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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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좋아하는 가게 '장싸롱'에 갔습니다. 제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몇 분은 눈치채셨겠지만 장싸롱은 룸싸롱이 아니라 상수역부근에 고객 한사람만 예약을 받는 헤어샵이죠. 새로 명함을 만드셨네요. 이뻐서 한장 찰칵!  저는 어디에 가든 책을 들고 다닙니다. 근데 장싸롱에만 가면 가지고 간 저의 책은 뒷전이고 비치되어 있는 장싸롱 사장님 취향의 책 한권씩은 꼭 읽고 오게 되는데 그것도 나름 소소한 즐거움이예요. 그날도 역시나 책꽂이를 휘리릭 훑어봅니다.

  


제 눈에 꽂힌 책 한권! <심야식당>이야 너무나 유명한 거라서 일부러 패스하고 그옆에 살짝 어깨를 걸친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으니 제목하야 <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였습니다. 꺼내들고 표지를 훑어봅니다. 범상치 않은 여인이 슬쩍 문틈사이로 보입니다. 얼굴에서 드러나는 저 여백의 미! 지극히 응큼스러운 제목<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에 너무도 어울리는 표지가 아닐 수 없도다~~ 감탄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죠.



왜 응큼하냐구요? 저는 이 책<야마모토 귀파주는 가게>란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이미 에로티시즘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잘 아시겠지만 그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간질간질함이 폭발하는 순간 달팽이관이 저릿(!)한 그 순간의 묘한 쾌감은 어쩌면 올가니즘의 미니멀 버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왔거든요. 게다가 이 책은 만화라서 붓터치가 보여주는 여뱍의 미와 정갈함은 저의 상상력을 배가 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래 페이지를 한번 볼까요?



이제 털어놓아보아요. 최근에 당신의 귀를 파주던 사람은 누구였는지, 가장 시원하게 파준 사람은 또 누구였는지 말이죠. 두 질문에 답이 일치한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엄밀히 말해서 귀를 파주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친밀해서 믿을 수 있는 그런 사람에게만 허용할 수 있는 행위잖아요. 생각해보아요. 만약에 어떤 나쁜 의도를 가지고 날카로운 귀이개로 내 귀를 푹 쑤신다면? 그런 살상무기를 그에게 주면서 게다가 누워서 어떤 방어도 불가능한 자세를 취해야만 하니까요. 

 

내가 이 친구를 진짜 믿고 좋아하는 것인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싶으면 "친구야, 내 귀좀 파주지 않으련?" 하고 물어보는 상상을 해보세요. 그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친구도 자연스럽게 무릎을 내준다면 두분 사이는 진정 '베프'가 맞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변에 부탁할 만한 사람이 전혀 없다면? 음..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의 시간을 좀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좌우당간 그런 의미에서 귀를 파주는 행위는 귀에다가 뜨거운 입김을 부는 행위보다 어쩌면 더욱 사랑스럽고 에로틱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귀는 의외로 참 좋은 일을 많이 해요. 음악을 들려주고, 뜨거운 냄비에 닿은 손을 위로해주고, 귀걸이와 안경을 걸치게 도와주고, 애인의 귀를 만져야만 잠이 드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책으로 돌아가서 맨 뒷장을 보니 이 한 권의 작품집은 <심야식당>을 그린 아베 야로의 데뷰작이었더군요. 전혀 몰랐어요. 하지만 그의 심심한 듯한 여백의 미와 터치스타일은 맘에 들었어요. 심야식당처럼 사연이 담긴 손님들이 이 가게를 찾은 뒤에 고민이 해결되고 위로를 받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모여있죠. 조용조용하고요. 극적인 스펙타클은 없지만 사람을 집중시키더니 어느덧 라벤더 허브차처럼 가슴이 따스해지는 매력이 있더군요. 어떤 분들에게 추천드리면 좋을까? 삶은 무심히 흘러가는데 나만 고여있는 그런 느낌이 들어 축축한 분들은 읽어보세요. 어느덧 옥상 빨래줄에는 뽀송뽀송한 옥양목 이불커버가 팔랑거리는 그런 쾌적함을 느끼게 해준달까요? 아차차! 이 만화책을 읽으실 분들에게 진심으로 경고드립니다. 읽는 내내 귀가 미치도록 간질간질해요. 부디 옆에 귀이개를 장만하신 후에 책장을 펼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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