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2disc)
이창동 감독, 송강호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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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없는 드라마



 


                                                                                                   논픽션 서사가 픽션을 압도할 때 우리는 흔히 " 각본 없는 드라마 "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문장은 쌍팔련도 구닥다리 표현이어서 요샛말로 번역하자면 이거, 실화냐 ?  _ 정도 되겠다, 이런 느낌. 잉글랜드 쾌남아 로빈후드와 대결해도 이길 것 같은 구한말 조선 시스터후드 박근혜와 최순실의 " 근친 레즈비언 퀴어 떼강도 강탈 모의극 " 이 좋은 예이다.

그것은 애새끼들이 작당하고 국고를 터는, 졸라 스빽따끌하며 폴리띡하고 다크한 청와대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이거, 실화냐 ?                         현실에서 " 각본 없는 드라마 " 란 일상의 통념과 보통의 상식 그리고 통계에 근거한 평균값을 뛰어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9회말 2아웃, 완봉승을 눈앞에 둔 투수에게 8번 스윙맨'이 때린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처럼 말이다. 이처럼 드라마는 현실에서는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 희소성 " 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판타지에 가깝다.  최순실과 박근혜의 명연이 돋보이는 최가박당 드라마가 명품인 이유는 ' 논픽션의 픽션化 ' 에 있다.

 

" 각본 없는 드라마 " 가 예측-불가능한 서사라면,  " 각본 대로 진행 " 되는 서사 코드'는 예상-가능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것이 각본 대로 진행되는 서사의 구조'이다.   당연히 예상 가능한 서사는 몰입감과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예측-불가능성이 명품을 만든다.  영화 << 스타워즈 >> 가 명품'인 이유는 다스베이더와 루크가 부자 관계라는 데 있다.  내가 네 애비다, 이눔아  _ 라고 고백할 때,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양키 포데기 신파극은 빛을 발한다.  바로 이런 것이 막장의 품격'이다.  그런데 예측불가능성은 스릴러나 추리 장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영화 << 밀양 >> 이 걸작인 이유는 신애(전도연)의 동선과 행위가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 예측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신애는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 폭탄 같은 캐릭터'다. 관객은 움직이는 시한 폭탄이 언제 터질 지 몰라서 전전긍긍하게 된다.  우리는 신애가 울증일 때도 불안하지만 조증일 때도 불안하다는 사실을 목격하게 된다. 이 캐릭터는 각본 대로 흘러간다기보다는 신의 통제를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신애는 창조주가 짜놓은 운명에서 벗어나 있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배우 전도연은 감독 이창동이 짜놓은 각본에서 벗어나 있다.  그것이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켄 로치는 " 내용이 스타일을 결정해야 한다. 카메라와 스타일은 기록하는 대상과 사태보다 중요해져서는 안 된다. " 고 일갈한 적이 있는데, 영화 << 밀양 >> 에서 카메라는 대상보다 앞서 나아가지 않는다. 심지어 신애 곁을 지키는 송강호(종찬 역) 또한 조연으로 머문다. 송강호라는 이 위대한 배우가 액션과 리액션에서 벗어나 밀양의 풍경이 될 때, 이 겸손한 배려에 감동하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롯이 신애라는 한 인물에 집중할 수 있다. 씨네21의 남다은 기자가 남긴 20자평처럼 이 영화는 " 판타지 없이도, 구원의 가능성 없이도,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것 " 을 묵묵히 보여준다.

이 영화야말로 진정한 각본 없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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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08-18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청준 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밀양의 원작인 ‘벌레 이야기‘는 예전에 읽었던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확실히 명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광주항쟁 이후‘, ‘권위주의 정권의 형식적 소멸 이후‘의 정서와 풍경을 다루었던 여러 작품군들 중에서 밀양에 견줄 만한 관념의 깊이를 보여주는 작품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최근에 호평을 받고 있는 ˝택시운전사˝조차도 그날의 참상을 다시 한번 환기해냈다는 점에서는 상찬을 받을 만하지만, 기존의 광주 소재 작품들에서 얼마나 진전된 시각과 인식을 보여주었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제가 보기에는 ˝택시운전사˝조차도 기존 작품들의 전형성과 평범성, 안이한 관점에서 계속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 좀 드네요.
 


​                              

 

악    인    열    전     :



 




옴므 파탈


 

                                                                                                       담배 연기로 자욱한, 재즈 음악이 흐르는 술집. 고독한 탐정이 홀로 도라지 위스키 한 잔을 들이키며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생각한다. 그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그는 맨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맨드라미를 사랑한다. 탐정의 눈꺼풀이 물에 젖은 휴지처럼 무겁게 내려앉을 무렵, 문을 열고 한 여자가 등장한다. 또각,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 느와르 영화에서 귀뚜라미를 사랑하는 고독한 탐정의 옆자리는 항상 비어 있는 법. 여자는 항상 그 자리에 앉는다. 와와, 형광등 백한 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 !    탐정은 여우에 홀린 듯 넋을 놓고 쳐다보지만 미녀는.......  생깐다, 사내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여자는 주문한다. " 도라지 위스키에 계란 반숙 동동 ! " 허스키한 목소리. 얼굴은 챙 넓은 모자에 가려서 보이지 않지만 살짝 미소를 보인 것도 같다. 이때 여자는 가방을 열어 담배 케이스에서 담배 한 개피를 꺼내 입에 문다. 느와르 영화에서 미녀는 담배는 가지고 다니지만 라이터는 가지고 다니지 않는 법. 탐정이 불을 건넨다. 불빛 교환은 곧 눈빛 교환으로 이어진다. 관객은 이 여자가 " 팜므 파탈 " 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 여자는 탐정을 유혹하고 곤경에 빠트릴 것이다. 그것은 느와르라는 장르'가 관객에게 사전에 미리 약속한 코드'이다. 그렇기에 당신이 그 여자의 정체를 미리 알아차렸다며 으스대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팜므파탈의 정체를 관객은 이미 다 알고 있는데 탐정만 모를 때 느와르라는 장르는 제대로 굴러간다. 얼핏 보기에는 시작부터 패를 보여주고 시작하는 코드 전략이 흥미를 반감시킬 것 같지만, 사실 장르 영화에서 " 익숙한 코드 " 는 등장 인물을 소개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압축해서 바로 본론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전략'이다. 악당 전문 배우들이 항상 악당으로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굳이 악당을 자세히 설명하느라 영화 진행을 지연시키다 보면 스토리 진행이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팜므 파탈이나 옴므 파탈을 소개하는 시간을 절약하면 주요 배역을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데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느와르 영화에서 팜므 파탈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보자마자 첫눈에 그 정체를 알 수 있듯이, 나는 이명박이 처음 등장할 때부터 상종 못할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가 살아온 약사를 훑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숱 없는 머리카락을 동백 기름으로 빗어넘긴 헤어스타일에서 품어져 나오는 악의 기운은 다크했고, 찢어진 눈깔과 앵두 같은 입술에서 탐욕의 스멜을 맡을 수 있었다. 나는 그가 안개 자욱한 술집 문을 열고 등장할 때부터 탐정의 빈 자리에 앉아서 도라지 위스키에 계란 반숙 동동 _ 이라고 말하리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는 유혹하듯이 담배를 입에 물리라. 모르면 등신이지. 그래서 그가 대중을 향해 시베리아 허스키한 목소리로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_ 라고 히죽거릴 때, 나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조까 !                               우리는 흔히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정의가 반드시 한 번 승리할 때 불의는 반드시 아홉 번 승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단 한번의 정의가 이명박의 목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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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8-16 1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때가 무르익었군요. 내 생이 끝나기 전에 이런 판을 볼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503의 업적이네요.

꼬마요정 2017-08-16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명박도 빨리 503처럼 숫자를 받아야 할텐데 말이죠.

2017-08-16 17:17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6 21:12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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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부 리 의     제 왕   :



 



짜릿짜릿한 30만 볼트의 서사 



 

 


 

                                                                                                    50년대 " 과학 빈티지 B급 괴수 영화 " 를 좋아하다 보니 유투브에 접속해서 괴수가 등장하는 장면을 모은 동영상을 자주 감상한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참.... 거지 같구나.             

거무퉤퉤한 라텍스 고무 재질로 만들어진 살덩어리를 볼 때마다 폴리 에스테르의 살냄새가 물씬 풍겨서 어지러울 정도다. 평소에는 쩨깐해서 거들떠도 안 봤던 것들이 영화 속에서는 " 모비-딕 " 이 되어 돌아온다. 거대한 개미, 거대한 거미, 거대한 문어, 거대한 파리(인간), 거대한 바퀴(인간) 따위. 만약에 당신이 괴수의 탄생을 두고 과학적 해명을 요구한다면, 당신은 B급 영화를 볼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괴수(혹은 기이한 현상)에게 리얼리티를 요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닐 뿐더러 멍청한 짓이기도 하다(내가 박근혜에게 왜 그랬어요, 네에 ? _ 라고 묻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괴물이 가지고 있는 성정은 가짜 - 시늉, 흉내, 의태 따위이다).

괴수는 리얼하지 않을 때 비로소 리얼한 존재가 되는 법이다. 영화 속 과학자가 이게 다 방사선 노출 탓이라고 설명하면 관객은 무조건 믿어야 한다. 방사선은 괴수의 어머니요, 양수(羊水)'이다. 그것은 사이비 신앙과 비슷해서 의심을 품는 순간 과학 빈티지 B급 괴수 영화를 즐길 수 없게 된다. 스티븐 킹 소설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다가 말이 안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되면 독자는 사이비 신도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킹에 대한, 그리고 H.P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예의이다. 리얼리티는 지나가는 개에게 주시라. 장편소설 << 리바이벌 >> 에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엉터리 고개가 등장한다.

나는 하, 정말 말도 안되는 장면이구나 _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속는 셈치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래도 킹인데 어련하시것냐 _ 이런 마음으로. 이 고개만 넘으면 된다. 스티븐 킹은 이 소설에서 설명이 불가능한 설정을 모두 전기 탓으로 돌린다. 마치 싸구려 B급 영화에 등장한 과학자가 이게 다 방사선 탓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노하지 말라. 번개(전기)가 너희를 구원하리라.  주식회사 한국전력의 사훈 같은, 이 엉터리를 긍정하고 나면 < 30만 볼트, 짜릿짜릿한 킹의 세계 > 를 영접하게 된다. 나는 이 야부리를 비판할 생각이 전혀 없다. 소설의 본질은 픽션이니까.

킹이라는 미치광이 교주의 신도로서 한마디 하자면 : 그는 공포소설뿐만 아니라 성장소설에도 탁월한 재능을 가진 작가'이다. 그는 " 성장 " 이라는 궤궤한 코드도 러블리한 야부리로 독자를 즐겁게 만들 줄 아는 몇 안 되는 작가'이다. 그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로서 함께 한다는 것은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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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7-08-15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글 읽으면 30만볼트 미소가 저절로 지어짐~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5 17:03   좋아요 0 | URL
참 신기한 작가예요.. 도대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한 작가입니다.
도대체 이 양반은 소설적 영감이 마를 날이 없으니...

다크아이즈 2017-08-15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억의집님 말씀에 공감이요~~~
유쾌한 한 방, 매서운 통찰 속에 숨겨 둔 온기를 발견하하는 재미랄까요.
빗님 오시는데 빈대떡 한 접시 배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5 17: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조금 아쉽네요. 빈대떡 보내실 때 막걸리도 함께 보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ㅎㅎ

2017-08-15 19:25   좋아요 1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6 14:52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8-1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 성장소설에도 재능을 가졌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끄덕끄덕)
 
걱정 말고 다녀와 - 켄 로치에게
김현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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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년  감  성 




 





1.                          날개도 없는 짐승인 주제에 날개 돋힌 듯 팔리는 베스트셀러 서적'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다. 일별백개의 의미로 백 별 만점에 별 하나를 매겼다. 감성이 과잉되다 보니 질척거리는 문장이 되고, 서사에서 억지로 교훈을 뽑아내다 보니 훈계하는 말투처럼 들렸다. 저자가 좋은 환경에서 곱게 자라서 좋은 것만 보는 시선을 가졌을지는 모르나, 저잣거리 뒷골목 쌈마이 세계에서 뒹굴던 나에게는 이 파스텔톤의 세계가 " 징그러운 선의 " 로 보였다. 그렇다고 내가 악의를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무턱대고 선의를 추종할 만큼 소년 감성의 소유자도 아니다. 며칠 전, 악평을 쏟아낸 내 글에 저자'가 직접 " 좋아요 " 를 누르고는 이웃을 맺었다. 피식, 웃음이 났다. 관대하도다, 관대하도다, 관대하도다. 볼테르를 흉내 낸 것일까 ? 일단, 며루치 볶구 !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지지합니다아 ~  글쎄다, 인간 관계를 자기계발서 보고 배운 자의 흔한 대응법 ?! 그는 이 글에도 좋아요를 누를 수 있을까.

 

2.                         개봉과 동시에 개봉일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던 << 군함도 >> 가  흥행을 멈췄다. 이대로 가다가는 손익분기점에서 못미치는 성적을 얻을 가능성에 높아졌다. 괘씸죄 탓이 크다. 이 영화가 전체 상영관 수의 80%를 웃도는 스크린을 독점하자 네티즌이 뿔난 것이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 영화를 제작한 외유내강 제작사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건강한 영화 산업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몰락이 아닌가 싶다. 이제 배급사는 무조건 힘의 논리로 스크린를 싹쓸이하는 독점에 대해서 " 군함도 리스크 " 를 고려해야 처지가 되었다. 대형 배급사의 횡포라는 여론이 형성되면 네티즌에게 미운 털이 박힐 테니깐 말이다.  << 군함도 >> 의 거침없는 흥행몰이에 제동을 건 데에는 이 영화를 보지 않은 네티즌의 별점 테러 행위도 큰 몫을 차지했다. 보지도 않은 영화에 별점을 매기는 행위가 반드시 비윤리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제 영화사는 영화를 본 관객의 입소문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의 입소문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소비자가 기업의 윤리성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 아닐까(미스터피자를 단 한번도 먹어본 적 없는 소비자가 미스터피자 회장의 갑질을 비판할 수 있는 것처럼).

 

3.                          기대가 컸던 탓일까. " 문단_내_성폭력 " 사건에 대해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큰 목소리를 냈던 김현 시인의 첫 번째 산문집 << 걱정 말고 다녀와 >> 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형편없어서 크게 실망했다. 책상 앞에서 타자기로 작성한 에세이라기보다는 침대에 엎드려서 연필로 쓴 일기장에 가깝다. 듣기 좋은 소리도 여러 번 하면 짜증이 나기 마련. 가난에 대한 시인의 태도가 정치적으로는 옳긴 하나, 지나치게 결연해서 촌스럽다. 또한 감성적 문장은 읽기에 방해가 된다. 다 큰 어른의 소년 감성이라니 !

 

 

댓대기      ㅣ     이 책의 부제는 < 켄 로치에게 > 인데 막상 켄 로치에 대한 깊이'가 없고 가볍다. 켄 로치를 엮어서 이 시대의 도시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려는 출판 기획'은 참신하지만 기획 의도와는 달리 레이아웃은 천박하다. 켄 로치에 대한 언급은 각주에 들어설 끝자락에 하늘색 글씨로 대체하고 그나마도 본문에 사용된 글자 폰트보다 작은 폰트로 삽입된다. 이런 취급은 이 책이 켄 로치를 위한 " 헌정 " 이 아니라 그를 " 헌신짝 " 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또한 이 책은 별책부록으로 김현의 단편소설 < 견본세대 > 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런 식의 책 구성은 처음 본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은 자신의 단편소설이 아니라 차라리 켄 로치가 살아온 흔적-들을 다룬 약사略史' 정도는 다루어야 하는 것 아닐까 ?

 

덧대기 2    ㅣ     시인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 같은 친구에게 " 죄송스러운 일이다  (148쪽)" 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높임법상 < 죄송스럽다 > 가 주로 상대가 윗사람일 경우에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 미안한 마음뿐이다 " 로 고쳐야 되는 것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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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7-08-12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대에 못미치는 글을 읽었을때 딱 그 때의 제 마음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2 16:26   좋아요 1 | URL
제가 워낙에 캔 로치 영화를 좋아해서 무턱대고 샀는데, 영화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잡다한 일상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 실망. 내가 왜 이토록 잡다한 시인의 일상을 읽어야 하지.. 이런 느낌.. 글맛이라도 있으면 읽는 재미라도 있을 텐데 그것도 없고..

syo 2017-08-12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현 좋아했는데.... 글로리홀...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2 18:08   좋아요 0 | URL
저는 캔 로치 좋아했는데... 캔로치는 곁가지로 , 마칙 부록처럼 잠깐 인용되고 나머지는 그의 일상이어서..
흥미를 잃었을 뿐... ^^

함 읽어보세요.

2017-08-14 09:29   좋아요 1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4 14:36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4 17:41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5 13:59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7-08-14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산문집을 읽지는 않았지만 곰곰발님의 실망과 분노가 여기까지 전해져 오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켄 로치라는 부제를 빼 버리고 좀 더 감정이 절제된 담백한 문장으로 자신의 일상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했다면 (상찬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삼십대 후반 시인의 이력과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잔잔한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알라딘 미리보기로 앞부분만 조금 읽었는데 첫 번째 산문의 주된 내용이 ‘엄마 싫다‘로 모아지고 있어서 읽기가 조금 그렇더군요.
출판사의 섣부른 과욕과 집필자의 지나친 감상이 결국에는 책의 가치를 높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4 14:34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처음 10페이지만 읽을 만합니다. 이 말은 아마도 편집자가 그나마 쓸 수 있는 문장만 앞에 모아둔 ㅡ듯.
김훈이 ˝ 밥벌이의 지겨움 ˝ 을 한 번 이야기할 때는 좋지만 그가 자주 밥벌이의 지겨움˝ 들˝ 을 강조할 수록 문장이 좀 지저분해지듯이, 이 책의 저자도 중언부언하다보니 조금 구질구질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관중을 향해 날아간 공




 




                                                                                                                                                                           2016년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챔피언쉽 시리즈(4강)에 오른 팀은 LA다저스와 시카고 컵스. 5차 경기, 시카고 컵스 선발 투수는 존 레스터'였다.

정확히 몇 회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저스 타자 키케 에르난데스'가 안타를 치고 1루에 진출했을 때 희한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키케 에르난데스의 리드 폭이 지나치게 넓은 데에도 불구하고 투수는 1루를 향해 견제구를 던지기는커녕 식은 땀을 흘리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더군다나 그는 왼손 투수였다. 고교야구, 아니 사회인 야구팀 투수가 견제구를 던져도 아웃을 잡을 수 있을 만큼 키케의 리드 폭은 " 광폭 " 이었는데 말이다. 심지어 타자 키케 에른난데스는 1루와 2루 사이에서 엉덩이춤을 추듯 실룩실룩거리며 투수를 도발하고 있는 아닌가.

투수 존 레스터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는 끝내 견제구를 던지지 못했다. 투수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존 레스터 투수는 2014년에 서른 경기 넘게 선발로 뛰면서 단 한번도 1루를 향해 견제구를 던진 적이 없다. 악송구에 대한 나쁜 기억과 두려움 때문에 1루를 향해 견제구를 던질 생각만 하면 팔이 돌처럼 굳고 숨이 막히는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에 공 하나를 넣고 빼는 것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핀포인트 제구력을 자랑했던 존 레스터가 말이다.  견제구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존 레스터는 67경기(거의 2년 만이다) 만에 1루를 향해 견제구를 날린 적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때도 악송구였다. 뉴욕 양키스 2루수 척 노블락도 존 레스터와 비슷했다. 2루나 3루 혹은 홈을 향해 공을 던질 때는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지만 1루를 향할 때에만 문제가 발생했다. 그는 1루수의 글러브를 향해 공을 던졌지만 공은 공교롭게도 관중석을 향했다. 그런가 하면 세인트루이스 카디날스 소속 릭 엔키엘 투수는 어느 날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게 되었다. 한때 이닝 수보다 많은 197개의 삼진을 기록했던 좌완 파이어볼러였는데 포스트시즌에 들어서자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결국 그는 타자로 변신하여 그럭저럭 성공한 선수가 된다.

그에게 내려진 병명은 "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 " 이었다. 스티븐 블래스가 누구냐 하면 : 1971년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월드시리즈 우슨을 이끈 주역으로 오른손 투수였다. 1968년에는 18승을 거두었고, 1972년에는 19승이나 따냈다. 하지만 1973년에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게 되었다. 88이닝 동안 볼넷을 84개나 내주었으니 선수 생명을 연장할 수는 없었다. 당시에 블래스는 심리 치료까지 받았지만 원인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 블래스의 곤경 " 이후, 투수가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현상을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라 부른다.

실패에 대한 나쁜 기억과 체험 그리고 그것에 따른 강박과 억압이 운동 신경을 마비시킨 결과'다. 안철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자꾸 똥볼을 던지는 투수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두려워하는 존재는 문재인이다. 그것은 살리에르가 모짜르트에게 느끼는 질투심'이다. 지난 대선 토론에서 보여준 안철수의 경직된 얼굴은 악송구에 대한 나쁜 기억과 두려움 때문에 마비된 투수의 팔 근육을 연상시킨다. 이겨야 한다는 결의보다 이겨야만 한다는 강박이 낳은 근육 마비'다.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은 월드시리즈 같은 큰 경기를 치뤄야 할 때, 그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현상이다.

안철수가 그렇다. 문재인이 잘할수록 안철수가 던진 공은 관중을 향해 날아간다. 파울볼 잡는 재미로 야구장을 찾는다지만 이런 공은 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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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1 14:59   좋아요 1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1 15:17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7-08-11 17:00   좋아요 0 | URL
곰발님의 격분의 댓글이 달릴 줄은 몰랐어요. 요즘 정말 정치에 눈 안 돌리고 사느라, 제 귀에 들어오는 안철수 소식은 분노보다는 폭소 쪽이었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1 17:43   좋아요 0 | URL
ㅎㅎ 전 안철수는 용서가 안됩니다..ㅎㅎㅎ

2017-08-11 16:37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1 17:44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bgkim 2017-08-1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프로필사진과 재미진 글을 읽노라면 소설가 박민규가 왜? 자꾸 떠오르죠?좋은글 많이 부탁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2 16:35   좋아요 0 | URL
잠자리 안경 하나 구해서 쓸까요 ? ㅎㅎㅎ.. 감사합니다..

bgkim 2017-08-1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리 ㅎㅎ 그러고 보니 어느새 가을냄새가 나는듯 하군요.님! 친구신청 날래날래 받아주시라요.거저 민하구만!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2 17:23   좋아요 0 | URL
네 신청 받았습니다..

bgkim 2017-08-1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