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는 낙타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사막 그 속에서 이야기를 듣는다. 사막의 모래가 깔깔하게 입 안을 채워도 뜨거운 햇살이 눈을 감게 해도 차가운 밤의 기운이 내 몸을 떨게 만들어도 귀를 쫑긋 세운다.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여우처럼.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나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사막, 오르탕스 블루
 

 내게 사막은 어떤 곳인가. 가보지 못하였기에 사막은 호기심을 넘어 두려운 곳이었고 한 소설로 인해 사막은 너와 나의 경계로 인해 생긴 하나의 섬이었으며 다른 소설을 통해서 사막은 정작 그 정점에서는 비어있는 공간으로 다가왔다. 사막은 쓸쓸하고 황량하며 뒤돌아 걸어서야 겨우 그 외로움을 달랠만큼의 고독한 공간이었다. 그런 사막이었것만 사막에서도 청량한 비가 내리고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별들이 뜬다는 것을 싼마오 작가가 알려준다.

 

여기서는 모래 한 알, 돌멩이 한 개도 귀하고 사랑스럽다. 날마다 해가 뜨고 지는 광경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그 생생한 얼굴들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릴 수 있겠는가? -p.31

 

 숱한 것이 모래라고 해서 발에 채이는 것이 돌멩이라고 해서 그것이 소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람 많은 세상에서 산다고 하여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고 혼자서만 살겠다고 다른 이의 어깨를 쳐도 발을 밟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으로 변하는 스스로를 깨닫게 된다. 저자가 사막을 헤치며 거북이보다 느리게 걷는 듯한 사람을 태워줄 때의 환한 얼굴이 가슴을 발그레하게 만들며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사람이란 서로를 말할 수 있을 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가 들려주는 사막 이야기의 처음은 아침에 뜨는 해를 떠올리게 했다. 출근 할 때 바다를 출렁거리며 뜨는 해는 얼마나 매력적이며 절로 웃음짓게 하는가. 뜨겁지 않지만 추웠던 밤을 녹일만한 충분한 따뜻함이 아침 해에 있는 것처럼 책에서 처음 받은 인상은 삶을 살아나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따뜻함 그리고 소소한 웃음이었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과의 차 쟁탈전은 얼마나 귀여운지.

 

 사막의 이야기가 계속 될수록 가슴 속에 사막의 바람이 아프게 불어온다. 모래 바람이 가슴을 스쳐 따갑게 하고 길을 가다 돌멩이에 넘어져 피가 흐르기도 하며 물이 있을거라 믿으며 걸어간 곳에서 물을 찾지 못해 그 신기루 앞에서 그만 주저앉아 울고 만다. 신기루, 믿었던 것과 존재하는 것의 공간은 얼마나 떨어져 있길래 이토록 가슴을 저리게 하는 것인가. 노예와 전쟁 그리고 그 속에서의 사람, 사랑은 얼마나 나를 외롭게 만드는가. 저자가 그저 사막의 일상을 이야기한 것이라 믿어던 책은 사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라는 사람이 중요한 것이었음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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