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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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가방 속에서 3주간 나와 함께 했다. 니체의 책을 읽을 때 말고는 이리 긴 기간은 처음인지도. 3주를 같이 보냈음에도 책의 2/3는 오늘 하루만에 읽었으니 나머지 긴 시간동안 책의 첫 부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분명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같은 글자인데 이해가 되지 않음을 이상하게 여기며 읽은 부분을 또 읽는 경우도 허다했다. 문제는 읽은 부분을 반복해서 읽었음에도 그것을 눈치채는데 오래 걸린다는 것. 이 책은 내게 읽혀진 시간보다 내게 생각할 시간을 더 많이 주었는데 책의 몇 페이지 읽는 날이면 그 장면을 내 삶 속에 집어넣게 된다.
 

 나는 어떨까?

책을 읽는 내내 나라면, 그 일이 이 사회에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죽음' 이 중지된다면!!! 그 다음날 아무도 죽지 않는 일이 벌어진 사회의 모습은 이 일이 현실이 된다면 나 역시 누군가처럼 국경을 넘게 되지는 않았을까. 죽음이 멈춰졌다라는 사건에 처음 든 생각은 그럴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었다. 노인 인구의 증대라는 생각을 하기에는 생각이 짧았으며 그저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장수를 원해왔으니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의 끔찍함은 생각지도 않은 채.

 

 죽음이 중지되었다, 한 사회에서 죽음이 중지되었다. 누군가도 죽을 수 없다. 죽은 목숨이 분명한데도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그 사람에게 형벌이 될 수 있는지 책을 보며 알게 된다. 죽음에 자유를 붙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마는 것이다. 죽을 수 있는 자유, 죽음을 선택하는 자유와는 다른 그 무엇이 죽을 수 있는 자유에 있다.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언젠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는 것을 그것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자유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알게되었다. 죽음은 그저 당하는 것이라고만 여겼던 내 생각은 얼마나 얄팍했던가. 솔직히 지금도 내게 죽음은 낯설고 어렵다. 죽음이란 단어 앞이나 뒤에 자유를 붙여봤지만 그것에 대해 설명을 덧붙이는 일이 참으로 힘들다. 하지만 책은 내내 생각하게 한다. 당신이 죽음의 자유를 가지지 못한다면에 대해, 죽음에 대해, 죽음의 실체에 대해서.

 

 내게 이 책은 참으로 어려웠다. 주제 사마라구의 '눈 먼자들의 도시' 만큼 나를 흡입해주길 원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겉돌고는 만다. 몇 번을 반복해서 읽으면 이 책을 이해할 것인가. 몇 번을 읽으면 이 책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펼쳐보아야 할 책이다. 그리고 책을 읽은 이들과 대화를 나눈다면 참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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