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노랫소리 - 제6회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수상작
텐도 아라타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원래 사람은 고독한 존재다. 고독하지 않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다. 사람이 언제 가장 비참함은 느끼게 되는가 하면 바로 주위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외로움을 느낄 때다. 나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던 가족과 친구와 동료와 그런 사람들에게 어느 날 사실은 전혀 그들이 나를 알지 못했고, 나 또한 그들을 알지 못했다고 느껴질 때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런 때를 생각하며 주인공들에게 몰입해보자.

처음 등장하는 준페이는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음악을 인정해주지 않는 가족에게 등을 지고 사는 열아홉 살의 젊은이다. 이런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막는 부모도 흔하다. 무조건 장래를 위해서다, 너를 생각해서다, 라는 말로 하기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통의 코스를 밟아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 들어가 참한 여자와 가정을 꾸리고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정작 꿈을 가지라고 말을 하면서 그 꿈이 부모의 꿈과 다를 때는 잘못된 것이라고 몰아붙인다. 그래서 준페이는 그것으로부터 오는 고독을 이겨내기 위해 혼자 달리는 길을 택한 것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음악을 하면서. 준페이의 고독은 앞에서 달리는 고독이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을 밀어주고 받쳐주기를 바라는 고독이기도 하다.

두 번째 등장하는 후키는 고통스런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찰이 되어 혼자 가는 길을 선택한 여자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일을 후회하게 된다. 만약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었다면 달라졌을 텐데 라는 생각을 달고 산다. 그녀는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자 자신이 맡은 편의점 강도 사건보다 그 사건에 관심을 보인다. 그 만약이라는 것이 가슴에 남아 그녀를 고독하게 만든 것이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상처에 소금을 스스로 뿌려가면서. 그러면서도 혼자 사는 삶이 있어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거라고 말한다. 그녀의 고독은 기다림의 고독이다. 누군가 자신의 손에 고독을 대신할 무언가를 쥐어주기를 바라는...    

마지막 다카시의 고독이 있다. 그는 완전한 가정을 꿈꾸는 남자다. 하지만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가정의 유토피아,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고독이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강아지와 자신의 세계에 끊임없이 마지막 완성의 축이 되는 아내를 만들어내고 싶어 한다. 완벽한 아내, 자신의 가정을 완전히 이해하는 아내, 자신의 어머니같은 아내... 그의 고독은 병이다. 자신이 고독한지도 모르는 고독, 어디에 존재하는 지도 모르는 진정한 고독... 어쩌면 이 안에서 가장 고독한 인물은 다카시일지도 모른다. 고독이라는 것을 넘어서 고독의 세계에 갇히고 말았으니까. 물속에 넣은 한 방울의 물방울은 더 이상 물방울이 아니다. 그건 그저 물일뿐이다. 고독에 빠진 그는 더 이상 그 어떤 존재도 아닌 고독 그 자체이다.

이 세 명의 주인공이 각기 다른 고독을 이야기하며 사건을 풀어가는 형식인 이 작품은 결국 텐도 아라타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가정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하는 문제로 회귀하게 된다. 모두 저마다 가정이 있었고 그 가정 속에 살았지만 어느 가정도 가정다운 모습의 가정이 아니라는 듯 한 작가의 태도에서 그렇다면 가정이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가 생각하는 가정이란 아마도 이어 달리기와 같은 형태의 가정이 아닐까. 앞서 달리고 뒤에서 달리고 하면서 각기 자신의 페이스와 자신의 모습은 간직한 채 바톤이라는 것을 통해서 주고받고 하며 이어지는 것... 서로를 위해줄때는 위해주고 일체성을 보일 때는 합심을 하지만 각기 맡은 영역은 침범하지 않는 것... 그것이 가족 구성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작가가 말하는 것 같다. 힘든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의 가정을 보면 어쩌면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뭉쳤다 흩어졌다 뭉쳤다 흩어졌다 반복하면서 그래도 사회가 붕괴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은 이런 가정이 많다는 반증은 아닐까... 그러니 이 작품을 보고 고독도 즐기게 내버려 두는 연습이라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작품이 작가의 초기 작품이어서 그런지 조금 늘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작가의 생각은 확실하다. 그것도 고독이라 생각해본다. 작품이 완벽하다면 그 안에 고독이 숨 쉴 자리가 없을 지도 모르니까.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작가의 초기 작품에 흥미가 있다면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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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개 2005-11-2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너무 좋은데요. ^^ 추천하구 갑니다.

물만두 2005-11-27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추천이 빠졌어요~^^

검둥개 2005-11-28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 우째 이런 변이. 다시 했어요. ^^;;;

물만두 2005-11-28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blowup 2005-12-03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품이 완벽하다면 그 안에 고독이 숨 쉴 자리가 없을 지도 모르니까.'라는 표현, 너무 멋져요. 그런데 이 책이 '영원의 아이'보다 먼저 나온 건가요? 만두 님의 별 다섯 개가 절 흔드는군요.

물만두 2005-12-0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의 아이보다 먼저 나온 작품입니다. 음... 전 왠만하면 별이 후합니다^^;;;

세실 2005-12-09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만두님...언제 이렇게 글솜씨가 느셨데요?? 흐흠...대단하십니다.....

하늘바람 2005-12-09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고독을 즐기고 있답니다

물만두 2005-12-0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무슨 소리~ 왔다 갔다 한다는 거 아심서^^;;;
하늘바람님 저두요~

stella.K 2005-12-12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물만두님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되지 않으셨습니까? 경사났네! 좋겠습니다. 축하해요. 이벤트하셔야죠.ㅎㅎㅎ.

물만두 2005-12-1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이미 지나갔네요~ 돈없어 벤트 못합니다~ 책 살 일도 죽겠구만 ㅠ.ㅠ;;; 암튼 감사합니다^^ 심한 뒷북^^

moonnight 2005-12-12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구애구. 만두님 저도 느무느무 뒷북이라 죄송 ;;; 하여간에 축하드려욧! ^^;;;;

물만두 2005-12-1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뒷북 감사합니다^^

비연 2005-12-13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도 뒷북...-_-;; 그래도 축하드리고 지나가야 하겠기에...우헤헤.
만두님, 축하드려요...!!!! 좋은 리뷰네요~

물만두 2005-12-13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심한 뒷북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05-12-14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이런 경사스러운일이??...^^
저도 축하드리옵니다.

물만두 2005-12-14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 심한 뒷북 감사합니다^^ㅋㅋㅋ

미미달 2006-11-04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정에 초점을 두고 리뷰를 쓰셨군요 -
추천해요 ~ ^^

물만두 2006-11-04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달님 이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공통점이 그것이라 생각되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