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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황금시대 - 비즈니스 정글의 미래를 뒤흔들 생체모방 혁명
제이 하먼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 “자연이야말로 전형적인 인간의 과학 논리가 틀렸음을 입증하고 인간의 공학적 상상력을 넘어설 수 있게 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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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0년 간, 세계 열대 우림의 절반 이상이 벌목되었다. 왜 사람들은 박물관이나 도서관, 대학, 연구소가 보유한 지식의 90%가 파괴되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워하면서 그보다 더 잠재력 있는 엄청난 정보의 저장소를 잃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가?”
동물학자이자 야생동물관리자, 혁신적인 생체모방 기업의 CEO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자연이 가진 비법을 관찰해 온 글쓴이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노하우를 보다 널리 전파하여 인간의 기술이 자연과의 협력을 통해 환경 문제 및 생태계와 관련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생체모방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2부에서는 생체모방을 비즈니스에 접목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이나 기업들을, 그리고 3부에서는 생체모방을 더 널리 접목시키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2부 내용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고래나 상어 등 해양 동물부터 시작해서 도마뱀, 거머리, 벌, 나비, 나무, 조가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물들이 우리에게 공학, 화학, 재료과학, 유체 역학, 나노 기술, 의료 장비 등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물이나 화학 같은 과학 과목과 친하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힌다.
생체모방 기술의 잠재력
이 책은 생존을 위한 자연의 철칙에 대한 중요성과, 인간이 어떻게 잘 써먹을 수 있을 지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되는 작은 벌레나 식물부터 거대한 육식동물까지. 이 땅의 모든 생명체는 주어진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해왔다. 그리고 그들 각각의 생존과 관련한 문제 중에서는 인간에게도 아주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삶에 도움이 되면서도 폐기물이나 오염 요소가 전혀 없고 자원을 균형 있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친화적이면서 지속가능한 그들의 생존법. 그간 단 몇 천 년 만에 엄청난 도구들과 기술들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을 존중하지 못하고 약탈하며 수많은 부작용을 만들어낸 인간이, 그리고 그 부작용이 쌓일 만큼 쌓여 뒤늦게 후회하고 있는 인간이 이제부터라도 절대적으로 배워가야 할 지혜가 아닌가 생각된다.
생체모방 기술이란 생물체가 갖고 있는 다양한 기능을 모방하여 이용하는 기술을 뜻한다. 자연은 스스로를 죽일 수 없기 때문에 화학물질을 만들고 결합할 때 생태계에 해가 되지 않는 방식을 이용한다. 이러한 녹색 화학은 자연에 피해가 가지 않는 원리를 이용해 안전한 약물, 세정 제품, 산업 원료 등을 개발하는 데에 쓰인다. 현재까지 생체의 기능을 이용한 여러 가지 기술이 만들어진 바 있다. 나비의 날개 원리를 이용한 환경광 페인트나 디스플레이 스크린이라던지 벼룩의 관절 원리를 이용한 탄성 98%의 인체 무해한 자연 고무라던지.
생체모방에 기반을 둔 디자인은 다양한 경제적 혜택을 준다. 자연의 성공적인 디자인은 수백만 년에 걸친 연구 끝에 탄생한 것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몇 백 년 간 만들어낸 결과물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생체모방과 비즈니스의 만남
그러나 분명히 우리에게 필요하면서도 혁신적인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많은 기업가들이 생체모방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를 꺼린다. 입으로는 친환경, 지속적인 성장, 공유 가치 창출 등을 외치면서 좀 더 근본적인 부분보다는 눈에 금방 보이는 마케팅적인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다.
사실 모든 기술이 직면하는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다.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신기술이 흔히 만나게 되는 냉소적인 사고방식과 노골적인 적개심, 그리고 기업가들이 깐깐하게 따지는 상업화 전술의 유효성의 벽은 높다. 그러나 누구보다 그런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저자가 생체모방기술의 비즈니스화와 기업의 역할에 대해 계속 언급하는 이유는, 기업의 투자와 상용화가 기술을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내고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연은 우연에 투자하는 법이 없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메세지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근시안적인 태도를 버리고 넓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자연과 효과적으로 공생할 수 있는 세상은 금방 올 것이다. 그리고 그 세상에 조금 더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존중으로부터 시작되는 생체모방
2010년 영화화되기도 한 세계 최초 자폐아 여성 동물학 교수 탬플 그랜딘,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5위에 선정되기도 한 그녀가 장애를 극복하고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와준 건 다름아닌 어렸을 적 그녀의 이모 목장에서 만난 소였다. 농장에서의 소와 함께한 많은 시간은 그녀와 소를 친구로 만들어주었고, 동물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녀는 무조건적인 소의 동물권만을 주장하거나 소고기를 먹지 말자거나 하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박사 학위를 위해 견학한 평범한 소 도축장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소에 대해 무지한지 알게 되고, 또한 소가 그저 일하는 도구 혹은 고깃덩이로만 취급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 후, 그녀는 도축장으로 향하는 좁다란 소의 경로를 네 발로 직접 기어 다니며 그들의 마지막을 존중하는 설계도를 만든다. 그녀가 설계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인도적 도축’시스템은 “동물이 죽는 곳은 신성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 우리를 위해 일하고 고기까지 제공해주는 소에게 늘 감사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호의를 계속 권리로 아는 사람은 절대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듯이 자연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감사하는 태도, 존중하는 태도, 경외심을 갖는 태도. 잊지말자. 이제는 사람만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도 존중하는 모습을 가져야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 그리고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분야인데도 불구하고 선구적인 생체모방 사례에 한국인 이름이 셋이나 보여서 뭔가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책 크크.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목이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는 것과 오타가 좀 많이 보인다는 거?^^;;;;;;;;;;;;;;;;;;;;;;;;;;;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