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미술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역사의 미술관 - 그림, 한눈에 역사를 통찰하다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오래전의 일이예요. 운좋게도 해외여행을 갈 기회가 생겨 멋모르고 배낭메고 쫓아다니기만 하던 때의 일이지요.여행이라는 걸 잘 다녀보지도 못했었는데 해외여행, 그것도 로마와 파리에 간다니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어떻게 막무가내로 다닐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만큼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무작정 따라나섰던 여행이었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그때 여행준비를 한다면서 달랑 한권의 책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90년대, 나중에 알고보니 해외여행 자율화- 해외여행의 제약이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던 그런 시절에 해외여행은 이제야 첫단계가 시작되고 있었던 때였고 참고할만한 것은 세계가 간다라는 여행시리즈 책뿐이었던 그런 시절이었던 거예요.

아무런 정보도 없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길래 따라 들어간 곳이 바티칸 박물관이었고, 로마를 헤매다 멋진 분수가 보이길래 잠시 다리를 쉬며 앉았던 곳이 나보나광장이었고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파리에서 숙소를 찾아가기전에 잠시 들려볼만한곳을 찾다가 지하철 타고 가기 쉽다고 찾아간 곳이 오르세미술관이었던, 그런식의 여행이었지만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여행일수밖에 없었어요. 로마에서 사진기를 잃어버리고, 그 이후에 찍은 사진은 현상해보니 반도 안나왔고, 더 많은 곳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우리는 꽤 많은 시간을 길에다 뿌리며 다녔을뿐이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느꼈던 문화충격은 정말 신선했었어요.

 

그런데 왜 이런 얘기를 이리 길게 하는지 아세요? 그때 나는 예술이라는 것에 그리 큰 관심이 없었지요. 물론 오르세 미술관을 가고, 다른 사람들은 피곤하고 시간이 없다고 그냥 지나쳐버렸던 루브르 박물관을 꾸역꾸역 찾아가 기어코 모나리자를 보긴 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던 건 아니었어요. 박물관에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지역의 학생들이 스케치북 하나 들고 와 명화앞에 쪼그리고 앉아 스케치를 하는 모습, 쬐끄만 아이들이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하는 모습, 미술책에서만 보던 그림들이 커다란 액자에 담겨 내 눈앞에 있는 현실이 그저 놀랍기만 했거든요. 그런데 드넓은 루브르에서 뭘 어떻게 봐야할지 헤매고 있을 때, 옆에서 한국말이 들리길래 돌아봤더니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들어온거예요. 우리는 은근슬쩍 그들 뒤꽁무니에 따라붙어 다녔어요. 사실 그 넓은 박물관에서 비너스와 니케, 모나리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자는 심정이었었는데, 그 단체관광객을 이끌던 가이드는 마침 미술학전공자였고 우리 모두를 난생 처음보는 그림 앞으로 데려갔지요.

이주헌님의 역사의 미술관,이라는 책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그 그림이예요. 다른 사람들에겐 어떤 느낌이었을지 모르지만 내게는 정말 인상적이었던 그림이었어요. 그림 안에 역사가 담겨있었거든요. 처음들어보는 이야기, 처음 본 그림이었지만 이런 그림도 있구나,라는 걸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 후로 미술작품에 담겨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연상되기 시작했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던 거예요.

아, 그 그림이 뭐였냐고요? 자크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라는 그림이예요. 그후에 마라의 죽음이라는 그림으로 다비드라는 작가를 더 잘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작가도 작품도 모두 낯설기만 했었지요. 하지만 그 강렬한 인상은 그 강렬함 이상으로 그림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 주었네요.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지만 역사의 미술관은 그림에 대한 또다른 시선을 갖게 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복식의 변천을 배우면서 로코코양식이 인상적이었던 것도 미술작품을 통해 봤기 때문이고 알타미라 벽화의 소그림을 통한 고대의 사냥의식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듯이 그림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고 역사가 담겨있고 화가의 극적인 문학적 표현이 담겨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한편의 작품을 통해 수많은 대화를 건네고 있는데, 그것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주헌님의 역사의 미술관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역사를 읽는 것은 교훈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이전에 역사는 하나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이며 가장 교훈적인 이야기다. 그림도 본질적으로는 하나의 이야기다. 그림에는 사람살이의 모든 이야기가 아름답게 표현되어 두루 담겨있다.그렇게 이야기로서의 역사와 이야기로서의 그림이 만나 짝을 이룬게 이 책이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장에서는 한시대를 이끌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그림을 풀어놓고 있지요. 많이 알려져있는 나폴레옹의 초상화뿐 아니라 그림만 봤었지 그 자세한 역사적 사실은 몰랐던 이반뇌제의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한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2장에서는 히스토리속의 허스토리, 그러니까 여성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지요. 신화속 여신이나 성서속 여성들의 주제화는 많이 접했었지만 역사속의 여성들만을 꼽아보니 그것도 꽤 흥미롭습니다. 3장, 역사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의미에는 전염병같은 천재지변에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뿐만 아니라 인간 스스로 일으킨 참혹한 전쟁의 참상에 대한 고발이 담겨있는 그림 속 역사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4장 정신의 역사 역사의 정신에서는 인간의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종교, 이념과 사상, 세계관의 변화에 따른 인간 의식의 변화와 그 흐름을 보여주는 그림을 찾아볼 수 있지요.

왠지 제목만 보면 거창해보이지만 이주헌님의 글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거예요. 이주헌님의 그림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리 복잡하고 어렵기만 해 보이던 역사 이야기가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고, 이해하기 힘든 그림들이 너무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것을요.

 

금세 한 권의 책을 다 읽어버리니 진한 아쉬움이 남는군요. 인간이 창조한 최고의 예술, 역사이야기를 하나의 장면에 담아내는 화가들의 창의력에도 감탄을 하고 그 역사의 한장면을 쉽고 재미있게 풀이하고 이야기해주는 이 한권의 책에도 감탄을 할뿐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주 2012-02-1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주헌 선생님이 좋더라구요.
미술엔 문외한일지라도 이주헌 선생님의 다정한 해설을 들으면 그림이 눈에 들어오고 그랬어요.
보관함에 담아 가요~

chika 2012-02-14 17:22   좋아요 0 | URL
그죠? 그림이 하나도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만 느껴진다니까요. 지식의 미술관도 사두기만 했는데 빨리 읽어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