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이블 블랙 캣(Black Cat) 5
미네트 월터스 지음, 권성환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미넷 월터스... 마음에 드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 이 작품을 포함해서 세 작품이 출판되었는데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시리즈가 아니라도 계속 읽는 것이다. <냉동창고>, <여류 조각가> 모두 일관 되게 한정된 고장에서 일어나는 가정사와 그 가정이 포함된 집단인 마을, 그리고 그것으로 볼 수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보면 한 마을이 등장한다. 주말 별장지로서 거주민은 별로 없는 시골 마을이다. 이곳에서 한 퇴역 대령의 집안을 중심으로 그들의 가정사와 마을 사람들, 그리고 지금 영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여우 사냥과 많은 유럽에서나 미국, 심지어 우리 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까지 심도 있게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글을 쓰는 재주가 탁월하다. 그래서 마지막에 반드시 독자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때리기를 잊지 않는다. 그것은 무척 매력적이다. 작가는 의도적 트릭이나 반전의 반전으로 독자를 속이기 위한 연막을 피우지는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관점을 달리하고 분산시키는데 탁월하다. 그래서 작가의 글을 읽다 작가의 글에 집중한 나머지 독자는 멋지게 당하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 그 점이 내겐 신선하고 멋지다. 이 작품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어떤 것이 불쌍한 것인가... 여우가 물어 죽이는 가축이 불쌍한가... 그 가축을 지키기 위해 여우를 잡아야 하는 것이 불쌍한가... 아님 의도적인 쾌락을 위한 여우 사냥 그 자체에 희생 당하는 여우가 불쌍한가... 여우보다 더 하찮게 취급당하는 떠돌이 부랑자들이 불쌍한가... 가축이 뜯어먹는 풀은 불쌍하지 않은가...

가끔 우리는 경주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만 보고 달리게 하기 위해 옆 가리개를 해서 옆은 볼래야 볼 수 없게 된 것이 아닌지... 하나의 이슈가 있으면 거기에만 매달린다. 이슈가 되지 않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은 또 다른 편 가르기에만 집중을 한다. 전쟁이 정치인들에게는 단지 쇼일 뿐 그 안에 죽어 가는 많은 사람들 생각을 하지 않듯 하나가 눈에 띄면 그 하나 때문에 다른 하나는 보지 못하고 놓친다.

이 작품을 읽어보면 어느 쪽 편을 드느냐의 문제보다 왜 사람들이 여우와 가축이라는 자기들이 생각하게 되는 것에만 집중을 하며 생각할 필요도 없고 소용도 없는 바닥에서 사는 인간들에 대해서 생각조차 안 하는지를 알게 된다.

진짜 인간은 잔인하다. 언제나 자신의 이익과 자신의 생각과 관점에서만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인다. 나와 상관없다면 길거리에 누가 쓰러져 죽어도 상관을 안 한다. 그러면서 모피를 입지 말자, 개고기를 먹지 말자, 끊임없이 외친다. 모피와 채식주의는 이슈고 개고기는 애완동물 때문이다. 나는 돼지를 키운다. 그럼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고 해야 하나? 나는 상추를 키운다.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상용으로... 그럼 모두 채소를 먹지 말라고 해야 하나?

아프리카에서는 지금도 아이들이 쓰레기장을 뒤지고 다닌다. 먹다 버린 과일 껍질, 알이 몇 개 남은 썩고 말라비틀어진 옥수수를 발견하면 그들은 좋아한다. 그들에게 다가가서 이런 것을 외칠 수 있을까... 아니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을까... 아프리카는 지구에서 고립된 곳인가... 우리가 아프리카를 고립무원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한 노인을 고립시키는 마을 사람들처럼... 여우는 이슈로 다루지만 부랑자들은 다루지 않는 신문이나 정치인들처럼 말이다.

미넷 월터스의 작품을 읽고 나면 언제나 생각을 하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만 여기서 저기로 생각이 튀어 다닌다. 난 그 생각들을 잡느라 고생을 한다. 이것 또한 이 작가의 매력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펼치면서 많은 것을 포함한다는 것, 그러면서 재미있고 깊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님에 분명하다.

그가 상을 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가사 크리스티보다 더 뛰어난 작가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작가의 작품을 모두 출판하면 좋을 텐데... 몇 권되지도 않구만... 댄 브라운의 작품을 읽는 수고하지 말고 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시길... 비교가 안 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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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4-10-08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겠네요...^^

BRINY 2004-10-08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icaru 2004-10-08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솔깃솔깃!!!

물만두 2004-10-08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넷 월터스의 작품은 모두 좋아요^^

하이드 2004-10-08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번에 주문할때 같이 할껄.
읽을 책 천지지만, 오늘 당장 서점 가봐야겠어요.

Laika 2004-10-08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

물만두 2004-10-08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섯명이 댓글달고 추천이 하나라니 이사람들이 참... 흑... 그려 나 글 못써...

내가없는 이 안 2004-10-08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그리 말씀 안 하셔도 읽으면서 와~ 추천감이다, 했어요. 저 추천했음! ^^
소설 아직 못 읽어봤지만 님의 리뷰가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마냐 2004-10-08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추천해요. 근데, 엄청난 뽐뿌...으으. 읽어야겠네요. ^^

물만두 2004-10-08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역시 뒹굴러야되여^^

아영엄마 2004-10-08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이 자꾸 재미있는 책들을 알려주시니 사고 싶어지잖아요..ㅜㅜ 님이 뒹굴고 계시는데 감히 추천을 하지 않을 수 없군요. 나도 뒹굴까 부다..^^;;

깍두기 2004-10-08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어제 책 주문했는데.....이렇게 재밌는 리뷰를 쓰면 또 주문해야 되잖소....ㅠ.ㅠ

panda78 2004-10-08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다른 책이 있었나요? 전 윈터 앤 나이트를 더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 작가의 다른 책이라면 보고 싶어지네요. 와- 찾아 봐야지. 구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저도 추천-! ^^

soyo12 2004-10-09 0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엄청난 책인가봐요. ㅋㅋ 만두님이 이렇게 칭찬을 하실 정도면
보관함으로 보내놔야겠습니다.^.~

물만두 2004-10-09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윈터앤나이트와는 작가가 다른데요^^
미넷 월터스 좋은 작갑니다^^

nemuko 2004-10-10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 권하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고민되네요. 서점에서 얼핏 봤더니 무지하니 두껍던데..
아무래도 '다빈치 코드'로 뒷북 치느니 이거 읽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지는걸요^^

물만두 2004-10-11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꺼워도 재미있습니다. 댄 브라운 작품보는 고생하지 마시고 이 책 보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namu^^ 2006-08-09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열심히 읽고 있답니다. 두께에 좀 놀랐지만 아직까지...순조롭게 나아가고 있답니다. 다 읽고 다시오죠

물만두 2006-08-09 1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님의 취향에 잘 맞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