면 그들의 사랑에 나도 빠질 수 있었을까? 스토리 전개가 빨랐다면 가능했을까? 책을 지루하게 읽은 것은 아닌데 공감을 형성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책에서 보여준 프랑스의 상류층 생활과 곳곳에 숨겨진 마네의 그림만으로 책은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네가 중심축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될 거란 내 생각과는 달리 빅토린이 중식축이 되자 그녀의 삶에 경의는 표하지만 동질감을 느낄 수 없어 내가 겉도는 느낌으로 책을 본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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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느끼는 낙타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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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그 속에서 이야기를 듣는다. 사막의 모래가 깔깔하게 입 안을 채워도 뜨거운 햇살이 눈을 감게 해도 차가운 밤의 기운이 내 몸을 떨게 만들어도 귀를 쫑긋 세운다.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여우처럼.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나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사막, 오르탕스 블루
 

 내게 사막은 어떤 곳인가. 가보지 못하였기에 사막은 호기심을 넘어 두려운 곳이었고 한 소설로 인해 사막은 너와 나의 경계로 인해 생긴 하나의 섬이었으며 다른 소설을 통해서 사막은 정작 그 정점에서는 비어있는 공간으로 다가왔다. 사막은 쓸쓸하고 황량하며 뒤돌아 걸어서야 겨우 그 외로움을 달랠만큼의 고독한 공간이었다. 그런 사막이었것만 사막에서도 청량한 비가 내리고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별들이 뜬다는 것을 싼마오 작가가 알려준다.

 

여기서는 모래 한 알, 돌멩이 한 개도 귀하고 사랑스럽다. 날마다 해가 뜨고 지는 광경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그 생생한 얼굴들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릴 수 있겠는가? -p.31

 

 숱한 것이 모래라고 해서 발에 채이는 것이 돌멩이라고 해서 그것이 소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람 많은 세상에서 산다고 하여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고 혼자서만 살겠다고 다른 이의 어깨를 쳐도 발을 밟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으로 변하는 스스로를 깨닫게 된다. 저자가 사막을 헤치며 거북이보다 느리게 걷는 듯한 사람을 태워줄 때의 환한 얼굴이 가슴을 발그레하게 만들며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사람이란 서로를 말할 수 있을 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가 들려주는 사막 이야기의 처음은 아침에 뜨는 해를 떠올리게 했다. 출근 할 때 바다를 출렁거리며 뜨는 해는 얼마나 매력적이며 절로 웃음짓게 하는가. 뜨겁지 않지만 추웠던 밤을 녹일만한 충분한 따뜻함이 아침 해에 있는 것처럼 책에서 처음 받은 인상은 삶을 살아나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따뜻함 그리고 소소한 웃음이었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과의 차 쟁탈전은 얼마나 귀여운지.

 

 사막의 이야기가 계속 될수록 가슴 속에 사막의 바람이 아프게 불어온다. 모래 바람이 가슴을 스쳐 따갑게 하고 길을 가다 돌멩이에 넘어져 피가 흐르기도 하며 물이 있을거라 믿으며 걸어간 곳에서 물을 찾지 못해 그 신기루 앞에서 그만 주저앉아 울고 만다. 신기루, 믿었던 것과 존재하는 것의 공간은 얼마나 떨어져 있길래 이토록 가슴을 저리게 하는 것인가. 노예와 전쟁 그리고 그 속에서의 사람, 사랑은 얼마나 나를 외롭게 만드는가. 저자가 그저 사막의 일상을 이야기한 것이라 믿어던 책은 사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라는 사람이 중요한 것이었음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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