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그보다 중요한 것이 뭐가 있겠어요. 


 

그 대사 하나로 모든 것은 게임 셋.

(링컨의 흑인 하인이 링컨에게 건네는 대사)  

<링컨>. 이 장면만으로도 충분하고 완벽한 영화. 


평등, 자유, 공정함, 인간의 존엄성, 정의.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저 가치들로 보는 내내 심장이 두근두근 먹먹.


우리에겐 링컨 같은 대통령이 없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다.

링컨(권력)을 움직이게 만든 가치를 말하지 않음을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링컨.

평등, 자유, 공정함, 인간의 존엄성, 정의의 또 다른 이름.

인민(people)의 이름으로.


링컨을 함께 하고, 봄비가 뽀뽀하는 광화문 거리를 함께 거닌 오드리에게 감사.

그래, 너에게도, <링컨>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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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3월7일의 냄새는 알싸했다. 안개 냄새 덕분이었다.  


봄안개의 밤이었다. 흡~. 봄이 밤이었고, 밤이 봄이었다. 

그 안개가 봄을 몽환적으로 만들었고, 냄새 덕분에 나는 충분히 봄이 될 수 있었다.


내가 볶고 내린, 

내 마음을 함께 흘려내린 커피를 오전 중 연신 맛있다며 마셔주었던 두 사람 덕분에,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였도다.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던 하루를 봄안개가 또 휘감았도다.  


아마도 그 커피와 안개에는 기형도가 블렌딩돼 있었다는 것을. 

차베스의 죽음에서 가장 가까운 내가 보유하고 있던 멕시코 치아파스 커피.

그 커피의 이름은 '기형도'였음을.  


그리하여, 

기형도의 [ 안개 ]가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봄밤. 3월 7일, 기형도 24주기(1989). 


1

아침저녁으로 샛江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邑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江을 건너야 한다.

앞서간 一行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空中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軍團은 샛江에서 한 발자국도 移動하지 않는다.

出勤길에 늦은 女工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동안

步行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食口가 되고

멀리 送電塔이 희미한 胴體를 드러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다닌다.

 

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는,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

아주 드물다. 이곳은 안개의 聖域이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江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놓는다. 순식간에 空氣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 찬다. 그 속으로

植物들, 工場들이 빨려 들어가고

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

 

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 당했다.

寄宿舍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겨울엔

방죽 위에서 醉客 하나가 얼어 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三輪車는 그것이

쓰레기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不幸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안개가 걷히고 正午 가까이

工場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銃身을 겨눈다. 상처 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욕설을 해대며 이 發水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邑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3

아침저녁으로 샛江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邑의 名物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株式을 가지고 있다.

女工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工場으로 간다




아울러, 

3월8일 오늘, 세계 여성의 날. 

빵(생존권)과 장미(인간의 존엄성과 인권)를 들고 나섰던 1908년의 오늘을 기념하며, 내가 아는 세상의 근사하고 아름다운 여성에게 조공하는 장미. ^^


오늘, 수운잡방에서는,

아름다운 여성 당신들에게 장미와 커피를. 어쩌면 덤으로 초콜릿까지.



@}-;--`--- 

@}->-- 

@>+-+--  

@}--,--`------- 


곧 수운잡방이 아름다운 당신을 맞이합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그 봄, 안개가 붑니다. 수운잡방이라는 안개. 당신의 마음을 감싸는 안개.

 



밤9시의 커피.

밤 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이 있는 곳. 그 커피 한 잔으로 생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떤 세계의 확장과 연결도 엿본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밤 9시가 되면, 낮에 만든 커피와는 또 다른 커피를 내린다. 그 커피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다. 그리고,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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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8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품은삶 2013-03-10 00:46   좋아요 0 | URL
장미와 초콜릿,
여성이라면 당연히 받아야할 권리죠.^^

받아주세요.ㅎㅎ
 

 

2월25일,

거리를 거닐 때도, 미디어를 만날 때도, 온통 한 사람의 얼굴이 도배질하고 있었다. 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앞으로 5년 잘하길 바란다는 이성을 비집고 나오는, 저 지겹고 구린 얼굴과 쇳소리 비슷한 목소리가 싫었다. 그가 오십 차례 이상 내뱉은 '국민'이라는 카테고리에 나는 포함이 안 됐으면 하는 지극히 편협하고 옹졸한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진짜, 이땅의 역사적인 맥락에서 어설프게 형성된 '국민'이기보다 자주적인 근대화 과정을 섭렵한 '인민'이나 '시민'이고 싶으니까. (물론 알다시피 이 땅에 자주적인 근대화 과정은 없었다!)

 

그런 꿍한 마음을 치유해준 것이 아카데미 시상식이었으니.

이땅을 아주 이상하게 만들어놓은 미국(정부)이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아니 아주 무관할 수는 없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은 내게 하루 힐링이었다.

 

 

눈물이 찔끔.ㅠㅠ

 

내게서 줄리아 로버츠를 은퇴시킨 여신,

앤 헤서웨이(여우조연상)부터 시작된 힐링 릴레이는,

<레미제라블>팀의 감동적인 군무와 노래로 감정을 고조시키더니.

 

 

 

연기가 곧 '운명'이었던 십대의 소녀에게 혹했던 기억이 아직 짠하건만,

 

스물 셋의 나이, 마침내 오스카 트로피를 치켜 든 '꽈당' 제니퍼 로렌스.

 


 

새로운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늘 나를 놀래키는 사랑과 이야기의 연금술사인,

아시아, 그리고 대만의 감독 이안과 그가 만든 눈과 마음이 휘둥그레지도록 놀랍고 감동스러운 이야기 <라이프 오브 파이>. 땡큐, 쉐쉐, 나마스떼! 이안 감독님의 천진난만한 수상 표정은 그야말로 압권.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미친 연기술사 <링컨>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 그 포스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최초의 3회 수상! 앞으로 우리는 링컨을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얼굴로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방점을 찍은 건, 미셸 오바마의 깜짝 등장에 이은 최우수 작품상 호명!

그의 입에서 <아르고>가 툭~ 나올 줄은 전혀 일절 네버, 와우~

 

감독 벤 에플렉의 기쁨 한 바가지를 우물에서 길어올린 듯한 속사포 랩 소견 발표와

그 옆에서 므흣하고 웃고 있는 제작자 조지 클루니의 그보다 아름다울 수 없는 모습.


 

할리우드의 시상식이 내 마음의 앙금을 깡그리 없애버렸다.

제 나라 대통령보다 남의 나라 영화와 배우들에게 마음을 뺏기고 힐링된 나를 욕해도 어쩔 수 없다. 그게 나라는 인간이니까.

 

2월25일, '원 배드 데이'에서 '원 파인 데이'로 바뀐 어느 날.

그래, 나는 어쩔 수 없이 앤 헤서웨이의 노예로다~ㅋ

 

<브로크백 마운틴>, 잭(제이크 질렌할)의 아내 루린에 대한 이야기를 외전으로 만들면 좋겠다. 그전부터 <프린세스 다이어리>로 알았다손 치더라도, 내게 처음 '배우'로 다가온 앤을 발견했던 그때 그 이야기. 그러고보니, 두 사람이 겹치네. 앤 헤서웨이, 리안. 덩달아 5년 전 1월22일 떠났던, 히스 레저.

 

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보고 싶다.

제니퍼 로렌스의 반짝반짝 빛나는!!! 구름의 흰 가장자리, 한줄기 빛나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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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보아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영화 ②

 

예전의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영화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영화가 그러할 수는 없죠. 체제 순응과 체제 강요(협조)적인 영화 또한 난무하니까요. 그러니, 영화를 보면서도 우리는 세상을 향한 감각의 촉수를 벼려야 합니다.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기.


여기, 함께 보고 싶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역시 권하는 것, 아닙니다. 제가 아는 한 이 영화들, 마을과 시민을 잇는 '레가토(음과 음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것)' 구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을공동체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요? 아뇨, 그렇지 않을 겁니다. 모든 것은 차곡차곡 쌓여서 발현되는 법이거든요.


당신과 함께 마을감수성을 자랄 수 있게 하는 이 영화들, 보고 싶습니다.

 


<허공에의 질주>

‘청춘의 시작과 끝’ 리버 피닉스의 매력만으로 이 영화, 충분하다. 내용은 특별한 것, 없다. 도피 중인 반전운동가 부모는 히피처럼 떠돌아다녀야만 했다. 아들은 그런 부모를 따라야했다. 어느덧 10대 후반이 된 아들. 홀수가 될 시기, 부모는 아들을 세상 속으로 방생하며 이렇게 말한다. “We all love you. Now go out there and make a difference, your mother and I tried. And don't let anybody tell any different.”
그렇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끼어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인생은 그래야만 한다. 기성세대 혹은 꼰대가 구획한 스펙과 멘토링의 함정이 더 이상 청년의 삶에 끼어들지 못하게 하라! 아버지를 죽이고, 왕을 단두대에 올려야 비로소 권리와 책임을 가진 어른이자 시민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기억하자.
 

 


<늑대아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는 마을이 어떻게 생명과 자연을 품는지 보여준다. 늑대인간을 사랑한 하나, (늑대)아이를 낳고 사람을 피해 산속에 가서 산다. 억척같이 사는 하나의 모습을 돕던 마을 어른들, 어느 날 하나네 집에 마실을 와서 이런 말을 한다. “배수도 안 좋고, 여긴 살기 좋은 곳이 아니야. 그러니까 서로 돕고 살아야지.”

마을은 그렇게, 배제하지 않는 곳이다.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맥 라이언과 톰 행크스(의 연기)도 좋지만, 이들 영화엔 마을의 어떤 풍경도 좋고, 무엇보다 관계의 맺어짐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과 마을서점의 대립이 등장하는 <유브 갓 메일>에는 마을살이의 가치를 일깨우는 장면들이 있다. 그리고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의 애니가 그랬듯, 일보다 사랑. 일은 사랑을 위해 복무할 것! 사랑 없이 혹은 낭만 없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너를 보내는 숲>

살다보니, 만남만큼 중요한 것이, 이별이더라. 그러나 이별은 그 중요성에 비해 확실히 저평가됐다. 이별은 만남과 동등한 위치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별을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만 떠넘기는 건 너무도 가혹하다. 마을이 치르는 장례에서 힌트를 얻은 이 영화, 이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두 사람이 어떻게 마음을 나누는지 찡하게 보여준다. 그 놀라운 장면만으로 이 영화는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이별대세)!

 


☞ [함께 보아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영화
[함께 읽어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책 ①
[함께 읽어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책 ②

 

(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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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함께 보아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영화 ②
    from 맺고,따고,볶고,내리고,느끼고,사랑하라! 2013-02-16 23:21 
    예전의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영화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영화가 그러할 수는 없죠. 체제 순응과 체제 강요(협조)적인 영화 또한 난무하니까요. 그러니, 영화를 보면서도 우리는 세상을 향한 감각의 촉수를 벼려야 합니다.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기.여기, 함께 보고 싶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역시 권하는 것, 아닙니다. 제가 아는 한 이 영화들, 마을과 시민을 잇는 '레가토(음과 음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것)'
 
 
 

 

HD리마스터링 된 <러브레터>.

재개봉에 앞선 시사회, 가슴이 뛰었다. 보는 내내 뛰었다.

 

 

이 장면 하나로도 충분한 영화다.

슬픔을 애도하는 법.

극 중에서 아키바가 언급했듯,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후지이 이츠키를 그제서야 보낸다.

'오겡끼데스까(잘 지내나요?)'

 

그 옛날, 나도 히로코를 통해 애도하는 법을 배웠다.

함께 시사회를 본 친구도 무척 좋아했다.

슬픔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눈물을 나눌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어제(11일) 1주기를 맞은 휘트니 휴스턴의 유작, <스파클>도 보고 싶어졌다.

가족의 유대감과 성공의 어두운 면, 음악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영화.

출연은 물론 제작까지 겸했다는, 휘트니가 마지막을 불살랐다는 영화.

영화적으로 좋은 평가를 못 얻었다고 하나, <스파클>은 그걸 넘어설 수밖에 없다.

세상에 없는 여자, 휘트니 휴스턴의 것이기 때문이다.

 

휘트니 휴스턴, 오겡끼데스까.

열여덟의 나는 <보디가드>를 보고 보디가드가 되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영원한 보디가드. 휘트니 휴스턴의 음성이 그렇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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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02-13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트니 휴스턴...오겡끼데스까... (먹먹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