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많은 음반들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음악을 듣는 우리들 역시 하루하루 거기에 따라가기가 벅찬 것이 사실이다. 신보를 구입해놓고 몇 번 듣지도 못한 채 또 다른 앨범을 들어야 하니 이야말로 원통해할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몇 년 전 구입한 앨범들은 새롭게 선보이는 신보들 틈바구니에서 맥도 못 추고 저 깊숙한 곳에 숨어서 당신을 노려볼지도 모른다. 제발 날 좀 한번 쳐다봐 달라고... 그 앨범들도 처음에는 닳고 닳도록 들으며 동고동락했을 터인데 지금에 와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한 때 연인보다 더 열렬히 사랑했던,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또는 정말 명반인데 모르고 지나쳐 갔었던 앨범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아마도 여기 소개하는 앨범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매니아 정신에 입각해 들었던 것들일 것이다. 그 때의 그 매니아 정신을 다시 한번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저 멀리... 저 높이...

글 / 문양미 in changgo.com
디자인 / 정미선 in changgo.com

Bob Marley - Catch A Fire(Deluxe Edition) (Tuff Gong, 1973)

밀라노에서 교황보다 많은 군중을 모으고 7명의 여인에게서 11명의 자식을 낳고 3,000만 달러의 재산을 남기고 녹색종이라는 희귀병으로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세계적인 뮤지션 밥 말리의 첫 번째 앨범으로 피터 토시(Peter Tosh), 버니 리빙스턴(Bunny Livingstone)이 함께 하여 전세계에 레게를 알리는 계기를 마련함은 물론 웨일러스(Wailers)라는 밴드명을 국제적으로 인식시키게 된 앨범이다. 드넓은 백사장과 높은 하늘로 대변되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흑인들의 빈민 소굴지이기도 한 자메이카 출신인 밥은 이 앨범과 이후 계속해서 발표한 앨범들을 통해 ‘자메이카 = 레게’라는 공식을 안착시킨 세계적인 뮤지션일 뿐만 아니라 영적인 지도자로서의 역할까지 한 그의 역할은 짧은 생애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밥 말리’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고 감으로써 수많은 추종자들을 양산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 앨범은 특히 2001년 리마스터링되어 'Island Records'에서 재발매되어 두 곡의 보너스트랙까지 담겨있는데 바로 ‘High Tide Or Low Ride’와 ‘All Day All Night’가 그것이다. 절로 어깨를 흔들게 만드는 흥겹고 독특한 리듬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흥얼거리듯 내뱉는 보컬이 블루스적인 필도 느끼게 하는 ‘Concrete Jungle’, 일정한 규칙에 의해 반복되는 리듬 라인이 곡을 이끌어 가는 ‘400 Years’, 앨범 발표 당시인 70년대를 그대로 연상시키는 여성 코러스와 심벌을 최대한 이용하여 유치한 듯 하면서도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Baby We've Got A Date' 등 이 앨범 수록곡을 통해 그는 스스로 ‘빈민굴의 락’이자 ‘반동의 음악’을 노래한다.


Eric Clapton - Eric Clapton(Remaster) (Polydor, 1970)

이미 전세계의 기타 매니아들에게는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도 인정받은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의 솔로 데뷔앨범으로 이전 야드버즈(Yardbirds), 크림(Cream), 블라인드 페이쓰(Blind Faith)에서 이미 기타리스트로서의 기량을 충분히 쌓아오고 선보인 후 발표한 좀 더 편안하고 인간적인 측면에 기대고 있는 앨범이다. 그는 이 앨범에서 이전 밴드에서 보여주었던 테크니컬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연주인으로서의 역량보다는 송라이팅과 다른 멤버와의 화합에 더욱 정진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그의 기타리스트로서의 자신감과 인간미 넘치는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가 기타리스트로서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아주 편안하고 듣기 좋은 멜로디를 선사하는 작곡가와 별 꾸밈없음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매력을 주는 보컬리스트로서도 인정받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그에게서 풍기는 이미지는 다른 뮤지션들과는 달리 성격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느낌이지 않은가. 물론 이런 푸근한 느낌은 최근 배나오고(?) 너털웃음 짓는 모습에서 더 느낄 수 있지만 이 앨범에서도 세상 살아가는데 별 욕심 없어 보이는(사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의 모습은 여전히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앨범 자켓에서처럼 아무리 무게 있게 폼 잡고 앉아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시작부터 경쾌한 느낌을 주는 ‘Slunky’에서의 블루스 리듬은 트럼펫터 짐 프라이스가 그 흥겨움을 더해주는데 짐과 에릭의 협연은 꽉 짜여져 있는 완벽함보다는 즉흥적인 임프로바이제이션의 매력을 맘껏 발산시키고 있으며, ‘Bad Boy’에서의 끈적이는 기타 리프와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느긋하고 여유 있는 보컬은 일종의 관록미까지 느끼게 한다. 특히 녹음이 무성하고 활기가 넘치는 한여름 해변가를 연상시키는 시원스러운 보컬과 함께 이 앨범에서 그나마 가장 긴 기타 솔로를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트랙 ‘Let In Rain’은 이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Fear Factory - Digimortal (Roadrunner, 2001)

데쓰메틀의 강렬함과 인더스트리얼의 차가움을 동시에 내재하는 퓨전 사운드로 90년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피어 팩토리의 네 번째 앨범으로 초기 데쓰메틀적인 느낌보다는 하드코어적인 사운드를 시도하고 있다. 독특한 앨범 자켓에서부터 연상되는 인간과 테크놀로지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유전자 복제로 인한 불안감과 환경파괴로 인해 예견되는 공포감은 피어 팩토리의 음악적 원천임과 동시에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차갑고 비인간적인 기계적인 느낌을 테크놀로지에 의존하지 않고 밴드 스스로의 기량으로 디지털 사운드를 만들어냄으로써 이들의 확고한 의지를 결연시켰다. 이번 앨범에서 역시 그러한 내용은 변함이 없으며 단지 그 내용을 담아내는 그릇, 사운드면에서의 변화가 있을 뿐이다. 결국 피어 팩토리는 변하지 않는 영원한 피어 팩토리인 셈이다. 그들은 역시나 전자음악의 요소를 배제한 채 심플하고 깔끔한 사운드로 곡을 진행시키고 있는데 디노 카자레스(Dino Cazares)의 건조한 기타 리프와 레이몬드 헤레라(Raymond Herrera)와 크리스찬 올데 울버스(Christian Olde Wolbers)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리듬 라인은 그대로이다. 단지 버튼 C. 벨(Burton C. Bell)의 데쓰메틀적인 그로울링이 좀 더 하드코어적인 보컬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앨범은 전체적으로 좀 더 유연한 멜로디를 양산시키고 있다. 그루브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What Will become', 건조한 기타 리프와 공격적인 드러밍이 파괴적인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창출해내는 ‘Damaged', 속사포적인 드러밍과 보컬 역시 헤비함의 전형인 동명 타이틀 ‘Digimortal’, 복잡한 아이디어를 결속해주는 것을 뜻한다는 첫 싱글 ‘Lynchpin’ 등 이 앨범에서 피어 팩토리는 전체적으로 멜로디를 중요시하고 있으며 그것은 인더스트리얼의 차가움에서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Jamiroquai - Travelling Without Moving (Work, 1996)

펑크적인 사운드에 애시드 재즈, 소울, R&B, 힙합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혼합하여 그들만의 사운드를 만들어낸 자미로콰이의 데뷔앨범 [Emergency On Planet Earth]가 영국 앨범 차트의 정상을 차지하면서 영국에서 그들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면 세 번째 앨범 [Travelling Without Moving]은 그들을 전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발굴림하게 만든 계기를 마련해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가장 자미로콰이다운 앨범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상업적인 성공과 더불어 음악성마저 인정받고 있는데 무대에만 서면 독특한 춤을 보여주는 제이슨 제이 케이(Jason Jay Kay)의 소울풀한 보컬이 가장 돋보인다. 물론 제이슨은 이에 대해 자미로콰이는 원맨 밴드가 아니라 멤버 모두가 조화를 이룬 팀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밴드라고 말을 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동안 1집과 2집에서 탄탄하게 쌓아온 연주력을 바탕으로 이 앨범에서는 그들이 진정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는데 실험정신 가득한 음악들은 언제 들어도 펑키한 느낌이 물씬 풍기면서도 듣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든다. 제이슨의 말로는 ‘When You Gonna Learn'의 Part 2 정도가 될 것이며 그루브한 멜로디와 고심한 가사들의 결합체라고 하는 타이틀 곡 ‘Virtual Insanity'에서부터 70년대의 디스코 사운드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듯한 신나는 ‘Cosmic Girl', 경쾌한 타악기 연주가 곡의 시작을 알리는 라틴리듬의 ‘Use The Force', 경건하고 심오한 드럼 비트와 날카롭게 울부짖는 듯한 현악 선율이 어떤 슬픔을 가져오는 ‘Everyday’ 등 뭐라고 규정하기 힘든 세련됨과 독특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혼합 사운드가 가득하다.

Jane's Addiction - Ritual De Lo Habitual (Warner, 1990)

올 여름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공연 때 함께 내한했던 제인스 어딕션. 레드 핫 칠리 페퍼스만큼의 기대를 갖고 보았던 이들의 공연을 보고 느낀 것은 한마디로 제인스 어딕션은 음악을 정말 잘한다는 것이었다. 결성된 지 10년이 넘는 중견 밴드임에도 우리나라에서의 인지도는 요즘 새로이 등장하는 신인밴드보다도 기억해주지 않은 이들이지만 그만큼 골수 매니아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이들이 바로 제인스 어딕션일 것이다. 그만큼 천재적일만큼 사이코 집단 제인스 어딕션의 음악은 사람들의 발길을 묶어두는 흡입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마력은 다른 무엇도 아닌 이들의 뛰어난 음악성 때문이다. 혹자가 표현하듯 ‘정말 센세이셔널 하고, 주술적이며, 파격적이고 컬트적’이다. 이 앨범은 이들의 두 번째 앨범으로 완성도 높은 음악성과 독특한 컨셉, 평론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안타까운 앨범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조차 판매량이 저조한 이유를 모르겠지만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뉘앙스와 깊이가 느껴지는 심오한 멜로디가 대중성과는 별 인연이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페리 파렐(Perry Farrel)의 비음 섞인 독특한 고음의 보컬과 날카롭고 타이트하게 전개되는 데이빗 나바로(David Navaro)의 기타 연주, 에릭 애버리(Eric Avery)와 스티븐 퍼킨스(Stephen Perkins)의 그루브한 리듬감은 이들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데이빗의 펑키한 기타 리프가 귀에 가장 잘 들어오는 대중적인 곡 ‘Been Caught Stealing', 도입부의 나레이션부터 주술적인 느낌을 주는 'Three Days', 여백 없이 꽉 찬 듯한 타이트한 연주가 집중력을 높게 만드는 마지막 곡 'Classic Girl' 등 앨범의 매끄러운 곡 구성과 더불어 하나도 버릴 곡이 없는 완성도 높은 앨범이다.


Nickelback - Silver Side Up (Roadrunner, 2001)

99년 발매된 니켈벡의 두 번째 앨범 [State]가 코어적인 사운드와 하드락적인 사운드가 뒤섞여 정체불명의 사운드를 만들어냈다면 세 번째 앨범 [Silver Side Up]는 애매모호했던 코어 사운드는 사라지고 하드락적인 면모로 탈바꿈한 채 포스트 얼터너티브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96년 발매된 이들의 데뷔앨범 [Curb]가 캐나다에서의 이들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면 코어적인 사운드에 헤비니즘을 덧입힌 두 번째 앨범은 이들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발굴림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훨씬 하드해지고 헤비해진 대망의 세 번째 앨범 [Silver Side Up]은 이들에게 커다란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앨범은 발매 전부터 첫 싱글 ‘How You Remind Me’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뒤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으며, 빌보드 차트 1위까지 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하드함을 바탕으로 멜로디 위주의 사운드를 펼치고 있는데 자칫 촌스러움을 유발하여 너무 자주 들으면 지루해질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대중적으로 다가가기에는 쉬운 듯하다. 특히 이는 ‘How You Remind Me'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데 몇 번만 들어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는 이들의 성공을 이미 예견하고도 남을 만큼 친숙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크리드(Creed)라이브(Live)의 중간 지점에 있는 듯한 채드 크로거(Chad Kroeger)의 감각적이면서도 감미로운 보컬은 니켈백 자체는 물론, 이 앨범의 음악적 스타일을 규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한 기타 리프위에 오버더빙되는 이색적인 보컬이 재미를 주는 ‘Woke Up This Morning’, 앨범의 시작부터 끝까지 초지일관 강렬한 락필을 느끼게끔 하는 연주와 역시 이에 잘 따라가는 보컬이 신선함을 주는 ‘Too Bad’ 등도 추천 트랙이다.

Nirvana - Mtv Unplugged In New York (DGC, 1994)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세상을 떠난 후 발매되어 상업적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이만큼 너바나의, 아니 커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앨범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너바나의 팬이라면 당연히 소장하고 있어야 할 가치 있는 앨범이다. 공연 당시 커트가 공연장의 분위기를 직접 연출했는데 공연장에는 백합과 촛불 등 장례식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가득 매워져 있었다고 한다. 너바나의 팬들에게는 너바나 최고의 앨범이라는 찬사는 물론 정규앨범보다도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앨범으로 곡 중간 중간 이야기하는 커트의 목소리 역시 공허한 듯 하면서도 매혹적이며 노래할 때의 그의 목소리는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왠지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환호하는 관객들의 박수 소리와 간간히 들리는 커트의 기침 소리가 어우러져 더욱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이 공연 후 얼마 안 지나서 그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놔둔 채 혼자 떠났는데 아마도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절함을 감출 수 없다. 데뷔앨범 [Bleach]에 수록되었지만 국내에서는 꾸준히 사랑을 받은 다소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듯하지만 수많은 관객들의 환호를 자아내는 ‘About A Girl’, 커트의 절규하는 듯한 보컬이 듣는 이 조차 힘겹게 만드는 ‘Pennyroyal Tea’, 마지막 곡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까지 한 곡도 버릴 것 없는 그야말로 100%의 만족감을 안겨줄 것이다. 커트의 분노, 호소, 절규가 그대로 담겨 있는 너바나 최고의 앨범.


Paul McCartney - Driving Rain (Capitol, 2001)

국내에서는 존 레논(John Lennon)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때문인지 폴 메카트니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존이 편안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라면 폴은 좀 더 까탈스럽고 귀족적인 이미지가 풍기지 않은가. 이러한 것은 분명 대부분의 대중들에게는 반감을 사기 쉬울 테고 말이다. 음악에서는 어떠한가. 사실 둘의 음악적 방향성이 달랐을 뿐이지 누가 더 뛰어나고 누가 더 부족하다고 평가내릴 만한 것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 앨범은 우리나라에서는 좀 뒤늦은 감이 있는 2002년 4월에 발매되었는데 락큰롤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무난할 폴의 칭호를 무색케 하지 않을 정도로 락큰롤 음악들로 가득 차 있다. 물론 고전적인 음악으로 돌아가려 애쓴 흔적이 다분하지만 99년 발표한 [Run Devil Run]에서처럼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척 베리(Chuck Berry), 리틀 리차드(Little Richard), 래리 윌리엄스(Larry Williams) 등 지나치게 대가들의 곡들을 수록하거나,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r), 이안 페이스(Ian Paice) 등의 노익장 역시 과시하지 않는다. 단지 러스티 앤더슨을 통해 젊은 감수성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대가들의 연주가 빠진 이 앨범은 그래서인지 이전 폴의 화려함이 아닌 순수하고 내성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이는 자칫 침잠되어있는 사운드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연륜과 편안함이 두루 묻어나는 앨범이지만 락큰롤답게 첫 번째 곡 ‘Lonely Road'에서부터 전형적인 락큰롤 사운드를 표방하고 있다. 마치 비틀즈(Beatles) 시절처럼 말이다. 하지만 곡들이 고루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어지는 곡 ‘From A Lover To A Friend’에서의 어쿠스틱 사운드는 요즘 부각되고 있는 젊은 감성의 어쿠스틱 사운드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만큼 세련됨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곡 ‘Freedom’은 애초 미국 테러 사건의 기금 마련을 위해 쓰여질 싱글로 만들어졌다.


Queen - A Night At The Opera (Hollywood, 1975)

의 네 번째 앨범인 [A Night At The Opera]는 한 편의 장중한 오페라를 몇 분의 노래에 축약시켜놓은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퀸은 이 앨범을 통해 기존 사이키델릭한 락 사운드에 심취했었던 음악에서 오페라와 락을 접목시킨 오페라락으로의 변모를 시도하였다. 그러한 오페라락은 퀸음악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현재 발렌시아(Valensia)발렌타인(Valentine) 같은 추종자들을 만들어내는데도 큰 몫을 했다. 퀸의 가장 대중적인 앨범임과 동시에 퀸 사운드를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할 수 있는 이 앨범은 전형적인 오페라락 사운드를 구현하는 ‘Bohemian Rhapsody’,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은 팝 발라드 ‘Love Of My Life’ 등 히트곡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프레디 머큐리 혼자서 코러스까지 모두 소화한 가히 완벽한 오페라 한편이라고 할 수 있는 ‘Bohemian Rhapsody' 한 곡만으로도 퀸이 얼마나 대단한 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잘 짜여진 곡 구성과 웅장한 스케일의 사운드에 반해 감미롭고 아름다운 멜로디, 멤버들의 뛰어난 배킹 보컬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히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명반임에 틀림없다.


U2 - Boy (Island, 1980)

아일랜드의 락음악을 전세계적인 위치로 끌어올려놓은 우상 유투의 데뷔앨범으로 완성도 높은 이들의 뛰어난 음악성을 이 앨범에서부터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핍박과 피의 역사 아일랜드를 휴머니즘적인 생각으로 소박하게 노래하는 정치적인 신념은 유투 음악의 바탕에 깔려있는 기본적인 사상이며 이는 곧 조국 아일랜드의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다. 온갖 난잡한 사운드가 혼재되어 있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보통 데뷔앨범과는 확연히 차이를 드러내는 이 앨범은 데뷔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유투의 노선을 확실하게 대중들에게 인식시켜주는 그야말로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유투의 이후 발표한 앨범들만큼 상업적인 성공과 호평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다른 앨범들이 워낙 명반이어서 그렇지 이 앨범 역시 앨범 음악적인 아이템과 사운드적인 연출 면에서는 유투의 진가를 확실히 발휘한 수준 높은 음악성을 자랑하고 있다. 앨범 자켓의 인물은 보노의 집근처에 살았던 소년의 모습으로 앨범 타이틀 [Boy]와 아주 잘 어울리는 맑고 깨끗한 이미지의 미소년의 이미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보노의 독특하면서도 사람을 끌어드리는 매력이 가득한 보컬과 엣지(The Edge)의 개성적이면서도 유투만의 사운드를 잘 이끌어내주는 기타 사운드는 데뷔 앨범부터 유투의 잠재된 가능성을 충분히 드러내준다. 음악은 물론 이들의 따뜻하면서도 열정적인 인간성마저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특히 세 번째 트랙 ‘An Catch Dubh'의 후반에 나오는 엣지의 기타 솔로는 편안함과 더불어 결코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마력까지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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