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
백낙청 지음 / 창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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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6.15 6주년 기념을 위한 민족대축전기념행사가 있었다. 행사주체와 관련한 잡음에서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 발표 등 그야말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들에 대해 정작 우리 국민들은 그저 무덤덤한 것만 같다. 6.15 자체가 정부의 주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고 통일이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누구나가 당위명제로 인식하고 잇지만 그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떤면에서는 감상적인 면에서 통일을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우리의 통일에 대해 지은이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실무가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다. 6.15 공동선언문이 채택되는 과정에 참여하는 등 통일에 대한 논의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지은이의 냉철한 현실 판단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지은이가 그간 발표한 글이나 강의들을 엮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용이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

가장 기본적으로 지은이는 단일형 국민국가로의 '완전한 통일'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릴 것을 제안하고, 그 형태야 어떻든 연합형태의 통일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 이면에는 국제적인 조류와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둔 지은이의 고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지은이는 두루뭉술한 상태로 어물어물 진행되는 과정이야말로 한반도식 통일의 고유한 속성이며 그 내용 자체라고 한다. 이는 우리 주변 지역 그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중국이나 일본을 감안한 것으로 일본의 위기의식을 덜 자극하고, 또한 흡수통일 저지를 일차 목표로 삼는 북의 기득권층이나 흡수통일의 비용을 염려하는 남의 기득권층에도 차선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한다.

제3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들은 남북한의 통일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은이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군사독재정권의 타도에서부터 지역주의 타파, 인권신장, 부패추방, 언론개혁, 환경보호, 성차별 철폐, 빈부격차 축소 등등을 위한 수많은 싸움들은 실질적으로는 모두 '제대로 된 통일'의 필수적 요건이라는 것이다. 무척 설득력이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통일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먼저 우리 사회내에서의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은이의 이러한 주장이 뚜렷한 목표점이라든지 구체적인 대책이 없이 단지 당시의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한다는 식의 우유부단한 생각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이라는 제목이 의미있지 않나 한다.

독일이나 예맨과 같은 나라들과는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이 너무나 판이하게 다르고, 또한 아직까지 제대로 된 통일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지금, 시간이 흐를수록 통일에 대한 생각이 옅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우리는 통일에 대한 생각으로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생활하여야 할 것이다.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통일방안에 대한 논의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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