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많은 음반들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음악을 듣는 우리들 역시 하루하루 거기에 따라가기가 벅찬 것이 사실이다. 신보를 구입해놓고 몇 번 듣지도 못한 채 또 다른 앨범을 들어야 하니 이야말로 원통해할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몇 년 전 구입한 앨범들은 새롭게 선보이는 신보들 틈바구니에서 맥도 못 추고 저 깊숙한 곳에 숨어서 당신을 노려볼지도 모른다. 제발 날 좀 한번 쳐다봐 달라고... 그 앨범들도 처음에는 닳고 닳도록 들으며 동고동락했을 터인데 지금에 와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한 때 연인보다 더 열렬히 사랑했던,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또는 정말 명반인데 모르고 지나쳐 갔었던 앨범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아마도 여기 소개하는 앨범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매니아 정신에 입각해 들었던 것들일 것이다. 그 때의 그 매니아 정신을 다시 한번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저 멀리... 저 높이...

글 / 문양미 in changgo.com
디자인 / 정미선 in changgo.com

Belle & Sebastian - The Boy With The Arab Strap (Matador , 1998)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 출신의 8명의 멤버로 구성된 벨 앤 세바스찬의 세 번째 앨범으로 앨범 타이틀에 명시된 ‘아랍 스트랩’은 성기구의 일종. 이들은 이 앨범으로 차트 12위까지 올랐으며 브릿 어워즈에서 ‘Best Newcomer'에 오르기도 하는 등 이들을 오버그라운드로 진출하는데 한 몫 톡톡히 한 앨범이다. 초록색 바탕에 한 소년이 가슴에 화살을 맞은 앨범 자켓 역시 사람들의 입에 수없이 오르내린 부분. 전작까지의 이들이 달콤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순수한 포크 사운드를 보여주었다면 이 앨범에서는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 스트링이 전면에 나선 챔버팝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로 인해 리더인 스튜어트 머독(Stuart Murdoch) 뿐만 아니라 멤버 전원의 색깔이 앨범에 고루 나타난 확실한 팀웍을 보여준다. 물론 벨 앤 세바스찬 특유의 맑고 아름다운 포크 사운드 안에 재치 있는 가사를 통한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시선은 그대로 담겨 있다. 이번 앨범 역시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겪는 일들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곡들로 가득 차 있다. 동명 타이틀인 ‘The Boy With The Arap Strap'은 교도소에 갖힌 친구에 대해 더럽고 악취 나는 사람이라고 표현함과 동시에 그 고립된 작은 방 안에서 고뇌하는 고독한 친구의 모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또한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주의는 물론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적 자유로움에 대해서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것은 어쩌면 그들 자신에 대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렇게 가슴에 화살이 박힌 채 괴로워하고 있다. 시니컬한 표정을 지은 채 우리를 쳐다보며...

Derek & The Dominos - Layla & Other Assorted Love Songs (Plydor , 1970)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첫 번째 솔로앨범 발표 후 결성한 밴드인 데렉 앤 더 도미노스는 바비 휘트록(Bobby Whitlock, 키보드), 칼 레이들(Carl Radle, 베이스), 짐 고든(Jim Gordon, 드럼), 에릭의 막강한 라인업으로 현재까지도 사상 최대라고 불리우는 블루스앨범인 [Layla & Other Assorted Love Songs]를 발표하였다. 이 앨범은 이전에 야드버즈(Yardbirds), 크림(Cream), 블라인드 페이쓰(Blind Faith) 등에서 보여주었던 에릭의 연주와는 사뭇 다른 스타일로 미국 남부 특유의 단단함 안에서의 연주를 시도하는데 에릭과 듀언 올맨(Duan Allman)의 슬라이드 기타는 정말 환상적이다. 미국 특유의 컨츄리한 락 사운드가 돋보이는 ‘I Looked Away', 진정한 블루스의 고전이 되어버린 ‘Key To The Highway',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곡을 리메이크한 ‘Little wing' 등 명곡들로 가득하지만 이 앨범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Layla'이다. 이 곡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였던 비틀즈(Beatles)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부인 패티 해리슨(Patti Harrison)에게 간접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만든 러브송인 격이다. 서정적이고 가슴을 적시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 한 구석이 애틋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Doors - The Soft Parade(Remastered) (Elektra , 1969)


60년대 비틀즈와 더불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던 밴드 도어즈. 그들의 이름은 언제 들어도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 편안한 사운드로 대변되는 비틀즈와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짐 모리슨(Jim Morrison)의 깊이 있는 목소리와 레이 만자렉(Ray Manzarek)의 잔잔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키보드 선율은 도어즈 음악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98년 라미스터링되어 재발매된 [The Soft Parade]는 도어즈의 다른 앨범들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받긴 하지만 인생의 참 맛을 알고 싶다면 이 앨범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몽환적이고 환각적인 사운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평범한 사운드이긴 하지만 다른 앨범들이 워낙 완성도가 뛰어나서 그렇지 전체적으로 편안함으로 일관된 또 다른 도어즈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Dream Theater - Live Scenes From New York (Elektra , 2001)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그래서 어찌 보면 이질감마저도 들게 만드는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의 'Metropolis 2000 Tour'의 마지막 종착지인 뉴욕에서의 실황을 담은 이 앨범은 발매 전부터 미국 테러 사건의 중심지인 무역센터가 활활 타고 있는 자켓으로 인해 예언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정도로 이슈가 되었었다. 이전에 발표했던 두 장의 라이브앨범 [Live At The Marquee][Once In A Livetime]에 비교했을 때 이 라이브앨범은 보다 성숙된 그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스튜디오 녹음 때와는 달리 스스로 공연 자체를 즐기는 자유로움과 그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연주와 노래는 대중들과 함께 하나로 어우러져 있으며 딱딱한 긴장감을 완화시킨다. 특히 이 앨범은 3장의 Enhanced Cd로 이루어져 있어 영상 트레일러를 볼 수 있으며 99년 발표한 앨범 [Scenes From New York]에서처럼 의도적으로 컨셉 형식을 취하고 있어 일관성을 보여준다. 첫 곡 ‘Regression'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최면술사 켄트 브로드허스트(Kent Broadhurst)가 곡 중간 중간 나레이션을 해주며 'The Spirit Carries On'에서 12명의 가스펠 합창단과 테레사 토머슨(theresa Thomason)이 영혼으로 부르는 소울 느낌의 이 곡은 가장 아름답고 강한 인상을 남긴다.
Eels - Souljacker (Dreamworks , 2001)

무엇보다 먼저 단순한 듯 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앨범 자켓이 인상적인 이 앨범은 실험성 가득하고 맛깔스러운 로 파이 사운드로 세상의 아름다움과 혼돈을 노래하는 뱀장어 일스의 네 번째 앨범임과 동시에 베이시스트 타미 월터(Tommy Walter)가 탈퇴하고 이(E, 보컬, 기타, 피아노), 존 패리쉬(John Parish, 기타), 쿨 지 머더(Cool G Murder, 베이스), 부치 노턴(Butch Norton, 드럼)의 새로운 라인업으로 재개한 첫 번째 앨범이다. 이 앨범에서 일스는 전작에서처럼 지글거리는 기타 연주와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보컬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좀 더 다채로워지고 화려해짐은 물론 기타 연주 역시 더욱 거칠어졌으며 불규칙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이는 E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존의 역할이 큰데 그로 인해 일스의 이 앨범은 다소 펑크락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물론 완전히 펑크락이라고 하기에는 E의 보컬이 너무 얌전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일스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무기는 바로 E의 얌전한 듯 하면서도 거침없이 내뱉는 보컬이 주는 매력에 있다. 이는 첫 번째 곡 ‘Dog Faced Boy'에서부터 발산되며, 이어지는 장난스러운 보컬과 퍼커션의 조화, 지글거리는 기타 사운드의 That's Not Really Funny', 도입부부터 등장하는 현악기의 아름다운 선율과 단순함을 없애주는 드러밍에 어울리는 무미건조한 듯 하면서도 따뜻한 보컬이 포근하게 하는 Fresh Feeling' 등 앨범 곳곳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벡(Beck)과 비교되지만 결코 벡과 같을 수는 없는 일스만의 독특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광기어린 앨범이다.

Fleetwood Mac - Rumours (Reprise , 1977)


수많은 멤버 교체에도 불구하고 정말 오랜 시간동안 밴드를 유지해 오고 상업적으로도 가장 성공한 플루트우드 맥의 [Rumours]는 70년대 팝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아이템으로 감히 명반이라고 말한다. 77년 각종 차트의 상위권에 랭크되고(31주 동안 차트 1위 유지) 3천만장의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엄청난 상업적인 성공과 더불어 음악성까지도 인정받는 플리트우드 맥의 최전성기 시절의 앨범이다. 밴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수많은 블루스 기타리스트들의 우상이었던 피터 그린(Peter Green)의 아름다운 기타 선율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 한 가지 단점이긴 하지만 나머지 멤버들의 활약은 이 단점을 충분히 덮어주고도 남는다. 프론트맨의 탈퇴는 보통 팀의 와해나 해체로 이어지지만 이들의 경우는 그러한 징크스를 깨뜨린 예이다. 물론 워낙 많은 멤버가 교체되다 보니 이미 익숙해져버렸을지도 모르지만... ‘Don't Stop', 'Go You Own Way', 'Dreams', 'You Make Loving Fun' 등 히트곡들이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이들은 경쾌하고 화사하며 때론 몽환적이기도 한 다양한 느낌을 주는 이 앨범으로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Gary Moore - Ballads & Blues(1982-1994) (Charisma , 1995)


게리 무어의 블루스적인 감성이 잘 묻어나 있는 베스트앨범으로 다소 상업적이라는 평도 있지만 게리의 히트곡들을 통해 그의 음악세계를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 방법으로 택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에는 당시 ‘One Day', 'With Love(Remember)', 'Blue For Narada' 등 세 곡의 신곡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BBC 밴드에서 함께 활동했던 잭 브루스(Jack Bruce, 베이스) 진저 베이커(Ginger Baker, 드럼)가 신곡의 작업에 참여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대중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Still Got The Blues', 독특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을 아리게 하는 고전적인 느낌의 보컬이 감각적이면서도 허무한 느낌을 주는 'Empty Rooms', 게리의 숨막히는 연주가 절정을 이루는 'Parisienne Walkways' 등 듣기 편하고 애잔한 블루스 곡들만 모아놓은 말 그대로 'Ballads & Blues'인 앨범이다.

Halford - Crucible (Metal-Is , 2002)


메틀의 신 롭 핼포드(Rob Halford)의 두 번째 솔로앨범으로 ‘노병은 죽지 않는다’고 했던 구절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물론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때의 최전성기 시절에 비하겠냐마는 이 나이에 이 정도면 정말 그는 여전히 메틀의 신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는지... 헤비메틀이 차츰 소멸되어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 앨범은 여하튼 반가움을 전한다. 결국 모든 것은 본질로 돌아간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한 예가 아닐까 싶다. 끊임없는 음악적 열정과 상업적 성공여부를 뒤로한 채 게을리 하지 않는 그의 음악적 노력과 활동, 계속되는 투어는 음악 자체를 뒤로하더라도 가히 본받을만하며 다시 한번 수많은 뮤지션들을 반성하게 만들 것이 틀림없다. 이번 앨범은 마이크 클래치악(Mike Chlasciak, 기타), 패트릭 라흐만(Patric Lachman, 기타), 레이 리엔도(Ray Riendeau, 베이스), 바비 자좀벡(Bobby Jarzombek , 드럼)의 라인업을 갖추고 만들었다. 그는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며 강렬한 파워를 자랑하는 그의 폭발적인 목소리는 강하다 못해 살벌할 정도이다. 다소 스피드가 줄어들긴 했지만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서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 않을까. 동명 타이틀곡으로 롭의 폭발력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보컬과 바비의 파워 드럼이 여전한 ‘Crucible', 미드템포와 다소 약한 듯 한 느낌이 또 다른 편안함을 주는 ‘Crystal', 테크니컬한 롭의 보컬을 느낄 수 있는 ‘Betrayal' 등이 추천 트랙이다.

Nine Inch Nails - Broken (Nothing/Inters , 1992)

나인 인치 네일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EP로 가장 강렬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내뿜는 앨범이다.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 혼자서 모든 작업을 해내는 그의 천재성은 물론 이 앨범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메틀, 펑크, 힙합, 테크노 사운드를 하나로 버무리는 것이 아닌 완전히 자기만의 색깔로 새롭게 재창조해내는 그의 능력은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다. EP임에도 정규 앨범보다 더욱 더 소장 가치를 높이고 있는 이 앨범은 첫 곡 ‘pinoin'에서부터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이는 이 앨범 최고의 히트곡 'Wish'에 이르면 더욱 강렬한 임팩트를 내뱉으며 온몸의 세포를 쭈삣쭈삣하게 세워놓는데 이 긴장감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집중력을 내포하고 있다. 절대 단순하지 않은 곡 구성은 결코 지루함이라는 걸 생각지 않게 하며 노이지한 기타 사운드와 질주하는 듯 한 드러밍, 무언가를 파괴하는 듯한 보컬은 가히 폭발력을 가지며 신선한 자극을 준다. 이어지는 곡 ‘Last’에서 역시 거칠고 노이즈 가득한 기타 리프가 인상적이며, 어쿠스틱한 사운드의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 ‘Help Me I Am In Hell'에 이어 또 다른 히트곡 ‘Happiness In Slavery'에 이르면 가학적인 제목과 노랫말처럼 사운드 역시 가학적 사운드의 극단을 보여준다. 인간의 몸뚱아리가 가루로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한 이 곡의 뮤직비디오 역시 압권이다. 총 6곡 이외에도 이 앨범에는 ‘Physical’, 'Suck' 등 두 곡의 히든 트랙이 숨겨져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Pink Floyd - The Wall (Capitol , 1979)


아마도 명반이 가장 많은 밴드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핑크 플로이드를 선택할 것이다. 지금 이야기하는 [The Wall]은 물론 [Ummagumma], [Dark Side Of The Moon], [Wish You Were Here] 등 아마도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은 대부분이 명반이 아닐까 한다. 그만큼 어떤 앨범을 선택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이다. 핑크 플로이드가 다른 뮤지션과 대비되는 것은 바로 방대한 구성의 컨셉 앨범의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것과 음의 공간적인 측면을 아주 잘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음악에는 바로 거대한 공간과 그 공간이 여백의 미가 존재한다. 이를 음향학적으로 표현해낸다. 단순히 음악이라기보다는 광범위한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The Wall]은 진정한 종합예술의 미학을 가르쳐준 앨범으로 [Dark Side Of The Moon]과 함께 핑크 플로이드 최대의 히트작으로 나중에 영화로도 제작된 로저 워터스(Roger Waters)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 나르시스적인 대작이다. 가사와 함께 순서대로 음미해야 그 의미를 제대로 간파할 수 있는 이 앨범은 ‘핑크’라는 인물로 대변되어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린 시절, 형식화된 제도 교육 속에서 괴로워하는 학창 시절, 불행한 결혼 생활, 락스타로서의 성공 뒤에 오는 허탈감과 단절감 등을 한 편의 서사시로 보여준다. 인간의 고독과 절망, 기계화 된 시대의 인간 소외, 교육제도의 모순 등 이 앨범은 1970년대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인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유력한 음악 잡지 ‘롤링스톤지가 선정한 세계의 명반 10’에도 선정된 적이 있다.

Rage Against The Machine - Rage Against The Machine (Epic , 1992)


잭 데 라 로차(Zack De La Rocha)가 밴드에서 탈퇴한 후 잔여 멤버들과 크리스 코넬이 오디오 슬레이브(Audio Slave)라는 이름으로 현재 새로운 활동을 재개하고 있지만 역시나 이전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파워에는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앨범은 잭 데 라 로차의 무서울 정도로 내지르는 보컬과 신기어린 독특한 스타일의 탐 모렐로(Tom Morello)의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가장 그들다운 사운드의 데뷔앨범이다. 분신자살하는 승려의 모습이 그려진 자켓에서부터 이들이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바로 밴드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계에 대한 분노와 미국의 문화적 제국주의와 기존 체제에 대한 반발이며 정부의 억압에 반항하는 좌익주의적인 외침이다. 부클릿에 타이틀 ‘Killing In The Name'의 가사가 삽입되지 않은 것도 이러한 기계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비난과 환호를 동시에 받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에 대한 그리움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그러한 그리움을 다시 한번 그들의 영광을 재현해 줄 이 음악을 통해서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흑인 인권운동가인 말콤 엑스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언급하면서 억압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대변하며 개혁을 선언하는 ‘Wake Up', 인디언 인권 운동가인 레오나드 펄셔를 통해 겁 없이 체재 위협적인 발언을 해대는 'Freedom' 등 그들의 명성을 유지하게 해준 음악들과 함께 말이다.

Radiohead -Pablo Honey (Capitol , 1993)


2000년 온갖 난해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Kid A]라디오헤드가 싫다면, 아니 아무리 익숙해지려고 듣고 또 들어도 전혀 다가갈 수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다시 한번 그들의 데뷔 앨범 [Pablo Honey]를 듣고 그들의 노선과 음악적 방향성을 되짚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처음 영국에서 발매 당시에는 전혀 누구하나 거들떠도 보지 않던 이 앨범이 리믹스되어 재발매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인기를 얻게 되자 비로소 영국에서도 발매가 된, 자국인 영국보다 미국에서 훨씬 많은 인기와 음악성을 인정받은 라디오헤드와 그들의 앨범. 너바나(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과 맞먹을 정도로 큰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물론 전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며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중독성 강한 타이틀 ‘Creep'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몇 배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젠 너무 지겹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초기의 라디오헤드를 그리워하는 이라면 한번 쯤 다시 들어보는 것도 이 가을에 어울리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한다. 처절할 정도로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절규 어린 탐 요크(Tom Yoke)의 보컬과 잘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거친 기타 톤이 쓸쓸한 가을을 더욱 애절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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