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루이로 설정된 인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유형이다. 외국에서 부모와 살다가 귀국한 후 사립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잠시 일반초등학교에 적을 둔다는 설정은 충분히 있을 법한 얘기이다. 게다가 어린이답지 않은 배짱(백지시험지 제출)과 짱짱한 지식(미래의 대체식량인 곤충에 대한 이해)을 갖춘 아우라 넘치는 설정도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일까. 주인공 오윤기보다 장루이가 주인공처럼 돋보이고 오윤기는 빛나는 조역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억에 오래 남는 인물은 굵직한 성격의 장루이가 될까, 하나씩하나씩 성장해가는 오윤기가 될까. 아무래도 장루이가 되지 않을까. 제목도 그렇고.

 

 

하루하루 길고 긴 학교생활에서 친구 하나 없는 어떤 아이가 있다. 친구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아이를 도와줄 방법이 거의 없다. 친구를 만들어주기보다 차라리 내가 그 아이의 친구가 되는 편이 빠를 수도 있다. 책이 무슨 방법이 될까 싶어 이 책을 읽었는데, 아무래도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배경이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장루이나 오윤기는 둘 다 좋은 부모를 두고 있고, 문제라면 두 아이가 친구가 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오윤기에게는 주변에 친구가 되어주는 아이들이 여럿 있으니 설사 장루이가 친구로 남지 않는다 해도 크게 상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행히 둘은 아름다운 우정을 쌓는 친구가 된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떨어져 조부모와 함께 살아온 아이는. 우선 옆에 부모가 없고, 함께 어울릴 학교 친구가 없다. 공부에 관심이 없으니 성적따위 아무래도 좋고, 그저 자기방에서 휴대폰이나 들여다보는 걸 낙으로 삼고 있다. 친구를 만들려는 적극적인 의지도 없으며 그저 친구 없는 것을 슬퍼할 따름이다. 아무런 꿈도 욕심도 취미도 없는 무기력으로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일과에 조용히 적응하고 있을 뿐이다. 과연 이 아이에게 이 책을 주고 읽으라고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있구나, 하는 정도의 기쁨이라도 느낄 수 있으려나? 소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어떤 아이에게는 이 책이 잔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책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내 마음도 안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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