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플을 하다보면 가끔 '마니아가 되었다'는 메시지가 뜬다.

이게, 그러니까, 몇번 포스팅이나 뭐, 읽고 싶은 책에 표기한다거나, 몇권 구입하거나, 뭐, 여튼 몇번 다루다보면 마니아 '딱지'가 붙는듯하다.

이게 나는 영~ 어색하다. 이질적이다. 나와 마니아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천생이 매니악스러울 수 없는 인간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기본적으로 마니아가 되기 위해선 집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착없이 마니아가 될 수도 있는가?

나는 그런 집착을 가져본적이 없...........아니, 책은 어쨌든 나의 집착대상이긴 한건가, 평생을 책과 관한한 떨어져본 적은 없으니까... 그래도 책마저도 매니악스러울만큼, 극성스러울만큼 욕심부려본 적이 없다.

도서관에서도 빌려보고, 없으면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 넘어가기도 잘하고 설렁설렁, 만사 극악스러워본적이 없이 살아온 인간이다. 마니아와 관련해서 내가 쓰는 단어들을 보면 마니아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수준을 알 것이다.

알라딘 북플에서 알려주는 마니아 수준이란것이, 당신은 이러이러한 것에 쬐끔 관심이 있구만, 이런 메시지라는 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마니아 메시지가 뜨면 웃음이 나온다. 뭣이라고, 내가 마니아라고, 라고, 라고라? 아녀,나는 ~의 마니아가 아니여, 그러니 나를 그렇게 부르지말아줘, 라고 사정이라도 하고 싶다.

 

오늘 아침 알려온 메시지는 내가 우치다 타츠루의 마니아가 되었다는 거였다.

우치다 타츠루의 책 중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책은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 다.

읽은 책이라곤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가 전부이며 그 외 몇편의 글이 전부다.

심지어는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도 다 읽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하루키(게다가 하루키 관련 페이퍼가 제일 많은데 나는 아직도 하루키 마니아는 아니다)  관련해서 참고서적을 몇권 읽다가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한문장 때문에 우츠다 타츠루를 다시 보게 생겼다.

[하루키 씨-]에도 실렸는데, <힘들 때 스승에게 기대기>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하루키의 문학적 성숙은 '남성적, 영웅적 주체의 유연화, 여성화'라는 궁극의 주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요?"(93)

 

라는 문장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

제목 '스승에게 기대기'의 스승은 엠마누엘 레비나스인 모양이다.

이글에서 우치다는 레비나스의 사상에 기대 하루키가 그동안 한번도 다뤄보지 않은 '엄마되기'([1Q84] 3권에서 아오마메는 임신하게 되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덴고와 함께 1984의 세계로 돌아간다- 물론 분명하게 돌아간 그곳이 1984인지 모호하게 묘사하지만 어쨌든 달은 정상적으로(?) 하나인 세계)가 나온점에 주목한다.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으로 하루키의 소설도 독파해보고자 하는 모양인데 아직 더 진전된 글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우치다는도 아직 쓴 것 같지는 않다., 아니, 내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고.

하루키부터 그 이후 진전시키지 않았으니까('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도, 여자가 없는 남자들도, 최근작 기사단장 죽이기도 아마 마찬가지, 과거의 주제들이 반복될 뿐, 물론 조금씩 다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렵다]의 저자 가토 노리히로가 편집하고 일본의 대표적인 논객이라는 35명의 짧은 글들을 모은 [무라카미 하루키 1Q84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는 하루키 소설에 우호적인 자들과 무자비하게 욕하는 자들의 글이 한데 모여있는데 저 우치다의 '하루키의 문학적 성숙'에 관해 여지없이 뭉개는 글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하루키가 나이드니 무라카미 류가 되는' 현상을 지켜보게 됐다는 말(<무라카미 하루키를 둘러싼 피곤한 모험>,  다케우치 신)은 무라카미 류를 몰라도 어떤 의도로 쓰였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읽어본 게 전혀 없어서 다른 일본작가들과 함께 읽어볼까 한다.

일본문학쪽쪽은 주로 장르소설을 많이 접했고 다른 작가로는 소세키 외에 오에겐자부로, 그리고 몇 권 읽어본 게 전부라서 이번 기회에 일본작가 몇명도 읽어볼까 생각중인데 당분간은 딱히 마음이 가지는 않는다.

나카가미 겐지의 [고목탄]을 조금 읽어봤는데 흔히 말하는 포크너스러운 작풍에 그다지 끌리지는 않아서 지금 당장 읽을만한 것 같지는 않았다.

 

길어지는데, 우치다의 저 문장 때문에 우치다가 쓴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도 읽어보고 싶어졌다는 게 오늘 하고 싶었던 얘기다.

 

 

 

 

 

 

 

 

 

 

 

 

 

 

 

 

 

도서관에서 빌려다가 떡 펼쳐서 서문을 보는데, 마음에 든다. 읽어보고 싶다.

 

이책에는 레비나스의 '사제론', '타자론', '에로스론'에 대한 나읙 개인적 고찰을 담았다. 물론 레비나스의 '대양과 같은 예지' 중, 여기서 손댈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나는 레비나스라는 '레몬'의 껍질에 한 줄의 칼집을 내고, 거기서 스며나오는 향기를 맡고, '이런 향기가 '나요'라고 감상을 말하는 데 불과하다. 다른 사람들은 똑같은 향기에 대해 나와는 다른 인상을 말할 것이다. (중략)

 

 ... 이책은 오로지 스승의 예지를 칭송하기 위해서 쓰여졌다. 따라서 논술은 철저하게 레비나스를 '편들고 ' 있으며, 레비나스와 의견이 다른 사람, 레비나스를 비판하는 사람은 위험인물로 취급한다. 그런 점에서는 균형이 좋지 않은 책이다. 그렇지만 숭경의 마음이라는 것을 한번 품어버리면, 인간이란 좀처럼 냉정해지지 못하는 것이다. (서문)

 

 

우치다 다츠루는 팬심, 덕질로 글을 쓰는 사람인듯하다.

하루키에 대해서도 '편애하는 마음과 팬으로서'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으니.

레비나스에게 직접 배운 스승과 제자 사이도 아닌데 그냥 자신이 '숭경의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스승으로 삼은 것이다.

무릇 마니아, 팬심은 이 정도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레비나스와 의견이 다르거나, 비판하는 사람은 위험인물이라잖는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내겐 이런 팬심과 덕질이 없다.

온전히 풍덩 빠지지 못하고 언제나 거리를 두고 냉정하다. 마치 그러해야 한다는듯이.

최근에 포스팅을 내 나름대로는 '부지런히' 하려고 노력하면서 내가 쓴 글을 보자니 이렇게도 무미건조할 수가 없더라.

빠심을 가져본적 없는 나의 성향이 글에도 고스란히 배어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좋아지면 관심가지고 보긴 하지만 그것의 모든 걸 알고 싶거나 갖고 싶거나 하진 않는다 .

궁금증 이상을 넘어서진 못한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

 

 

레비나스 저작을 읽어본 적이 없고, 따라서 그가 어떤 철학을 베풀었는지 알길이 없지만 그리고 사랑의 현상학 같은 거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지만, 한번 읽어는 봐드릴라고.

현상학만 하더라도, 역자의 말에 따르면, 후설 - 메를로 퐁티의 '인식론적 현상'과 하이데거 - 사르트르의 '존재론적 현상학', 레비나스의 '윤리학적 현상학'으로 나눠보는데 뭔 말인지 알 수가 없고, '난해함이라는 말로 그것을 너무 쉽게 용서해서는 안된다'고까지 말하는 역자의 말을 굳이 곱씹어 보지 않더라도 쓰바, 제대로 읽을 수나 있을런지 모르겠다.

아, 쓰바, 왜 그렇게 어렵게 난리지롤이야

 

우치다의 서문 뿐만 아니라 역자 이수정의 옮긴이의 말도 제법 웃긴데,

번역하면서 한가지 특이한 사실이 느껴졌단다. 한 일본인이 리투아니아 출신의(처음 알았다) 한 유대계 프랑스인(역자가 화 낼만하잖아, 프랑스 철학자들의 '멋부리는 표현법'에 골탕 좀 먹어봤다면)에 대해 쓴 이 책을 독일철학을 전공한 한 한국인이 미국에 앉아 번역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읽어보고 싶게끔 펼쳐보이고 있지만 정작 한페이지 한페이지 잘 넘어갈 수 있을지, 대충 짐작이 간다.

안 읽히면 포기하는거지.

궁금할 뿐이지, 기어이 알아야만 하겠다는 마니아적 부지런함도, 악착스러움도 없다.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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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4-12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덜 황당하시군요. 전 처음 보는 작가 이름인데 마니아 도장이 찍혀서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포스트잇 2017-04-12 14:51   좋아요 0 | URL
아, 그럴수도 있는건가요?
앞으로 당신은 마니아가 될거야, 꼭 되고 말거야, 뭐, 이런 에고일까요? ㅋㅋㅋ

munsun09 2017-04-1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니아 메시지가 처음엔 왠지 뿌듯함(!)이 있었는데 자꾸 마니아 주니까 왜? 라는 의문이 생기고 뜬금없기도 하던데 다들 한번쯤 가지시는 의문이시군요. 공감합니다

포스트잇 2017-04-12 19:10   좋아요 0 | URL
네, 뜬금없는거 맞아요 ㅎㅎ

cyrus 2017-04-1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지 않고, 리뷰를 쓰지 않은 채 관심있는 책만 올려도 마니아를 받을 수 있어요. 글에 ‘좋아요‘ 수가 많으면 마니아 등급(?)이 향상됩니다.

포스트잇 2017-04-12 21:4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가끔 깜짝깜짝 놀랍니다, 내가 뭘했다고 마니아가 된거지... 오늘 풀렸습니다, 마니아 미스터리가 ..ㅎㅎ

cyrus 2017-04-12 21:55   좋아요 1 | URL
마니아를 부여하는 알라딘 시스템 규정이 비밀이라서 확실히 알려진 것은 없지만, 대부분 마니아 지수 등급이 높은 알라디너의 이름을 보면 글의 ‘좋아요‘를 받은 수가 많고, 평소에 글을 많이 쓰시는 분들입니다. ^^

singri 2017-04-12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얼마전에 쓴글 ㅋㅋ다들 겪고 계시는거군요 ㅋㅋㅋ

포스트잇 2017-04-12 22:04   좋아요 1 | URL
알라딘이 여럿 신경쓰게 만들었군요ㅋ 왜 이 마니아제도가 맘에 걸렸는지 생각해봤는데, 마치 그냥 지나가다 인상적이어서 한번 쳐다보고 한두마디 건넸는데, 넌 나를 좋아하는게 틀림없어, 넌 날 찍었어,라며 사귀자고 하는것같아서 기분이 영~... 그랬다구요 ㅋㅋ

singri 2017-04-13 10:13   좋아요 1 | URL
앗 정확하네요 ㅋㅋㅋㅋ맞아요 그랬어요ㅋㅋㅋ난 너 모르는데 ㅋㅋㅋ왜 난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