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평가단 10기 활동을 마무리합니다.
일 년 동안 신간평가단에서 활동했다. 따끈따끈한 신간 서적을 공짜로 받아보는 맛은 별미였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읽어보고 싶은 책이 선정되었을 때는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으며, 즐거울 일이 별로 없는 일상에서 이런 책들은 박카스 같은 청량제 구실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갈수록 리뷰 쓰기가 만만찮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지난 해 10월, 무릎인대가 늘어나고 그 여파가 드디어는 족저근막염까지 몰고왔다. 여러 군데의 병원 치료도 그때뿐이어서 오늘은 큰마음 먹고 멀리 있는 전문한방병원에 다녀왔다. 통증이 심한 건 아닌데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출근의 유일한 목적인 퇴근 산책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굉장히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때부터였으리라. 걷는 게 시원찮아지면서 삶도 쓸쓸해졌고 리뷰쓰기도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평소 지론인 <걷듯이 읽고, 읽듯이 걷고>를 철저히 실천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언행일치의 완벽한 삶을 구가하고 있다니...겨우 산책 정도 가지고 이렇게 앓는 소리를 하게 되는 게 좀 부끄럽긴 하지만.
하여간 걷는 것이 시원찮아지면서 리뷰 쓰기가 숙제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다. 글을 제대로 쓰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숙제는 해야 한다는 강박이 더 심했다. 타고난 성실성이 미적 감수성과 예술적인 노력에 앞섰다고나 할까. 재미 보다 성실성이 앞서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님을 절감하며 꾸역꾸역 10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리뷰를 쓰고, 11기 신간평가단에는 일말의 희망도 품지 말자고 생각했다.
속절없이 비처럼 떨어져 내리는 벗꽃을 물끄러미 지켜보듯, 눈 앞에서 스치고 지나가는 신간평가단 공지는 내 굳은 의지와는 별도로 내 마음 한 구석을 쓸쓸하게 적셔왔음을, 그래서 이 짧은 봄이 더 아쉬웠음을 숨기고 싶지 않다. 허나 숙제에서 벗어나니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다.
그러면 마지막 미션!
1) 10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좋았던 책으로는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를 꼽고 싶다. 내가 호주를 여행한다 해도 절대로 이런 책을 쓸 수 없기에.
2) 10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베스트 5:
이 책에 소개된 <나스타샤>라는 소설을 만날 수 있었다.
일상의 삶에 대한 어떤 통찰 같은 게 느껴졌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는 책.
새삼 내게도 이상형의 인간이 있었으니, 그 이름 호시노 미치오!
무라카리 하루키의 책 중에서 기대에 못 미친 책이라 골라보았다. 기대에 못 미친 책이어도 선정되다니 무라카미는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