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 유재현의 아시아 역사문화 리포트, 프놈펜에서 도쿄까지 유재현 온더로드 1
유재현 지음 / 그린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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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시아를 제대로 혹은 바로 보기 위한 것인데 뒤집으면 미국 똑바로 보기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p. 87  킬링필드.....1978년부터 이루어진 대대적인 숙청으로 1만 5천여 명에 가까운 인명이 툴슬렝에서 목숨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44개월 동안의 민주캄푸치아 새대는 이 밖에도 2백만 명의 크메르인들이 목숨을 잃은 킬링필드는 오욕의 시대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이 수치는 오로지 반공주의의 산물이며, 실제로는 70~80만 명이었고 대부분의 사망자가 미군의 폭격과 전쟁으로 인한 농토의 황폐화, 농업 노동력의 극적인 감소에 따른 아사자였다. 또한 툴슬렝과 킬링필드는 1979년 캄보디아를 침략한 베트남의 선전 도구였다.

p.153  중국의 베트남 난민...은 1975년 베트남의 통일 직후부터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1979년 중국의 베트남 침공 전후 정점에 달했다. 난민 상태로 길게는 30년을 헤아리고 있는 것이다...30만을 헤아리는 중국의 베트남 난민은 현재 광둥, 윈난, 푸젠, 하이나, 장시, 광시 등 6개 지역에 분포된 194개의 난민정착지에서 30년의 세월을 거주하고 있다....지금도 여전히 난민으로 존재하고 있는 사실은 중국과 베트남 중 어느 나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심으로 애쓴 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p. 173  마약 문제....는 미국의 군사적 간섭에 활용되어왔던 단골 빌미 중의 하나였다. 예컨대 파나마, 콜롬비아, 예전의 베네수엘라와 같은 나라들은 마약 단속을 앞세운 미군의 침입에 속수무책이었으며, 심지어는 대대적인 공습조차 피할 수 없었다. 미국의 허수아비였던 파나마의 노리에가는 용도가 폐기되었을 때 마약을 빌미로 미군의 손에 끌려가 미국 법정에서 심판을 받는 처지가 되기도 했다.

p.185   1980년대 중반 코카인을 미국의 대중적인 마약으로 만든 것은 결국 미국 자신이었다. 골든 트라이앵글이 전세계 아편 생산의 60~70%에 이르는 대규모 산지로 발달하게 된 기반을 조성한 것도 미국이었다. 프렌치 커넥션과 손을 잡고 헤로인을 전쟁터에 끌려나온 미군 사병들과 나아가 미국 본토로까지 배급한 장본인 또한 미국이었다. 아프카니스탄이 세계 최대의 아편 생산지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또 무엇 때문인가? 그런 미국이 40년 동안 끊임없이 부르짖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p.206  막사이사이...미국이 아시아에서 발탁했던 인물들, 예컨대 이승만과 응오딘지엠에 비교한다면 (그는) 그 중 최고의 인물로 손색이 없었다....조지프 에스트라다와 함께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단 두 명의 평민 중 하나였다...그는 완고하고 강직한 친미 반공주의자였다.그는 식민지 지주계급이 토지개혁에 저항하며 농민들을 살해하고 수탈했던 필리핀을 군사적으로, 정치 경제적으로 예속시킨 미국을 외면했다. 그는 공산주의가 농민들 속에 뿌리를 내린 이유를 무시하고 공산주의를 군사적으로 섬멸하는 데 앞장선 맹목적 파시스트였다. 그는 본질적으로는 그의 전과 후에 존재했던 필리핀의 대통령들과 다를 바 없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대만의 2.28(얼얼빠)에 관한 부분을 읽다가 좀 부끄러웠다. 대만에 지우펀 혹은 주펀이라고 발음하는, 바다와 섬이 무척 아름답게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 같은 곳이 있다. 영화<비정성시>를 이곳에서 찍어서 더 유명해진 곳인데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상점이 즐비하고 곳곳에 자리잡은 고풍스러운 찻집 또한 매력적이어서 아름다운 전망을 바라보며 홀짝이는 차 맛은 정말 대만 여행의 백미였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렇게 한 대만여행은 겨우 반쪽짜리 여행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우리의 5.18보다 더 모질고 질긴 38년간의 침묵을 지켜온 2.28 (양민학살)이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이다. 벼르고 벼르는 영화 <비정성시>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한가지 더, 아시아 여행은 그 땅에 씌어진 비밀스럽고 해묵은 역사와 이름 모를 민중들의 희생을 모른다면 제대로 된 여행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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