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할머니..오메..슬프고 재미있다...

<오메 할머니, 초강력 아빠팬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오메 할머니 ㅣ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오채 지음, 김유대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6월

고학년 동화책으로 적당한 오메 할머니는 오채라는 동화작가가 쓴 동화책이다. 다섯번째 딸로 태어나 오채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작가는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살았었나 보다. 작년에 쓰러져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리며 이 책을 썼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저릿했다. 

오메할머니 역시 갑자기 쓰러져 몸이 불편하게 된 할머니로 딸네집을 돌다가 마지막으로 아들의 집을 방문하고 시골집으로 돌아가려는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아들네 집에는 은지라는 이쁜 손녀와 봉지라는 늙은 개도 있다. 봉지가 바로 이 책의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특이한 동화이지만 읽다 보면 흡입력이 있어서 봉지의 이야기에 이내 빠져든다. 

봉지는 난데 없이 나타나 자신을 구박하고 잠잘때도 거실로 쫓아내는 할머니가 못마땅할 뿐이다. 분풀이로 똥과 오줌을 거실에 작렬하지만 할머니는 눈하나 깜짝 하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내다버린다고 하니 이런...봉지가 지고 말았다. 봉지와 할머니는 산책을 나가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봉지를 못마땅해하던 오메 할머니가 어느새 누구보다 봉지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이래서 있나보다 싶었다. 개를 무서워하는 나도 어느새 이야기에 푹 빠져 읽고 있었다.  

할머니는 예전에 알게 된 부자집 반지댁과 박스를 모아 근근이 살아가는 빡스댁이 친구였다. 오랜만에 돌아온 오메할머니를 반기는 두 할머니...반지댁은 갑자기 딸이 찾아와 돈을 더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릴때 오메할머니가 호통을 대신 쳤고 빡스댁이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을때 빡스댁의 손자인 성준이를 돌본 것도 오메할머니셨다. 자신의 몸도 성치 못하지만 남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오메할머니는 너무 멋있었다. 치마를 펄럭이며 호통을 치지만 은지와 은지네 식구들에게는 언제나 마음을 쓰는 시어머니이자 할머니었다. 

겨우 익혔던 한글로 할머니들이 많이 모이는 공원에서 빡스댁을 위한 국가에서 나오는 보조금 지원을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나중에 구청에서도 빡스댁 할머니를 보조금 대상자로 다시 지원하게 되는 내용이나 은지를 위해 모아두었던 돈을 꺼내어 물결파마를 시켜주고 직접 만든 공기를 보여주시고 짐 쌓기 놀이를 알려주신 할머니...그리고 봉지라는 개와의 우정...고학년을 위한 동화이지만 엄마인 내가 읽으며 웃고 울었다. 마지막에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오메할머니를 읽으며 때로는 제발 반찬 걱정은 하시지 말라고 싫은 내색을 보였던 시어머님과 우리 엄마, 그리고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는 것이었다. 더 잘 해드려야 겠다...나도 이젠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아파오는데 노인네들은 어떨까...예순이 넘은 우리 어무이도 갑자기 걱정이 되고 사랑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불효녀 같았다. 지금부터라도 친정엄마랑 시어머님께 더 잘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4학년 딸은 아직 이해를 못하는 내용이었나 보다. 5학년때 다시 한번 읽어보라고 해야 겠다. 이렇게 재미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