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가다듬어 깔끔하게 엮어간다거나, 훗날 여행할 사람을 위한 배려같은 거, 사진 따위 올리는 거, 안 하기로 한다. 그냥 되는대로 쓰고자 한다, 우선은.(프란시스 자비에르에 관한 책을 읽기전에는 쓰지 않으려고 했다. 일단은 주문을 넣었으니...)

 

한 시절을 주름 잡았던 옛 도시인 말레이시아의 말라카에서 3박 4일을 보냈다. 말라카의 분위기는 중국 운남성의 리장과 인도의 유명 관광지를 반씩 섞어놓은 듯하다. 여기서 잠시 또 혼란스러워진다. 쿠알라룸푸르의 차이나타운이 홍콩과 인도를 합쳐놓은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이런 생각이 여기에 끼어든거다. 하여튼 말레이시아는 이것과 저것이 묘하게 섞여있다보니 여기가 저기 같고 저기가 여기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말라카에서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더위에 지칠 때쯤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짧은 기간에 영화 두 편을 보기는 아마 난생 처음이지 싶다. 여행이니까 가능한 얘기지만.

 

 

 

 

영어로는 The Great Magician 이다. 위 포스터의 인물 중 가운데 있는 배우가 눈에 많이 익었는데 누군지는 모르겠다. (이런, 양조위도 몰라보다니...2014.7.21) <화양연화>에 나왔던 배우 비슷하기도 한데(약간은 안성기 분위기나 난다), 홍콩 영화를 그닥 즐기지 않는 편이라 이쪽으로는 좀 무지하다.

 

초반무렵, 눈을 지그시 감고 짧고도 강렬한 단잠으로 여행의 피로를 풀고 있는데 어느 순간 옆에 앉아있는 딸내미가 나의 달콤한 단잠을 깨운다. 좀 창피했나?

 

아름다운 장면이 흐르고 있었다.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된 옛 연인 앞에서 펼쳐보이는 환상적인 마술 장면이었다. 한 폭의 여인 그림이 순간순간 바뀌면서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그저 마술적이라고 밖에는, 동양적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내겐 없으니...안타깝다. 그 장면을 보여줄 수 없어서.

 

만화같은 영화지만 나름 재미있고 유쾌했다. 이런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상영되면 좋으련만 돈에 눈 먼 사람들이 거기까지 생각하리오.

 

 

 

 

 

영어 제목은 I Love Hong Kong. 이다. 포스터 색깔하며 무슨 캬바레 전단지 같은 이 영화를 뭐 알고 봤으리오. 그런데 좌석이 없어 앞에서 두번째 자리에서 봤을 정도로 현지인들에게는 인기가 있었다. 내용은 전형적인 가족영화라는 것. 역시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는 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소재이리라.

 

자막이 세 가지로 나온다. 말레이어, 중국어, 영어. 그런데 영어자막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버린다. 왼쪽에서 읽기 시작하면 반도 못가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버린다. 이 사람들 영어 실력이 이 정도로 상당한 건 물론 아니겠지, 설마.

 

며칠 후, 홍콩에서 이 포스터와 또 마주쳤다. 이 동네(?)에만 흐르는 어떤 분위기가 감지될 것 같다. 헐리우드 영화에 폭 빠져있는 분위기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참고로 말레이시아의 영화관람비는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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