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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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 입니다. 저자인 롤랑 바르트는 20세기 후반에 활동했던 비평가예요. 프랑스에선 손꼽히는 지성이고, <애도일기>는 어머니를 잃은 후 2년 동안 치열하게 감정을 녹여, 한땀 한땀 써낸 글들을 모은 것입니다. 뉴욕 타임스의 말마따나, <애도일기>는 롤랑 바르트의 가장 훌륭한 업적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저로써는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이에요. 왜냐하면 <애도일기>는 이미 시작부터 애도에서 실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책을 추천한대놓고 애도에는 실패한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왕은철의 <애도예찬>이란 책에서는 이렇게 얘기해요. 진정한 애도는 실패하는 애도이다. 그러니까 결국 사별한 사람을, 혹은 잃어버린 연인을 보낸다는 것은 마음에서 그 공간을 비워낸다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애도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 공간을 비워내지 못합니다. 그런 면에서 애도에 실패하는 것은 깊은 마음을 반증한다는 것일 테지요. 롤랑 바르트 역시 본문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러니까 그녀가 아프던 동안 내가 간절히 바라던 것이 있었다. 그것들은 이제 성취될 수 없다. 만일 지금 그것들이 성취된다면, 그녀의 죽음은 이 욕구들을 실현시켜주는 만족스러운 일이 되고 마니까. 하지만 그녀의 죽음은 나를 바꾸어버렸다. 내가 욕망하던 것들을 나는 더 이상 욕망하지 않는다....

 

 

 

 

3.

 

, 이런 겁니다. 어머님을 간병하면서 본인도 희생하는 것이 있었을 테지요. 나가서 테니스도 치고 싶었을 것이고, 쇼핑도 하고 싶었을 것이고...하지만 정작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니 전혀 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롤랑 바르트는 그런 마음들을 서정적으로 에두르지 않습니다. 그저 한땀한땀 찍어내고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분들에게, 혹은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앞둔 분들께,

혹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을 찾고 계신 분들에게,

강력하게 권해드리고 싶어요.

 

 

사별한 사람을 위한 위로랄 게 있다면

역시 먼저 사별을 겪은 사람들의 어루만짐이 아닐까....

 

 

 

 

 

19771027

내 주변의 사람들은 아마도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다(어쩐지 그런 것 같다), 나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하지만 한 사람이 직접 당한 슬픔의 타격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측정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이 우습고도 말도 안 되는 시도)

 

 

1977116

솜처럼 안개가 짙은 일요일 아침. 혼자다. 한 주 한 주가 이런 식으로 돌아가게 되리라는 걸 느낀다. 그러니까 이제 나는 그녀 없이 흘러가게 될 긴 날들의 행렬 앞에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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