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현실이 답답하기만 한

제10회 리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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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류동민 지음 / 코난북스 / 2014년 12월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내게 있어 “서울”이라는 단어는 이제는 단순히 지명을 일컫는 범주를 벗어난 것 같다는 느낌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눈은 서울로 향하고 있다.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의 모든 분야가 서울로 집중되고 있다. 교통이 발전하면서 그 집중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서울과 다른 지역(개인적으로 “지방”이라는 단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서울 이외의 모든 지역을 지방이라 칭하며 차별을 두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강북을 갈라서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존재한다.

이 모든 것에는 결국 서울이라는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은밀한(?)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서울은 더 이상 지명의 의미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의미가 되어 버렸다.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읽을 수는 있지 않을까.

지은이는 서울의 하루는 다른 곳의 하루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살아낼 수 있는 시간이고, 서울의 일 제곱킬로미터는 다른 곳의 일 제곱킬로미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어 그만큼 더 빠른 속도로 옮겨 다녀야 겨우 버텨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이야기한다. 서울에서만 살다보면 잘 느끼지 못하지만 간혹 다른 지역을 가보면 서울이라는 공간과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끼게 된다.

압축 성장이 서울을 특별한 도시로 만들었고, 그 특별함은 다시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로 하여금 특별한 생각과 행동, 실천을 가지게 함으로써 그들의 삶의 방식을 규정해나갈 것이라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지은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형성된 서울, 공간의 구조를 구별 짓기와 추격, 능력주의의 환상과 실체를 기본 개념으로 삼아 인문학적, 정치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서울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들여다 보고 있다.

책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은 이미 TV 다큐멘터리나 신문지상 혹은 책 등을 통해 많이 논의되었던 내용들이었다. 서울이라는 특정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보여지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대한민국의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루 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살아가느라 잊고 지내온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책은 배제와 물신의 공간, 남겨진 공간, 사라지는 공간, 등고선의 은유, 높이 날고픈 욕망이라는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챕터마다 제목은 다르지만 더 이상 능력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이 사회에서 우리를 이끌고 있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신뢰가 무너진 이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성장의 과정이 남처럼 살고 싶다는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라면, 그 성과는 남과 다르고 싶다는 욕구, 더 정확하게는 다르게 보이고 싶다는 욕구로 나타난다”(본서 제68쪽 참조), 라는 책 속의 문장이 와닿는다. 

자본주의를 이끄는 가장 큰 이데올로기이자 원동력은 능력주의였다. 하지만 능력주의를 바탕으로 자본과 권력을 가진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극대화하였고, 자본과 권력이 세습화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능력주의는 더 힘들어지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지금보다 예전이 더 좋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루 아침에 일어난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지기보다는 오히려 나빠지기만 하는 것 같아 서글프다. 자본주의를 전면 수정하거나 폐기하지 않는 다음에는 인간이 가진 이중적인 욕망을 인정하고, 그 지점에서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공간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마 누구나가 알고 있는 답이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답을 현실에 적용하려는 움직임보다는 그 공간 속으로 들어가려는 몸부림과 그 공간 속에서 튕겨져 나온 사람들의 한탄이 어우러진 현실이 더 힘들다. 그 현실을 확인한 현실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한 그래서 지은이의 이야기는 항상 들어왔던 이야기로만 들릴 뿐이어서 버겁기만 하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