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살다 - 12년 9개월
이은의 지음 / 사회평론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삼성을 살다>는 평범하지만 상식적인 대학생이  '삼성공화국'에 들어가 어떻게

좌충우돌 삼성문화를 배우고 프로 영업사원으로 거듭났는지, 그리고 어떻게 투사가

되어 계란에 바위치기를 하듯 사람들이 다 뜯어말리는 회사와 전쟁을 했는지, 그것도

12년 9개월간 삼성에 다니면서(사실,근 5년간은 일도 주지않았더군요) 를 치뤄냈는지

결국 어떻게 삼성을 재판에서 이겼고 그녀는 이제 무소속이 되어 이 과정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아주 담담하고도 경쾌하게(?) 그려낸 삼성과의 위험한 동거이야기이자

철없던 20대 여성을 성숙한 사람으로 만든 따스한 성장소설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삼성은 그저 '삼성공화국'이라는 이건희옹과 로얄패밀리들의 코메디같은 가쉽과

신기하게도 노조도 없는, 똑똑하면서도 천편일률 똑같은 삼성맨 집단문화, 그리고

골때리는 시대착오적 아이러니? 정도로 피상적으로 생각해왔습니다. 이 책을 접하고서

나니 이 책<삼성과 살다>는 단지 다위과 골리앗의 처절한 싸움이야기가 아니더군요.

 

이 책 <삼성을 살다>을 쓴 이은의씨라는 재기발랄하면서도 똑소리나는 한 여성을 통해

삼성이 단지 이건희옹 일가의 것이 아니고, 실제로는 삼성안에는 수많은 삼성노동자가

존재하고 있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일하고 땀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삼성직원들도 노조를 만들고, 데모도 하고, 고민도 하고, 반항도 하더군요.

오죽하면 MJ라는 단어도 생겨났겠습니까? MJ가 뭐냐고요고? 삼성에 반하는 내부

문제아를 분류하여 그렇게 불렀다고 하네요.

 



 

이 책 <삼성을 살다>의 저자 이은이씨는 공부보다 여행이 좋고 삼성에서는 해외영업을,

대학원에서는 공포영화로 석사를 받은 재주꾼입니다. 뭘해도 무죄라고 주장하는 회사와

남들이 다 말리는 소송을 하고 이긴 후 12년 9개월의 삼성걸 생활을 접고 로스쿨에 들어가

현재는 늦깍이 학생으로 법을 공부하고 있더군요.

 

삼성은 최고 인텔리 집단이라는데 그곳에서도 여전히 회식문화는 똑같더군요. 출장에서의

성희롱적 발언과 회사내에서는 본부장의 불쾌한 스킨쉽등도 어느 조직에서나 일어날법한

일들이었습니다. 이은의씨는 성희롱을 회사에 이야기하고 조치를 요구한 뒤에 파란만장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옮겨간 팀에서는 첫 팀장면접때 "직속 부서장 등에 칼을 꽂았다는 게

사실이야?" 란 질문으로 험한 회사생활이 펼쳐지죠.  5년에 걸친 부당한 일에 항변하는

법정싸움을 하면서도 이은의씨는 삼성에 계속 출근을 하면서 버라이어티한 수모와 수난을

버티어내고 이겨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과정을 비장하지않게 담담하게 묘사합니다. 

삼성과 싸우면 일개 개인은 손해,라는 선입견을 이겨내고 결코 시들거나 망가지지도 않고 

다정하고 쾌활하게 담아 냈다고 할까요?

 

그리고 이은의씨는 솔직하더군요.

'상사의 성희롱을 회사에 말하는 것이 조직 부적응'이며 '지각한 적이 있고, 꽃무늬그려진

청바지를 입고 출근한 적도 있는 무능한 직원'이라고 끝까지 우기면서도 원빈처럼

얼마면 되냐고 우회적으로 사람을 동원하면서 묻던 삼성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가 '나 이대나온 여자야'라고 말하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는 솔직한 토로합니다. 누가 무슨 일은 하느냐고 물어보면 해외영업을 한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나 삼성다녀!"라고 말했었던 자신을요.

 

또 재미있는 카더라통신을 확인사살해주는 부분도 눈길을 끕니다.

삼성사장이 출장이라도 갈라치면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미리가서 사장이 먹을 음식을

먹어본다는 대목이요. 3-4가지씩 비싼 음식을 미리 먹어보고 호텔방 매트리스까지 점검해서

회사경비로 바꿔놓아야 하는 것은 삼성 직원들은 알사람은 다 안다고 하네요.

저도 예전에 아는 지인이 삼성의 그룹비서실에 있었는데 실제로 그분이 술자리에서

농담삼아 한 이야기가 비슷했습니다. '에이~ 설마~~! 회화화한거겠지"했는데 진짜

실화였더군요.

  

그것뿐이랴. 일개 8년차 대리를 대하는 삼성은 말랑하면서도 쫌스럽고 똑똑한척

젠틀하면서도 음흉하고 심지어는 불쌍합니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이 있자

삼성내 직원들의 모든 컴퓨터에 한겨레 웹사이트 IP를 바로 막아버리고, 그녀가

언론 인터뷰를 할까봐 아침8시부터 퇴근할때까지 회의실에 가두고 점심까지 도시락을

시켜주는 센스하며.블로그에 회사 이야기를 올리면 바로 회사에서는 반응하는 식...

하여간 이 다양한 에피소드는 직접 읽어보세요. 시트콤이 따로 없습니다^^ 

 

읽으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 대필해주었나??

그만큼 문체와 묘사와 흐름이 흡입력있고 맛있게 씌여져있습니다. 알고보니 그녀는

글을 쓰고싶어서 방송작가연수원을 다녔더군요. 글 잘쓰는 것은 정말 대단한 복이죠.

예를 들어 이런 표현들 참 맘에 들었어요. 이은의씨가 바람을 쐬기위해 친구와 같이 간

여행길, 혼자서 절을 구경하려고 산을 오르는데 그 고즈넉함이 무서웠습니다.

이때 그녀의 표현!!

 

'계곡에서 소복입고 머리 푼 구미호가 빨간 간을 박박 씻다가 나를 쳐다기라도 할 것처럼'

그렇게 무섭다고요^^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요? 결국 그녀의 블로그가 어디있나 찾아보았습니다.

아래는 이은의씨의 블로그(http://blog.hani.co.kr/pjasmine/)에 올라온 최근의 그녀

입니다. 이은의씨가 발간된 자신의 책을 들고 학교까페에서 찍은 기념사진이래요.

DSCF1857

 

이 책을 덮으며 떠오른 대사가 있습니다. 이은의씨는 한때 삼성 빌딩을 볼때마다 영화

<친구>의 대사를 읊조렸다고 합니다.

 

너나 가라 하와이..

 

남극빼고는 왠만한 대륙을 다 다녀봤다는 그녀가 가장 어려운 여행이자 익스트림 모험은

"평범한 일상"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구아수폭포의 분말을 온몸으로 맞으며

행복해했던 그 추억처럼 그렇게 한국땅에서의 평범하한 일상을 폭포처럼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이은의씨의 로스쿨 합격을 늦게나마 축하드리고, 앞으로는 그녀가 쓰는 여행과 영화에 관한

책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삼성공화국과의 위험한 동거를 유쾌한 성장소설로 승화시킨 실화.
직장생활을 하는,혹은 꿐꾸는 여러분에게 이 책<삼성과 살다>를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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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냐옹 2015-11-0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은의라는 이름으로 검색하다가 우연히 들어오게 되었어요. 책과 저자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서평, 잘 보았습니다. 이은의 씨의 새 책이 올해 안에 나옵니다.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