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그림 여행 나만의 완소 여행 2
최수진 글 그림 사진 / 북노마드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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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 위에서 힘이 솟는 사람이잖아." (p.168) 

이 책은 누구에게 잃히기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여행 기록을 남길 목적으로 쓴 것은 아닐까 싶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책은 나름 완성도를 갖춘 것 같다. 손으로 직접 그려 넣은 그림들도 앙증맞고 사랑스럽고 이쁘다. 감각을 자극하거나 생각을 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요소는 적어서 좀 아쉽지만 그건 그만큼 연륜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거니까 그것까지 기대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p.98) 고무나무 숲 ....고무나무. 은행나무나 가시나무에 비해 이름이 낭만적이진 않지만 음악 하는 분들,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세요...... 

위 아래 고무나무 그림 사이에 삽입된 위 글은 글 자체로는 별 것 아니지만 고무나무 숲을 그린 그림 속에서는 울림이 있는 말이다. 직접 그 페이지를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 참 사랑스럽다.

앞서 말했듯 울림을 주는 책은 아니지만 상큼하고 톡톡 튀는 맛은 일품이다. 이를테면, 

(p.81) ...완벽했다. 적어도 사고의 전환이 있기 전까지 이 방은 완벽했다. 전환은 회전문처럼 몇 단계를 거쳐 일어났다.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한 칸-어둠 속에서 통나무를 오르내려야 한다는 것!-, 형광등에 파닥대는 거대 나방의 물결에 또 한 칸, 게다가 창문 틈으로 계속 진입하려는 모습에 다시 한 칸..... 

 

이 책은 전체적으로, 여행이 중심이고 그림은 나중인 전반부와 그림 작업과 기록을 목적으로 한 여행기인 후반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후반부에 비해 전반부가 자연스럽고 여행의 흐름을 따라 읽어 나가는 맛도 좋다. 여행 보다는 일(작업)이 앞서는 여행기는 여행이 주는 일탈이나 우연 보다는 인위적이고 계획적 혹은 목적적이라서 그만큼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할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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