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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계통발생학적 분류법 :



 




감자의 힘

 


                                                                                                         격세지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지금은 강원도 하면 김진태 선생님이 연상되지만, 한때 강원도의 자랑스러운 랜드마크는 " 감자 " 였다. 주먹감자 먹고 힘 내드래요 !                              

내가 " 힘을 내요 감자 파워 ~ "  를 깨닫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3년 전, 나는 동네에 작은 사설 탐정소를 차렸다. 정식 명칭은 " 갈라파고스 섭지 코지 미스테리 사설 탐정 사무소 " 였다. 일종의 블루오션을 노린 사업으로 사건 규모가 작아서 꺼리는 일'을 타겟으로 삼았다. 하는 일은 주로 이런 것들이다 : 쓰레기 무단 투기자 색출, 타이어에 빵구 낸 놈 찾기, 개똥을 치우지 않은 견주 찾기, 미용실 화단의 꽃을 뽑은 범인 찾기, 잃어버린 반려견이나 고양이 찾기가 주요 업무였다. 셜록 홈즈가 사업 파트너로 왓슨 박사를 선택했다면 나는 복덕방 주인과 내 구역을 담당하는 택배 기사를 섭외했다.

동네 장사이다 보니 팔 할의 정보는 복덕방 주인과 택배 기사에게서 나온다.  킁킁, 조사하면..... 다 나와.                                   나머지는 쓰레기봉투 속에 든 쓰레기를 관찰하면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이 할의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패셔니스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입은 옷이 나를 말한다.  반면에 미식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먹은 음식이 나를 말한다.  그렇다면 " 갈라파고스 섭지 코지 미스터리 사설 탐정 사무소 대표이자 사우스코리아 시크릿 에이전트 협회 발기인 " 인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당신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봉투)가 당신을 말한다, 킁킁.

그러니까 당신이 버린 쓰레기는 쓰레기가 아니라 " 당신의 커밍아웃 " 이자 " 하이 퀄리티 인포메이션 " 이다. 이 글을 애독하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     갈라파고스 섭지 코지 미스터리 사설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는 나는 몸무게가 35kg인 리트리버(예명은 봉달이고 본명은 펄럭이다)의 견주이기도 하다. 날마다 개를 산책시키는 일은 내 주요 업무인데 산책길에 오를 때마다 마주하게 되는 동네 주민이 있었다. 그레이트 캐슬 빌라 건물주이자 입주자'인데 그녀는 개를 끌고 가는 내 뒤통수에 대고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개가 동네 거리에 싼 오줌 때문에 냄새나서 못살겠다는 둥, 개가 싼 오줌 때문에 타이어가 녹았다는 둥, 개 짖는 소리에 불면증에 걸렸다는 둥......         한두 번 들었다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볼 때마다 내 뒤통수에 대고 악담을 퍼붓다 보니 화병이 생길 지경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개를 끌고 산책을 가는데 누군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 참치다 ! 맙소사, 참치가 개를 끌고 거리를 활보하다니. "  여기저기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참치가 거리를 활보한다고 ?!   깜짝 놀라서 주위를 살폈으나 사람 흉내 내는 참치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이었다.

주변을 살피기 위해 도리질하다가 우연히 가게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봉달씨를 끌고 가는 참치는...... 나였다.  참고 참고 참다가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참치가 되었던 것이다. 살다살다 개가 오줌을 싸서 타이어가 빵구 났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 시바, 에이리언 괴물도 아니고........   언젠가는 복수할 날이 오리라. 일단 복덕방 영감님과 택배기사 김씨에게서 그레이트 캐슬 빌라 주민의 정보를 입수했다. 이 동네의 터줏대감으로 수십 억대 재산을 가지고 있는 알부자'라는 것. 이 동네 빌라는 대부분 부군이 지었다는 것,

봄이 되면 목련이 가장 먼저 피는 단독 주택 주민(http://blog.aladin.co.kr/myperu/9264413) 과 더불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동네 유지로 평소 없는 사람 무시하기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성질이..... 개같다는 것. 무엇보다도 공병 줍는 노인이 쓰레기 놓는 장소를 어지럽힌다고 주민센터에 신고를 하기도 했다는 정보도 입수했다. 공병 팔아서 입에 풀칠하는 노인에게 할 짓이 아니었다. 복수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걸어둔다.




■  http://blog.aladin.co.kr/myperu/7605617   :  잃어버린 감자를 찾아서


■  http://blog.aladin.co.kr/myperu/7640693   :  감자 상자 도난 사건의 전말




평소 동네 유지랍시고 없는것들 업신여겼던 마님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 - 뱅이 " 라는 접사가 붙은 단어였다. 가난뱅이, 게으름뱅이, 주정뱅이, 좁쌀뱅이...... 그는 동네 주민을 가난뱅이, 게으름뱅이, 주정뱅이, 좁쌀뱅이 따위로 분류한 것이다. 그녀가 정한 계통발생학적 분류법에 따르자면 나는 어느 쪽에 속한 계급일까 ? 좁쌀뱅이 ? 가난뱅이 ?? 주정뱅이 ??? 그랬던 그녀가 머슴의 16,000원짜리 감자 상자를 훔치다가 들통이 났으니 이만저만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그 사건 이후, 그는 나만 보면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는 냉큼 그레이트인지 에메랄드인지하는 캐슬 안으로 숨기 바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는 표정으로 그녀를 " 바라 " 보았다. 보다 정확하게 기술하자면 웃으면서 " 꼬라 " 보았다. 감자 상자 도난 사건 이후, 그녀와 마주치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외출을 삼가고 있다는 정보도 들을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궁금하여 복덕방 최씨 영감님'에게 물어보니 부자 동네로 이사를 갔다는 소리를 들었다. 동네가 더럽고 시끄러워서 못살겠다는 변을 남긴 채 사라졌다고. 감자의 힘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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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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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과 오아시스

 

                                                                                                                                                                  그 옛날, 이창동의 << 오아시스 >> 를 극장에서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지적 장애를 가진 남자와 지체 장애를 가진 여자의 사랑이어서 좋은 느낌 ?!  아니다, 굉장히 불쾌했다.

전작인 << 초록 물고기 >> 와 << 박하사탕 >> 을 좋게 보았단 터'라 일종의 배신감마저 들었다. 문제는 불쾌한 감정이 어떤 원유에서 비롯된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데 있었다. 혹시, " 불편한 마음 " 을 " 불쾌한 마음 " 으로 착각한 것은 아닐까 ?  불편한 영화와 불쾌한 영화는 하늘과 땅 차이'이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화를 다시 보았지만...... 여전히 불쾌했으며 여전히 그 이유를 알지 못해서 여전히 답답했다.   기껏, 내가 내놓은 변명이라고는 어떻게 살아 있는 나뭇가지를 벨 수 있는가 1) 였다. 나는 핏발 선 얼굴로 외쳤다. 나무가...... 아프잖아 ~                                  

어이가 없는지 친구들은 빈정거리기 일쑤였다. 니미. 인물 났다, 인물났어 !!!                        내가 봐도 궁색한 변명이었지만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이 불쾌한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그때 나는 동성인 설경구에게 감정이입을 한 것이 아니라 문소리 입장에서 이 영화를 이해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간단하게 말해서 : 어떻게 항거불능에 가까운 여성(문소리)을 성폭행하려는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문소리) - 라는 영화 설정이 남성중심적인 섹스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문제 제기였던 것이다. 이기적 욕망과 폭력을 사랑으로 환유하는, 후진 잰더 감수성을 가진 감독에게 불쾌했던 것이다,  물론 그때는 이 감정의 낌새를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 

 

권여선 소설집 << 안녕 주정뱅이 >> 에서 첫 번째 단편 < 봄밤 > 을 읽고 났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영화 < 오아시스 > 였다. 주정뱅이와 앉은뱅이의 사랑(봄밤)은 지적장애자와 지체장애자의 사랑(오아시스)과 겹치지만 결은 사뭇 다르다. 단편소설 < 봄밤 > 에는  영화 < 오아시스 > 에서 보여지는 " 이기적 휴머니즘 " 이 없다.  오히려 영경과 수환의 사랑은 서로에게 이타적이다. 수환은 영경의 술 마실 욕망을 긍정하며, 영경은 수환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죽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마음을 긍정한다. 그들은 서로의 욕망과 희망을 이해한다. 여자는 잠시 떠나고 남자는 죽음을 준비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최근에 읽은 최은영 단편 <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 에 나오는 곰이라는 개 이야기'가 떠올랐다.


                                  " 곰은 마지막 며칠 동안 너무 아파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어. 그런데도 곰아, 부르면 애써서 고개를 들고 꼬리를 치는 거야. 곰아, 밥 먹어, 말하면 곰은 안 아픈 척 밥에 코를 대고 먹는 시늉을 했어. 그런 곰 앞에서 울었어. 곰이 단순히 아픈 게 아니라 죽어간다는 걸 느꼈거든. 한 밤을 자고 나서 개집에 가니 곰이 사라졌더라. 그애가 사라지고 한 달 내내 울면서 학교를 다녔어. 울고 또 울었지. 내가 괜히 곰 앞에서 눈물을 보여서 곰이 집을 나갔다고 생각했어. 자기가 아픈 걸 보고 내가 마음 아파하니까 죽으러 나간 거라고 생각하며 자책했지. 아무리 슬프더라도 내색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울지 말았어야 했는데. " 


- 최은영  <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


 

사랑하는 주인 앞에서 죽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집을 떠나는 늙은 개처럼,  더 아픈 사람이 덜 아픈 사람을 위로한다. 수환은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때에 맞춰 죽음을 맞이한다. 스스로 선택한 결정이다. 돌이킬 수 없는 사랑만큼 어쩔 수 없는 사랑도 간절하다. 이 소설이 가장 낮은 자의 비극을 다루면서도 " 비극적 기품 " 을 유지하는 이유이다. 봄밤으로 시작해서 봄밤으로 끝나는, 회복불가능한 사랑 때문에 생강처럼 마음이 아려서 책을 덮었다. 오늘은 이 단편 하나면 족하다. 핑계삼아 저녁에 술 한 잔 해야겠다 ■














                                                        

 

1)     지체 장애 여성이 달밤에 집앞에 있는 나무 때문에 집안에 나무 그림자가 생겨서 무섭다고 하자 지적장애 남성은 그 나무를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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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7-06-21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강처럼 마음이 아려서... 너무 공감되는 구절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1 16:28   좋아요 1 | URL
일주일 금주였는데, 결국 이 소설 때문에 깼습니다. 오늘 술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함 씨름 한판해야겠습니다..

2017-06-22 10:33   좋아요 0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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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2 11:02   좋아요 0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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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2 14:51   좋아요 0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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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2 19:53   좋아요 0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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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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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의  불 행 은  너에게는  힘  :




 




눈물이 난다 



                                                                                                                                                                                                                                                                                   조용필(음악)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 그런지 얼터너티브 모던 롹 스피릿 " 에 충만했던 내 귀에 조용필은 뽕필 가득한 목소리에 불과했다.                      

특히나 콧구멍을 넓혔다가 내뱉는 염소 발성법은 내 귀에 도청 장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필 노래가 매력적이라고 느낀 이유는 노랫말이 주는 서사의 서정이 팔 할을 차지했다는 데 있다. < 킬리만자로의 표범 > 노랫말은 흑인 래퍼의 과장된 스웨그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나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 " 이라고 고백하는 부분에서는 오줌을 지릴 수밖에 없다. 한국 남자는 모두 다 " 21세기 " 가 자신을 간절히 원한다고 생각한다. 이 허세가 낯간지럽기는 하지만 묘하게 남심이자 낭심을 때리는 매력이 있다.

어서 얼어죽는 눈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이고 싶으나 현실은 어쩔 수 없이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런 남자만이 느낄 수 있는 고독한 쌈마이 스피릿'이 이 노래에는 있다. 노래 속 화자가 자신의 지독한 고독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흐란 사나이 " 와 " 굶어서 얼어죽는 눈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 " 이 있었기 때문이다.

 


                                  " 곰은 마지막 며칠 동안 너무 아파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어. 그런데도 곰아, 부르면 애써서 고개를 들고 꼬리를 치는 거야. 곰아, 밥 먹어, 말하면 곰은 안 아픈 척 밥에 코를 대고 먹는 시늉을 했어. 그런 곰 앞에서 울었어. 곰이 단순히 아픈 게 아니라 죽어간다는 걸 느꼈거든. 한 밤을 자고 나서 개집에 가니 곰이 사라졌더라. 그애가 사라지고 한 달 내내 울면서 학교를 다녔어. 울고 또 울었지. 내가 괜히 곰 앞에서 눈물을 보여서 곰이 집을 나갔다고 생각했어. 자기가 아픈 걸 보고 내가 마음 아파하니까 죽으러 나간 거라고 생각하며 자책했지. 아무리 슬프더라도 내색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울지 말았어야 했는데. " 


- 100쪽  <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


최은영 소설 << 쇼코의 미소 >> 는 전체적으로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 서사도 아니고,   아아, 울고 있어도 웃음이 나는  -  서사도 아닌,  오리지날 " 눈물이 난다 " 에 방점이 찍혔다.   자칫 잘못하면 최루성 신파에 빠질 위험성이 다분하지만 놀랍게도 서정의 과잉과 난립이 없다1). 신인 작가라면 음식을 선보일 때 화려한 레시피와 현란한 플레이팅으로 미식가를 사로잡으려는 욕심을 낼 만도 한데,  최은영은 레시피와 플레이팅 없는 자연주의 요리를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낡은 양은냄비에 오신채 없이 끓인 맑은조개탕과 삶은 단호박 요리가 전부다. 담담하고 슴슴한 맛이다.

그것은 자극적인 향신료로 눈물을 억지로 짜내려는 신경숙 식 12첩 반상과는 다른 식탁이다. 최은영은 기교 없이 굴곡 없는 서사를 낮은 목소리로 전하다가 느닷없이 눈물을 쏟는다. 하지만 어느 독자도 이 눈물이 작위적이라거나 톤앤매너가 무너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독자는 최은영 문체가 주는, 꾹꾹 눌러담았던 기질적 우울이 어느 시점에서 임계점을 넘어 흘러넘친 것뿐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은영의 문장은 한여름, 습기를 잔뜩 품은 무거운 공기가 느닷없이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바뀌는 날씨를 닮았다. 새삼 놀라게 된다. 신라면과 캡사이신 없이도 사람을 울릴 수 있다는 것.

이 눈물의 힘은 더 아픈 사람이 덜 아픈 사람을 위로할 때 발생한다. 더 아픈 할아버지가 덜 아픈 손녀를,  더 아픈 쇼코가 덜 아픈 소유를 위로하거나1). 더 아픈 응웬 아줌마가 덜 아픈 엄마를 위로할 때2). 그리고 더 아픈 개가 덜 아픈 순애 이모를 위해 안 아픈 척 밥에 코를 대고 먹는 시늉을 할 때,  더 아픈 순애 이모가 덜 아픈 해옥이를 위로할 때3), 그럴 때.......      아픈 그들은 그 상처를 직시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멀어졌다가 어느 시점에서는 다시 화해한다. 좋은 사과(謝過)는 날 벼린 화살 촉과 같아서 듣는 이를 아프게 한다. 사과하는 사람이 자신이 내뱉은 말에 먼저 눈물을 보이는 것은 진짜 사과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과하는 사람의 아픔이 아니다. 네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아팠다는 가해자의 고백은 가짜다. 위로도 마찬가지'다. 좋은 위로는 위로받는 사람을 아프게 만든다. 만약에 누군가가 괜찮아요 ? _ 라고 묻는 위로에 당신이 울컥하게 된다면,  그 사람이 당신에게 던진 위로는 진짜다.  비록 그것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툭 던진 위로라 해도, 혹은 빈말이라 해도 말이다. 최은영 소설 속 주인공-들이 느닷없이 쏟아내는 눈물은 자기 상처에 함몰된 자기 연민이라기보다는 타자의 위로에 공감하고 소통한 결과'라는 점에서 구질구질하지 않고 따스하다.

다만, 최은영이 앞으로 계속 착한 서사에만 집착하게 된다면 자칫 신경숙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 문학 > 이란 덜 아픈 독자를 위해 더 아픈 꼴로 독자 앞에 나타나 안 아픈 척 밥에 코를 대고 먹는 시늉을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독자를 위로하는 것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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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0 11:48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0 12:13   좋아요 0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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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후 :



 


 


저, 문재인입니다


 

 

                                                                                                  따르릉, 심야에 울리는 전화 벨 소리. 그의 음성이 신호를 타고 내 귀에 박혔다. 저, 문재인입니다.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진짜루 ~ 자진 사퇴한 안경환 법무부 장관 자리에 나를 임명했다는 말씀이셨다.

나에게 법무부 장관을 ?!  처음에는 극구 사양했다. 각하, 저는 지금 < 영춘각 파스타 > 라는 영화를 찍고 있어 시간이 나지 않습니다. 중국집에서 짜장 면발 대신 파스타를 만든다는 내용인데, 주방에서 팔참도를 익혀 악의 무리를 소통하는 주인공 역입니다.  하지만 달님은 막무가내였다. 할 수 없이 법무부 장관 자리를 맡게 되었다. 조국 민정수석은 야당에서 벼르고 있으니 청문회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당부를 했다. 야당 공격수로는 평소 악명 높았던 놈들은 모두 모였다. 포문은 A의원이었다. " 곰곰발 후보는 평소 한국 남성 사회를 불알후드라는 표현을 썼더군요. 한국 남성 전체를 폄하하시는 겁니까, 당장 사퇴하세요 ~ "

다음은 B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 후보는 평소 한국 남성의 건강한 성을 ' 밤꽃 냄새 작렬한다 ' 고 비하하셨더군요 ? 맞습니까, 아니요, 아니요. 내가 묻는 말에 네 / 아니오 라고만 대답하세요. 남성의 정액이야말로 생명을 잉태하는 씨앗이요, 위대하며 숭고한 힘의 원천'인데 밤꽃 냄새 작렬하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 " 나는 항변했다. " 김훈은 여성을 젓국 냄새'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표현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오로지 저의 밤꽃 냄새라는 표현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하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날계란 흰자위 냄새라는 표현보다는 문학적이지 않습니까, 뭐가 문제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

내가 거칠게 대응하자 야당이 집단 반발하면서 청문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여야가 극한 대립 끝에 나는 결국 " 불알후드 " 와 " 밤꽃냄새 " 라는 표현 때문에 낙마했다. 불알을 보고 불알이라 했는데 눈깔 부라리며 사퇴하세요 _ 라고 외친 놈과 밤꽃을 밤꽃이라 했는데 밤꽃이라 했다고 지랄했던 놈이 눈에 선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별 그지깽깽이 같은 새끼들에게 욕을 먹으니 더욱 분한지라.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   시밤바 새끼들, 내가 누군가 !  대천면 소성리 로타리 굴다리 밑에서 쌍칼 조직원 180명과 싸워서 승리를 거두었던 도꼬마리, 불광동 도깨비풀이 아니었던가.

나는 야당 당사를 찾아 쑥대밭을 만들었다. 한놈, 두식이, 석삼, 너구리, 오징어, 육계장, 칠칠이, 팔팔이, 구봉서........   나는 이 일로 징역 3일을 선고받았다. 판사는 헌법이 보장한 정치 의회를 폭력으로 마비시켜 무기 징역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야 하나 쑥대밭이 된 야당이 워낙 인간 쓰레기이고 민주주의를 좀먹는 무리에 가까웠다는 점, 그리고 그 악의 무리를 일거에 소거했다는 점을 감안하여 구류 3일을 선고한다고 선포했다.  판사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느냐고 묻자 나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말했다. "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이제 민주주의를 만끽하십시오. "

 

 

 

후일담 ㅣ법무부 장관 후보 야당 당사 난입 사태 이후, 대한민국은 태평천하가 지속된다. 시민은 추운 겨울에 촛불을 들고 거리를 방황하는 대신 민주주의를 만끽했다. 달님의 바른 정치는 국민을 감동시켰다. 박근혜가 수감 중인 교도소에서 만들었다는 수세미는 < 다이소 > 에서 " 박근혜 수세미 " 라는 이름으로 불티나게 팔렸다(박근혜가 수세미를 만들면서 받는 하루 품삯이 1370원이었다). 교도관이 무기형을 선고받은 박근혜에게 수감 생활에 적응했니 _ 라고 반말로 묻자 그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말했다. " 응, 그럭저럭 ! "  좋은 세월이었다. 여기저기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잘한당, 잘한당, 잘한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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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6-19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 이런 무지막지한 해피엔딩이 다 있지???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9 10:4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행복하쥬, 상상만으로..

꼬마요정 2017-06-19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류 3일 받고 표창장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9 11:01   좋아요 0 | URL
감형이 어디입니까. 표장장은 바라지도 않습니다..ㅎㅎ

2017-06-19 11:26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9 13:12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