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니 비치 - 앞서가는 그녀들의 발칙한 라이프스타일!
로리 프리드먼.킴 바누인 지음, 최수희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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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여자애 둘이 날 흘깃 보고  "어머 재좀 봐, 진짜 Skinny bitch다 증말~" 이렇게 속삭인다면?아, 이것은 나의 로망, 여자들의 로망입니다. 그 말 뜻은 말라깽이지만 세련된 여자를 일컫는 말이니까요. 내가 skinny bitch! 라니, 와우~ 

 

같은 이름의 책이 등장했습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여서 도서관에서도 빌려보려면 한참이나 줄을 서야했었던 책이죠, 이 '핫'한 책은 날씬해지고 싶은 2030여성에게 효과적인 방법론과 짜릿한 협박(?)으로 건강하게 살빼기 위한 가이드를 제시합니다. 지금도 서점에 가서 다이어트분야의 책을 찾아보면 부산까지 줄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책들이 있지만 이 책은 단연 탁월합니다. 우리 몸에 해로운 음식과 정크푸드, 화학성분을 멀리하고 올바른 식이요법을 해야하는 방법과 근거를 '핫'하게 제시하고 있거든요. 사실 다이어트책이라기 보다는 먹거리를 통한 사람의 질을 바꾸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강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타겟에게 최적화된 세련된 표지 디자인과 카피까지 안성맞춤입니다. 큰 범주에서 보자면 건강을 이야기하고 에코 라이프스타일을 말하고 있지만 이 책 어디에도 가르치려 들거나 지루하지 않습니다.

특히 구체적인 식음료,제약회사의 잘못된 생산공정과 과장된 마케팅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피가 사방에 튀는 듯한 생생한 동물도축묘사등 전방위적인 근거자료를 제시해 설득력으로 무장했으니까요. 그리고 '탄산음료와 작별하고 매끈한 엉덩이와 만나라' 는 대목처럼 여자들끼리 모여서 수다떠는 듯한 거침없는 충고를 센스있는 문장으로 치환하여 다음 챕터를 상상하게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다이어트'라는 대중적인 키워드를 가지고, 채식에 대한 기본 개념을 자연스럽게 매만져주는 논리구조와 섭생의 라이프스타일과 의식까지 바꾸게 만드는 힘이 대단하나고 생각됩니다. 5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5만부이상 팔리고 있는 베스트셀러의 저력을 실감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책의 판형자체부터 스키니합니다. 일반적인 책보다 슬림하고 훤칠하며 220페이지로 얇기까지 하죠. 늘씬한 실루엣으로 섹시한 춤을 추고 있는 듯한 여성의 몸을 표지디자인에 박았습니다. 앞표지 카피는 '빅토리아 베컴, 제시카 알바 할리웃 스타들의 필독서' 라고 되어있고 뒤에는 국내 패션지 편집장, 다이어트전문 한의사, 여배우의 추천멘트가 나란히 줄을 서 있고요. 게다가 책 안쪽 프로필에는 금발의 저자가 뇌쇄적으로 미소짓고 있습니다. 

 

목차를 살펴보면 날씬해지기위해 버려야 할 음식과 먹어야 할것들을 1장에서 시원스럽게 정리해주고

그 뒤로 7개의 챕터에서 집중적으로 조목조목 쉽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나머지는 정부를 믿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우리가 몰랐던 식품에 대한 진실들과 구별법, 다이어트 실천법, 마지막으로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의 몸을 사랑하라는 훈훈한 메세지로 매듭을 짓고 있어요,

 

그리고 '매주 한 놈씩 없애라', '청량음료는 액체로 된 사탄이다', '고기 한 입은 살충제 한 입'등

챕터별 제목들이 아주 강렬하고 매혹적이죠. 정말 감탄스럽게 잘 뽑아낸 소제목들입니다. '하지마라,먹지마라!'는 얘기보다 왜 먹으면 안되는지 식품영양학 전문지식과 식품/제약회사의 위악스러운 공정과 FDA까지 파고들어서 리얼한 다큐를 보는 듯한 임팩트도 있어요.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서양인과 동양인은 체질도 다르고 제철음식들도 달라서 그런지 식단을 보면 우리 현실에 바로 적용할 것들이 그리 풍족하지 않다는 것 정도? 이것때문에 국내 출판사에서는 참고자료라고 덧붙여 한국의 채식식당을 소개하고 있지만 이것도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책이 2009년 10쇄본이였는데 천연감미료 '아가베시럽'을 추천하고 있는 것을 보니 이 부분도 2012년 현재에 맞게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하지만 우유와 고기에 대한 그녀들의 철학과 주장은 저의 생각과 매우 일치합니다. 

 

그렇다면 인상적인 몇개의 대목을 살펴볼까요?

 

카페인과 작별하라.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도 모두 카페인때문이다. 카페인의 산성이 입 속에 박테리아를 증식시키기 .때문이다. 커피 원두를 재배할 때도 곡물을 재배할 때처럼 농약을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금지되었지만 우리가 커피 원두를 수입하는 다른 나라에서는 여전히 D-D-7이라는 농약을 사용한다. 그러니 당신은 매일 아침 일정량의 독극물로 하루를 시작하는 셈이다.설탕이나 다른 인공감미료를 넣고 우유나 크림까지 얹은 커피를 즐겨라. 그럼 영원히 뚱뚱보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끔 한 잔씩 커피를 즐기는 당신? 뭐, 괜찮다. 하지만 커피없이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당신이라면? 당장 커피를 끊어야 한다.

 

하루에 20분씩 일주일에 5번 정도 심폐기능을 높이는 운동부터 시작하라. 하루중 운동하기 사장 좋은 때는 아침이다. 운동을 하면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고 호흡이 깊어지는데 아침에 하게 되면 이런 상태를 하루종일 지속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즉,몸과 마음이 하루동안 지방 분해모드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모유는 일생에서 가장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아기는 일년간 모유만 먹어도 몸무게가 300프로나 증가한다. 태어난 지 일년쯤되면 엄마는 모유 수유를 중단한다. 젖이 마르기 때문이다. 그럼 잠시동안만 소젖이 정말 건강에 유익하다고 가정해보자. 설사 그렇다 해도 축산 농장에서 가공이 끝날 즈음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세ㅔ상에서 가장 유독한 물질인 다이옥신이 유제품에서 종종 검출되기 떄문이다. 유제품을 먹는 건 항생제, 상출제, 스테로이드, 호르몬제를 함께 먹는 것과 다를 바없다.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질까? 일반적으로 소는 하루에 45킬로정도의 우유를 생산한다. 그러나 욕심많은 업자들은 성장 호르몬 주사를 놓아 그 양을 450킬로로 늘린다. 또한 소의 다리사이에 통을 대고 손으로 젖을 짜는 착한 축산업자는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은 기계로 우유를 짜낸다. 젖소의 민감한 젖통에 착유기를 갖다 붙이면 유두가 헐어 세균에 감연되기 쉽다. 심한 경우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기계는 계속해서 우유를 짜낸다. 고름에 따라나온 백혈구 세포들이 우유속에 함께 빨려 들어간다. 역겹지않은가?

 

당신은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 평생 당신이 간절히 원하던 몸매를 '가질 수' 있다. ㅜ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건강식을 찾아서 '먹을 수도' 있다. 한두 달동안 아주 간단한 방법 하나만 꾸준히 지키면서 음식이 주는 만족감만 멀리하면 된다. 딱 한두달만이다.

 

담배가 당기고 알코올중독자는 술이 당기고 마약중독자는 당연히 마약이 당긴다. 정크푸드만 먹는 사람은 이따금씩 햄버거가 먹고 싶어 미칠 지경일 것이다. 한번 며칠동안 계속해서 이런 쓰레기 음식만 먹어보라. 아마 신선한 샐러드나 과일 한조각이 간절해질 것이다. 그것이 바람직한 신호다. 다른 신호들은 그냥 중독성 습관일 뿐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차라리 스스로 따귀를 때려 버려라.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리는 거다. 현재 내가 무엇에 중독된 상태인지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좋아하는 음식을 '포기했다'고 말하지 말라. 그런 말은 무정적인 영향만 끼칠 뿐이다. 스스로 희생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떄문이다. 당신이 포기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좀 더 현명한 태도로 자신을 절제하며 당신의 뼈와 살이 될 음식을 신중하게 고르고 '나머지'를 버릴 뿐이다.

사실 저는 깡마르는 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세련되고 건강한 여자가 되고싶죠.이 책을 읽고 실천하다보면 분명 살이 빠지긴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올바른 먹거리습관을 실천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건강해지고 하루 3번, 나의 소신을 실행하면서 더욱 자신감넘치게 변화리라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는 거죠.내 몸을 사랑하는 여자. 이건 축복이죠. 멋지지않나요? 그리고 채식에 관심이 있는 초보들에게도 강추합니다. 좋은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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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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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좋아하는 가게 '장싸롱'에 갔습니다. 제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몇 분은 눈치채셨겠지만 장싸롱은 룸싸롱이 아니라 상수역부근에 고객 한사람만 예약을 받는 헤어샵이죠. 새로 명함을 만드셨네요. 이뻐서 한장 찰칵!  저는 어디에 가든 책을 들고 다닙니다. 근데 장싸롱에만 가면 가지고 간 저의 책은 뒷전이고 비치되어 있는 장싸롱 사장님 취향의 책 한권씩은 꼭 읽고 오게 되는데 그것도 나름 소소한 즐거움이예요. 그날도 역시나 책꽂이를 휘리릭 훑어봅니다.

  


제 눈에 꽂힌 책 한권! <심야식당>이야 너무나 유명한 거라서 일부러 패스하고 그옆에 살짝 어깨를 걸친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으니 제목하야 <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였습니다. 꺼내들고 표지를 훑어봅니다. 범상치 않은 여인이 슬쩍 문틈사이로 보입니다. 얼굴에서 드러나는 저 여백의 미! 지극히 응큼스러운 제목<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에 너무도 어울리는 표지가 아닐 수 없도다~~ 감탄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죠.



왜 응큼하냐구요? 저는 이 책<야마모토 귀파주는 가게>란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이미 에로티시즘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잘 아시겠지만 그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간질간질함이 폭발하는 순간 달팽이관이 저릿(!)한 그 순간의 묘한 쾌감은 어쩌면 올가니즘의 미니멀 버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왔거든요. 게다가 이 책은 만화라서 붓터치가 보여주는 여뱍의 미와 정갈함은 저의 상상력을 배가 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래 페이지를 한번 볼까요?



이제 털어놓아보아요. 최근에 당신의 귀를 파주던 사람은 누구였는지, 가장 시원하게 파준 사람은 또 누구였는지 말이죠. 두 질문에 답이 일치한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엄밀히 말해서 귀를 파주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친밀해서 믿을 수 있는 그런 사람에게만 허용할 수 있는 행위잖아요. 생각해보아요. 만약에 어떤 나쁜 의도를 가지고 날카로운 귀이개로 내 귀를 푹 쑤신다면? 그런 살상무기를 그에게 주면서 게다가 누워서 어떤 방어도 불가능한 자세를 취해야만 하니까요. 

 

내가 이 친구를 진짜 믿고 좋아하는 것인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싶으면 "친구야, 내 귀좀 파주지 않으련?" 하고 물어보는 상상을 해보세요. 그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친구도 자연스럽게 무릎을 내준다면 두분 사이는 진정 '베프'가 맞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변에 부탁할 만한 사람이 전혀 없다면? 음..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의 시간을 좀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좌우당간 그런 의미에서 귀를 파주는 행위는 귀에다가 뜨거운 입김을 부는 행위보다 어쩌면 더욱 사랑스럽고 에로틱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귀는 의외로 참 좋은 일을 많이 해요. 음악을 들려주고, 뜨거운 냄비에 닿은 손을 위로해주고, 귀걸이와 안경을 걸치게 도와주고, 애인의 귀를 만져야만 잠이 드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책으로 돌아가서 맨 뒷장을 보니 이 한 권의 작품집은 <심야식당>을 그린 아베 야로의 데뷰작이었더군요. 전혀 몰랐어요. 하지만 그의 심심한 듯한 여백의 미와 터치스타일은 맘에 들었어요. 심야식당처럼 사연이 담긴 손님들이 이 가게를 찾은 뒤에 고민이 해결되고 위로를 받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모여있죠. 조용조용하고요. 극적인 스펙타클은 없지만 사람을 집중시키더니 어느덧 라벤더 허브차처럼 가슴이 따스해지는 매력이 있더군요. 어떤 분들에게 추천드리면 좋을까? 삶은 무심히 흘러가는데 나만 고여있는 그런 느낌이 들어 축축한 분들은 읽어보세요. 어느덧 옥상 빨래줄에는 뽀송뽀송한 옥양목 이불커버가 팔랑거리는 그런 쾌적함을 느끼게 해준달까요? 아차차! 이 만화책을 읽으실 분들에게 진심으로 경고드립니다. 읽는 내내 귀가 미치도록 간질간질해요. 부디 옆에 귀이개를 장만하신 후에 책장을 펼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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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생각하고 쓰다
송숙희 지음 / 교보문고(교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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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질투를 느끼냐구요?

사춘기시절에는 이쁜 애들이 부러웠습니다.  대학교때에는 작사작곡 잘하고 노래 잘하는 그런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는 술 잘 마시고 영어잘하는 친구들이 부럽더군요. 그러나 이제는  연애편지든, 비즈니스 이메일이든, 보고서든, 반성문이든, 글 잘쓰는 친구들이 제일 부럽습니다. 그래서 이 책 <읽고 생각하고 쓰다>를 펼치면서  목차를 훑어 챕터4장 'Now writing'을 어서 빨리 읽고싶어졌고 마음이 급했지요. 그러나 저자는 여전히 자기자랑의 분량이 많긴 하지만 그것만큼의 분량을 공들여서 LQ(Literacy Quotient) 즉, 리터러시 지능이라고 하는 개념을 설명합니다. LQ의 필요충분조건을 이해하고 난후에는 읽고, 생각하고, 글쓰기의 삼박자와 프로세스에 대해 다시한번 고민을 하게 되지요.저자는 글을 잘 쓰기위해서는 먼저, 읽은 책을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치열하게 생각하는게 먼저라고 말합니다. 다 아는 이야기인데도 왠지 신선한 이 충격은 도대체 모죠?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다시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저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부러워했던 게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이 인정받는 인물이어서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며, 자신이 원하는 메세지를 독자의 시선에 맞추어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부러웠던 거였습니다. 앞으로 저는 코앞의 글쓰기 기술에 목매지 않고 평생 나의 창조력을 지배할 수 있는 LQ를 높히는데 주력하는 데 포커스를 맞출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선행되어야 하겠지요.

 

저자는 또 자신의 경력에 대한 아픔과 성장을 회고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나는 자신있게 말한다. 자기계발이란 자신의 결핍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메우기 위해 부단히 애쓰면서 외부(취업시장)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끊임없이 맞춰가려는 몸짓이 아니라, 비교도 경쟁도 모방도 불허하는ㅇ 유일한 원형이 되는 것이라고. 가장 자기다움으로 하나의 오리진이 되기 위한 노력이라고.

읽기를 위한 스키마 쌓는 법과 읽기치매 백신, 트레이싱 실천법, 생각의 논리연결방법, 블로그를 활용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논리적이고 매혹적인 글쓰기 표현의 기술이 아니라 먼저 읽기 훈련과 지식 구조화 습관에 집중하려 합니다. 고개를 조아리고 앉아서 노트를 펼치고 계획을 다시 짜봅니다. 칼럼 필사를 하기 전에 신문을 훑으면서 정보의 감수성을 키우고, 세상은 요즘 어떤 것에 민감하고 뜨거운지 발견해야겠어요. 필사를 하면서 사고의 흐름과 설득력있는 흐름과 뼈대를 이해하기 위해 사고를 집중하고 말이죠. 무엇보다 내가 하루에 2시간씩 내 일상과 정보의 단초를 가지고 메세지와 맵핑하는 훈련을 성실히, 성실히 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모닝페이지랍시고 생각없이 쏟아내던 글이 무참합니다. 글을 쓰면서 제게 질문을 던져서 끈질기게 그 생각의 줄기를 따라 파고 들어야겠습니다. 소재를 구할때 제 '일상'과 '나'에 대해 쓰지만 무엇보다도 그것이 1차원적인 일기로 머물지 않도록 연관성과 논리로 무장해야한다고 자문하고 또 쪼개서 질문을 할 예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신문보기부터 눈을 반짝이면서 집중하고 매순간 내게 자문하는 습관을 가지려합니다. "왜 하지? 포인트는 뭐라고 생각해? 독자가 누구라고? 그래서 독자에게 무얼 하라는 거지?" 이 4종세트 질문에 더듬거나 한숨이 나오는게 아니라 끝까지 답을 찾으려고 애쓰는게 우선 목표! 그리하여 비로소 쉽고 간결하게 명쾌하게 답변할 수 있는 그날까지 치열하게 스스로와 Q&A를 하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마디로 글 잘쓰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보다 '나의 LQ'라는 원천능력을 한발짝한발짝 키워내야겠습니다.

 

글쓰기 테크닉보다는 원천적인 장기적인 전략과 노하우가 나와있는 바 성급한 분들은 실망할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실천하여 놀라운 효과를 봤다는 분들이 많으니 한번쯤 마음을 비우고 글쓰기 연습에 도전해보실 분들에게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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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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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공중관람차의 수진씨에게.

 

지금도 울고 있나요? 첫사랑을 떠올리면서 당신을 사랑했고 당신이 사랑했던 그들을 떠올리면서, 그리고 당신의 탄력없는 몸을 바라보면서 오늘도 처연히 희망이 없는 여자가 되어가고 있나요? 고개를 들어요. 공중관람차창으로 날아가는 저 비행기를 봐요. 당신이 신혼여행지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이제 남은 유일한 소망은 빨리 늙어버리는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그후로 몇 번 연어가 회귀했을까 생각해봐요. 저도 그 공중관람차를 타보았어요. 저멀리 울산의 달동과 신정동끝 아파트군락과 울산공단까지 보이는 공중관람차를 말이죠. 다시는 타지않을래요. 세상도 불안하고 두렵고 탄식이 절로 나오는데 공중관람차는 고소공포증까지 더해 호흡이 힘들잖아요.

 

지금 이 세상 어디에선가 우는 사람은, 

까닭 없이 이 세상에서 우는 사람은 나를 슬퍼 울고 있다.

 

지금 이 밤 어디에선가 웃는 사람은,

까닭 없이 이 밤에 웃는 사람은 나를 웃고 있다.

 

지금 이 세상 어디에선가 걷고 있는 사람은,

까닭 없이 이 세상에서 걷고 있는 사람은 나를 향해 오고 있다.

            

지금 이 세상 어디에선가 죽어가는 사람은,

까닭 없이 이 세상에서 죽어가는 사람은 나를 보고 있다. <엄숙한 시간, 릴케>


릴케의 '엄숙한 시간'이란 시에 대한 그 참을 수 없는 수치가 혹시 기억나나요? 이제 당신은 고등학교 때 받은 어떤 연애편지를 끝내 기억하지 못해요. 남루한 현실로 내 몸을 바라보는 욕실 거울앞에서 울고 있나요? 남루하고 몽매했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은 신들이 내려와 사는 깨끗한 곳이 아니예요. 그렇다고 우리는 먼지처럼 조용히 마음자락 떠다니며 살 수도 없지요.

 

당신은 그 때 사랑에 빠질까봐 두려웠어요. 결혼같은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면서도 불안했죠. 이 사람이 바로 내 인생의 그 사람일까? 오디세우스의 명쾌한 논리로도 풀지못하는 이 세상의 수수께기앞에서 세상의 새빨간 거짓말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마세요. 봄이 와요. 늘 겹겹의 껍질로 수진씨를 둘서싸고 있는 그 고독을 레이스를 떼어내듯, 털어버려요. 그 두려움과 후회가 우리네 인생의 절반을 차지할지라도 그것들은 우리 삶을 결코 바꾸지 못해요. 우리의 영혼을 부패시킬 뿐이죠.

 

수진씨 앞으로는 두려워하지도 말고 후회하지도 말고, 그냥 현재를 사랑하세요,

과거는 족쇄이고 '희망'은 추상명사가 아니랍니다.  

어.느.날.에.도. 삶이 있어요.


현명한 독자가 되고 싶다면 독서를 통해 교훈 따위를 찾아낼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라. 

독자로서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계몽이 아니라 공감이니.. 

 

독서가 어떨까요? 밥을 먹거나 산책하는 것처럼 그렇게 편안하게 책으로 위안삼아요. 이 독서를 통해서 책이 가진 불투명한 메시지와 아름다움을 삶으로 전환시켜요. 이 독서는 당신에게 결핍된 게 무언지를 일깨워줄 꺼예요. 슬픔도 꿈도 없이 견디지 말고요. 이 독서는 수진씨에게 하나의 '반성'이자 ' 모멘텀'이 될꺼예요! 김경욱 작가의 <위험한 독서>부터 시작할까요?  우리가 믿는 진실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것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걸, 작가는 수다스럽지 않으면서도 치명적인 문장으로 보여주거든요. 이 책은 당신, 그리고 우리가 섭취할 수 있는 한 방울의 독약이 될 꺼예요. 내 안에서 자란 쓸쓸함과 두려움의 숨통을 끊어놓는 그런 달콤한 독약 말이죠.

 

우리는 함께 책치료사를 만날 수도 있고, 신비롭고 에너지넘치는 천년여왕과 맥도날드에서 콜라를 마실 수도 있고, 무엇이든 대여해주는 사이트에 로그인할 수도 있어요. 우리는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서만 소통하는 것이 아니예요. 독서를 통해서도 충분하죠. 아, 저같으면 무엇을 대여받고싶냐구요? 음..저는 하루에 3시간씩 아무에게도 방해받지않고 책읽을 수 있는 완벽하고 규칙적이면서 명징한 시간을 빌리고 싶네요.당신이 빌리고 싶은 것은 나중에 독산동 어디쯤에서 만나요.그때 꼬옥 답변을 해주세요. 아마도 그 답변이 무엇이든지 난 딸꾹질로 당신에게 응답해줄께요.

 


2012년 이른 봄밤에 퍼플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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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새
에쿠니 가오리 지음, 양윤옥 옮김, 권신아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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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은 작품을 탐닉하는 게 아니라 빠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 '빠지다'와 '탐닉하다'는 말은 일경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죠. '탐닉'은 감각적인 문제이지만 '흠뻑 빠지는 것'은 영혼의 문제이니까요. 에쿠니 가오리는 그래서 특히 한국여성들이 사랑하는 작가일까요? 저같은 경우 그녀의 책을 매년 2권씩은 (자의든 타의든^^) 꼬박꼬박 읽게 되는데 그 한결같은 정갈함은 마치 '식물'같은 작가의 식물같은 작품이구나, 라는 감탄을 또한번 하게 됩니다.

 

이 작품 <나의 작은 새>는 2012년에 따끈따끈하게 나온 신간으로써, 이쁘게 수놓은 하얀 손수건이 떠오르는, 짧은 소품같은 아름다움과 싱그러움이 묻어납니다. 에쿠니 가오리는 확실히 전체를 꿰뚫는 서사적인 스토리보다 바로 오늘, 바로 이 장소등 순간순간의 느낌과 풍경을 포착하는 데 탁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이 책의 두께만큼이나 미니멀하고 말이죠^^  <나의 작은 새>는 화려하지도 심각하지도 않습니다. 잔잔한 하루의 일상이 모짜르트의 디벨티멘토마냥 잔잔하게 흐르지요.

 

에쿠니 가오리는 실제로 운전을 할 줄 모른다고 들었는데 이 책 <나의 작은 새>의 주인공인 '나'도 운전을 못한다는 부분을 읽고 빙그레 웃음이 나더군요.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엔,ㄴ, 강아지들과 산책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거품이 나는 분수대가 있는 공원이 어디일까 생각도 해보고, 오늘 산책길에 분수대에 떠오른 무지개를 볼 수 있음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지나가는 나무사이에 작은 새를 발견한다면 삐추삐추 재잘거리는 소리에 대답을 할 것만 같고, 버터나이프만 보면 작은 새를 위한 스케이트를 떠올리겠지요. 실수로 물건을 떨어뜨리게 된다면 "아차, 실례!"라고 경쾌하게 말하고 싶은 하루입니다. 이 책을 읽은 분들만이 알수 있는 암호들이죠? ㅎㅎ 주인공의 집에 걸려있다는 포스터가 궁금해서 찾아보았어요. 딕 브루너요. 요분이시더군요.^^ 미피를 그린 네델란드의 유명한 아동문학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요. 주인공이랑 잘 어울리는 포스터일 것 같았어요.

 


 

그렇다면 저는 이 책에서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했냐고요?

주인공인 '나'와 꽃으로 치면 노란 카네이션처럼 청결하고 숫자로 말하면 2처럼 영리한 '나'의 여자친구, 그리고 숨소리마저 웨하스같은 질투쟁이,작은 새의 기묘한 동거라는 소재는 그전의 전작인 <반짝반짝 빛나는>을 떠올리게 합니다. 에쿠니 가오리는 이 지루한 세상의 상식선에서 낯선 사랑의 방식을 자연스럽고 낭랑하게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잖아요. 그리고 그 청아한 방식은 운명적인 사랑의 무거움보다 다른 존재인 둘이 만나서 그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아픔과 아름다움을 모두 사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부지런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보다 '나'를 바라보는 작은 새는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주인공에 대한 '애증'을 표현하는 게 인상적이었고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슬픈 이야기를 박하향같은 문체로 풀어가는 에쿠니 가오리가 대단한 거겠지요?

 

3월의 첫날입니다. 눈 깜짝할 사이 봄꽃이 피겠지요. 그런 봄을 맞이하기에 이 책 <나의 작은 새>는 안성맞춤입니다. 아직 쌀쌀하긴 하지만 그 쌀쌀한 공기 방울 하나하나에 분명하게 봄이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이 겨울동안 스케이트를 못타본 게 넘 아쉽군요. 스케이트를 타고 난후 신발로 갈아신고나서 걸음을 옮겼을 때의 바닥이 흐물흐물하고 지나치게 땅바닥을 힘주어 짚는 그 기묘한 느낌이 그리워요.오늘처럼 햇살이 빛나고 싱싱한 냄새가 온몸에 가득 차오르는 휴일에 느긋하게 나도 오늘은 롤 캐비지를 만들어볼까 궁리중입니다. 고기는 빼고 두부만 넣어서요. 그리고 요리하는 중에는 꼭 알프레트 브렌델의 피아노연주를 들어야겠습니다. 아차, 실례! 혼자만 먹어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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