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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해부도감
카미유 역사편집부 지음, 노경아 옮김, 모토무라 료지 외 감수 / 더숲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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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더숲으로부터 #도서제공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로마 공화정의 라틴어는 [Res Publica Romana]라고 하는데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1항에서 말하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R.O.K Republic of Korea)”라고 할 때의 공화국(Republic)도 라틴어 [Res Publica]에서 나온 말이다. Res Pubilca는 ‘공공의 것’, ‘공적인 재산’이라는 뜻으로 [Res Privata, 사적인 것, 사유 재산]가 중요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 즉 공공의 재산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개인의 권리와 개인주의를 극단적으로 내세우는 현대의 사조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본서의 한국인 감수자 김덕수 님은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회자되고 있는 로마에서부터 공공의 것이 사적인 것보다 우선한다는 가치를 전하고 있는 것이니 사적인 것을 지키기 위해서도 공공의 목적을 수호할 수 있는 공권력이 바로 서야 한다는 걸 이야기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본서는 ‘고대 로마 최대 영토 지도’와 ‘고대 로마 2000년 역사 연표’부터 제시되고 나서 본문이 시작된다. 본문인 장은 ‘역사, 황제 열전, 군단과 전쟁, 건축과 토목 기술, 생활과 문화, 폼페이’의 6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역사의 장에서 로마사를 간략히 정리해 주고 황제 열전에서는 인물 중심으로 다시 한번 돌아본다. 역사와 황제 열전의 장은 사실 일반적인 상식 수준이다.
본서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군단과 전쟁, 건축과 토목 기술, 생활과 문화 이렇게 3개의 장이지 않은가 싶다. 군단과 전쟁의 장에서는 로마군의 기본 편제와 팔랑크스라는 전투 진형, 무기와 방호구, 우스티아항 등의 전투형 항구의 구조, 로마의 전함 갤리선의 구조, 파성퇴와 투석기 그리고 노포 등의 공성 병기, 알렉시아 봉쇄선이나 하드리아누스 장성과 아우렐리아누스 성벽 등 전투 체계와 전선의 구조 등을 엿볼 수도 있다. 또 1차와 2차 포에니 전쟁과 마케도니아 전쟁, 갈리아 원정, 제1차 유대 전쟁 등이 서술되고 있기도 하다. 로마는 전쟁의 국가였으니 그 전쟁들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하는 전쟁 몇몇을 중점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건축과 토목 기술의 장에서는 콜로세움과 전차 경기장, 마르켈루스 극장, 현재 프랑스의 님이라는 도시에도 남아 있다는 퐁뒤가르와 같은 수도교(상수시설), 궁전, 판테온 등의 신전, 군사 원정과 황제를 찬양하는 장소였던 포룸, 개선문, 기념탑, 가도 등이 그려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칠리아섬에 있었다는 ‘빌라 로마나 델 카살레’와 같은 호화 개인 별장이나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건설하였다는 ‘빌라 아드리아나’와 같은 개인 별장인 빌라들이 로마 시대부터 즐비하였다는 것도 인상적이고 로마의 공중 목욕탕에서 언급되듯 콘크리트가 기원전 2세기의 로마에서 발명되었다는 것도 신박한 정보였다. 로마 콘크리트는 현대의 콘크리트와는 아마 재료의 성분에서 다를 수도 있겠으나 이런 식의 건설 방식이 고대 로마부터 사용되던 것이었다는 자체가 참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생활과 문화의 장은 로마 시대의 옷차림과 머리모양에서 시작해 상류층의 식사와 연회, 서민의 식사, 부유층의 저택 도무스와 서민의 집 인술라가 대비되며 서술되기도 하고 노예제도와 로마인의 성생활을 서술하기도 하며 로마의 장례문화로 끝맺음한다. 이 장의 이야기들이 역사 다큐멘터리들에서도 간혹 그려지기도 하기에 낯설지는 않았지만 노예제도나 로마인의 성생활을 그린 장을 보면 남자 노예가 가장 비쌌고 그 가운데 거구의 힘이 센 노예나 아름다운 미모의 남자 노예가 가장 고가였다고 한다. 그리스 철학자들이 여자와의 성생활은 2세를 낳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고 진정한 사랑은 남자들 사이에만 있다고 했다는 내용을 역사 유투브를 통해 보았는데 로마도 그 옆 동네라 그런지 동성애가 흔했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도감’을 이야기하듯 일러스트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일러스트가 그다지 세밀하지 않고 투박해 보이는 수준이라 그 부분이 다소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본서는 도감이라 서술이 간략한 편이다. 하지만 인상적인 내용이 더러 있기에 분량을 고려하면 상당히 실한 책이라는 감상이 든다. 로마사를 좋아하는 분들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하고 로마사 입문자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만한 정보가 담긴 책이며 이미 로마사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정리하는 의미로도 읽어볼 만한 책이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