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2주
다음 한 주 내내 집에 아들 녀석과 둘이 있게 된다. 심지어 봄 방학 기간이다. 그러니 아침부터 밤까지 내내 붙어 있어야 한다는 말씀! 아들이 이제 10살인데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을 지도...어쨌거나, 이번 주 토요일 아침부터 다음주 일요일 저녁까지 오로지 아들 녀석과 단 둘이 보내게 된 시간.
혼자 있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실 딸 아이와 함께 남겨지는 것이 더 좋다. 혼자 놀기의 달인인 큰 딸은 하루 종일 혼자 있어도 심심해 하지 않는, 그러니까 하루 종일 혼자 있어도 나를 방해하거나 귀찮게 하지 않는, 간혹 내가 오히려 궁금해서 그녀의 시간을 방해하게 되는 아주 독립적인 녀석이다. 그러니 나와 딸 둘이 집에 있는 시간은 아주 고요하다.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도 우린 서로 각자의 일에 몰입하며 행복해 할 뿐...
말해봤자 입 아프겠지만, 아들 녀석은 정말 그와는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딱 맞다. 단 한 시도 혼자 있기를 두려워 하는 녀석이다. TV도 같이 보자고 조르고, 책도 읽어 달라고 하고, 축구 연습하러 운동장 나갈 때도 친구 아니면 누나 아니면 엄마. 누나 없을 때 혼자 맛있는걸 사주면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별 맛이 없다는 녀석이다. 심지어 샤워 할 때도 화장실 문 앞에 있으라는 녀석. 하루에 '엄마! 누나! 아빠!'를 부르는게 정말 천 번도 넘을 것 같다.
자...이러니 다음 주는 나에게 기대 반 걱정 반의 시간이다. 나머지 두 식구가 없으니 단촐해서 심플할 테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욱 심심해진 아들 녀석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는 좀 고민이다. 그래서 아들 녀석과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중 아들 녀석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영화관 가기. 영화 보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데 항상 모든 식구가 같이 움직이기를 원하는 남편 때문에 사실 자주 가지는 못했다. (남편의 이런 성격은 아들 녀석과 똑같다ㅎㅎ)
볼링 치러 가기. 운동장에서 운동하기. 영화관 가기. 박물관 구경하기. 외할머니 댁 놀러가기. 이모 집 놀러가기 등등등 중에서 가장 기다리고 있기에 예매를 위해 미리 둘러보았다. 사실 아들과 같이 보기에 적당한 영화들이 다음 주까지 상영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무슨 영화가 가장 보고 싶냐고 했더니 <글러브>란다. 어디서 광고를 봤단다. 의외였다. 축구 교실을 다니고 있고 늘 축구에 열광해 있던 녀석이라. 야구는 해 볼 일이 많지 않았지만 이 영화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나름의 기대평과 함께.
<메가마인드>는 어떠냐 했더니 이제 그런건(!!) 유치해서 안 본단다. 10년이나 살았다 이거지. 사실 그동안 디즈니, 픽사 등등등. 수도 없이 많은 애니메이션을 봐왔으니 이제 녀석도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졌고 딱히 특별한 기대도 들지 않으리란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메가마인드 3D>
그런데 이것이 과연 다음 주까지 상영할 것인가...3D로는 한 번쯤 볼 만하지 않을까 싶은데. 평점도 좋고 추천했던 사람도 있어서 봐볼까 했었는데 기회를 놓쳤었다. 다음 주까지 상영한다면 꼭 봐야 할 후보작. 관람 기회를 놓친다면 DVD 구입할 기세.
걸리버 여행기는 재미있을 것 같아 내심 기대했었는데 여러 관람평들이 좋질 않아 패스! 소재나 제목으로만 보면 딱 아들 녀석과 보기 좋은데. 아쉽다.
12세 이상 관람가지만 우리 아들 녀석도 2011년을 맞아 10대의 반열에 들어섰으니 봐도 무방하겠지? 애니메이션은 유치하다고 하는 녀석. 코믹하고 유쾌하다는 소문이 무성하니 봐줘야 겠다.
김명민이란 배우가 이번엔 어떤지 궁금한 나와, 웃기고 재밌는 건 뭐든 좋아하는 아들 녀석이니 만족스럽지 않을까!
혹시 <평양성>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은 없다. <황산벌>도 그저 그랬던 기억이 있고 왠지 아들 녀석이 사투리를 못 알아 들을 것 같은 생각도..
개봉 예정작 중에서 눈에 가는 몇 개의 영화.
<아마존의 눈물>이나 <아프리카의 눈물>을 진지하게 봤던 녀석이라 아마 좋아할 것 같다. BBC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필름들을 무척 애지중지하고 북극과 남극이라면 귀를 쫑긋 세우는 녀석과 꼭 함께 볼 영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너무 예쁘다.
사실 이건 딸과 함께 봐야 할 영화 같다. <라푼젤> 보자고 하면 아들 녀석은 제목만 듣고도 손사래를 칠 것이 분명한데...
내가 보고 싶은 영화. <그림형제 동화> 중 가장 마지막으로 알게 된 동화였지 아마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처음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라푼젤의 머리가 어디까지 늘어뜨려지는지 보고야 말테다.
일단, 리스트를 만들고 아들 녀석과 협의를 거쳐 결정해야겠다.^^ 아마 매일 영화관에 가지 않을까 싶다. 날도 추운데 둘이 팝콘 먹어가며 단촐하게 하는 영화 관람.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낭만이 있지 않을까! 나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