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습관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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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홍은 초조했었고 십대를 넘기기 전에 육체의 미신을
버리고 싶었다. 순결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미홍은 자신이
대상화되어있는 긴장과 불안을 느꼈다. 그것은 그녀의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그녀에게 청구하는 어떤 것이었다.
마치 자신의 지갑속에 얼마가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채 내내
가방속에 넣어 다니다가 때가 되면 통째로 넘겨주어야 하는
이상한 일과 같았다. 게다가 지갑이 비어있으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미홍은 소유의 주체가 다름아닌
자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고, 무엇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헤아려보고 싶었으며 스스로 사용하고 싶었다. 그리고 세상이
청구할 때가 와도 그녀의 지갑을 통째로 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잘 세어보고 맞는 값을 치를 것이었다. 대신에 여차하면
상종도 하지 않고 혀를 낼름 내밀고 문을 쾅 닫아버릴 수 있는
자신의 방을 가질 것이었다. 스스로 지갑의 돈을 사용하는
여자라면 그 정도의 능력은 가져야 하는 것이다. 단호히.
미홍은 그런 생을 원했다. 그러므로 탈순결은 생에의 방향성에
대한 일종의 선언과도 같았다.



-우리사회가 멋대로 정해놓은 순결이데올로기...
시대와 사회와 문화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여자가 혼전순결을 잃으면 부정하다는
시각은 뿌리 깊숙히 박혀있다.
나는 이러한 강박관념이 싫다. 그렇다고해서 아무곳에서나
함부로 몸을 굴리고 다닌다는 것을 찬성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엔조이...원나잇같은 것은 정말 싫다.)
내 몸, 내 마음을 자유롭게 내 스스로 어떠한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서 자유롭고 싶다는 것이다.
혼전 순결을 지키던 지키지 않던 그건 각 자의 자유에
맡기자는 것이다. 옳다 그르다의 문제로 판단하는 시각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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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프로젝트 - 얼렁뚱땅 오공식의 만화 북한기행
오영진 지음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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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아들고는 뭐랄까...말로 설명할 수없는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어릴때 부터 우리집은 조부모님께서 북한 출신이라 북한에 관련된 것은 친숙하게
느껴졌었다. 초등학교때 통일에 관한 웅변대회도 나가보고 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책도 읽어보고 자료도 조사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이 책은 만화가
오영진의 1년반동안의 북한 체험기를 바탕으로 남북이 평양과 서울에 각각 작가를
파견하고 파견된 작가들이 현지 생활상을 취재해서 돌아가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거창하지 않고 수수하게 실생활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보여준다.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와 똑같이 울고 웃고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우리와 같은 외모, 같은 언어, 같은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우리의 머릿속의 북한은 김정일의 독재, 공산국가,
가난하고 어려움, 빨간 머플러를 메고 다니는 아이들,반갑습니다를 부르는 여인들...
오히려 이런 편견이 남과 북을 더욱 멀게만 느껴지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다 사실이 아닐지라도 우리와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느낄 수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지고
있는 언어와 문화...
그 외에의 것들이 마음에 걸려오기 시작했다. 가깝지만 결코 가까울 수없는 나라...
코믹한 인물들과 재기발랄한 대사들이 북한을 더욱 정겹고 친근하게 느껴주게 했다.
북한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하루빨리 통일이 되서 북한 사람들도 이 책을 볼 수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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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미셀러니 사전 - 동서양을 넘나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앤털 패러디 지음, 강미경 옮김 / 보누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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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로 이 책을 받고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평소에 이런 종류의 책들을 즐겨읽고 좋아하는지라 반가웠다고 해야할까..
읽기전부터 나는 은근한 기대와 우려로 마음이 복잡했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방대한
양의 내용을 얼마나 잘 포인트를 집어, 얼마나 양을 잘 조절하여 쓰여졌는가하는
문제로 말이다. 자연사, 문화사, 생활사, 과학사 등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는
이 책은 잡학사전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한 이야기들을 풍자와
유머로 재미있게 접근해서 쓰여져서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있었다.그래서인지
깊이는 없어보인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여러가지에 대해서 조금씩 찔러보는 수준, 사람들과 여러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할 때 깊이있게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어도 '아, 그건 이렇고 저런거라고 알고있어'
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있는 수준을 만들어 준다고나할까..순서에 상관없이 관심있는 분야나
내용을 찾아 읽어나가는 재미도 있고, 저자의 역설과 풍자가 넘치는 재기발랄한 글쓰기는
어렵고 복잡하고 따분하게만 여겨졌던 내용들을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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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1987년 제1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이문열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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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어떤 지역에 붙박이로 눌러산다는 것을, 그 사람에게 무슨 의미를
투사하는 것인가를 점검해 가다보면, 인간의 왜소함을 절감하게도 되는 것이다.
조상 대대로 피를 나누고 이웃으로 살며, 감정을 거래하는 고향동네라면 또
사정을 다를것이었다. 안그러고 바탕이 각가이면서 어찌어찌 맺어진 인연으로
조석마다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철저한 남이면서 잠시 잠깐 체온을 스친
덕분에 아무때나 떨어내 버릴 수도 없는 처지로 몰아갔다. 이 지역의 누군가가
자기를 안다는 편리함에 편승하여 알량한 열매를 쪼아먹고 나면 저 쪽도 자신을
알고 있다는 멋쩍음이 부담으로 쳐지는 걸 배제하기 힘들었다. 누구에게나 할당된
공간이 있다는 건 나쁘지 않으나, 그 영토안에서만 맴돌다 가는 것의 쓸쓸함은 바로
여기서 싹트고 있는지도 몰랐다.
-젖어드는 땅 p130-

정말...사람들의과의 관계 유지는 힘들다.
특히, 어찌어찌 맺어진...미묘한 관계들...
그냥 겉도는 것 같은 불편함...
정말 싫다.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어..
05.5.6.11:45PM


당신은 환상을 찾고 있는 거지. 현실이 너무 감당하기에 벅차고 무시무시할 땐 그 현실의
무시무시함과 날카로움을 둔화시키는 환상도 필요할테지. 그 현실의 흉기에 질려 비명사하는
불운만은 면하게 해줄테니까. 하지만, 결코 환상이  현실을 대신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인식에
당신의 고민이 있는 것 같군.

모르겠어요 우리가 왜 이렇게 됐죠, 여보?

아내는 눈물을 글썽이며 나의 품으로 쓰러졌다. 아내의 몸은 검불만큼이나 가벼웠다.
그런 아내의 눈물앞에서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나의 무력때문에 나는 가슴이 아팠다.
나는 그 자리에서 나의 생각을 더 이상 계속 잇지못했다. 아내여, 환상이 많이 요청되는
시대일수록 그만큼 불행한 시대다. 환상을 제공하는 장소가 번창하는 시대일수록 그만큼
불안정한 시대인 것이다. 환상의 양은 그 현실의 날카로움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현실의 그 날카로움과 무시무시함을 피해 숨어들 환상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건, 아니여! 어차피 날카롭고 무시무시한 현실을 살아야 하는 사람에겐 얼마나
다행스런 축복이냐?
-이승우, 못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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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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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가 있는 것과 형태가 없는 것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된다면,
형태가 없는 것을 골라라. 그게 제 룰이에요. 어떤 벽에 부딪치든 언제나
그 룰에 따랐고, 긴 시선으로보면 그게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는 무척 힘이 들긴 했지만요.
-우연한 여행자p36-


저 말이 선뜻 무슨뜻인지는 다가오지 않지만...나를 속박하는 굴레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시선과 방법으로 내 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 같다. 나는 대게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일들을
만나면 아무생각없이 그냥 내버려둔다. 어차피 나도 어쩌지 못하는 일인데...
가만 냅두면 알아서 일이 풀리겠지..했고 타이밍을 잘 맞춰서 내가 개입한
곳에 적당히 개입하면 일은 그런대로 해결되었다. 난 이 방법이 꼭 옳다
고는 할 수 없으나,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마음에 든다. 아...
횡설수설...



결국 나는 쓸데없는건 잔뜩 가졌으면서도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
놓쳐버리는 인간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자주 생각했다.

나도 가끔 저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알고있는 것...재능...
모두 실현불가능하면서 가지고 있다는 게 거추장스럽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으나...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것만 같아서
속상하기도하고, 불쌍한 녀석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아무튼 무언가 내 분수에 넘치게 받은 것 같은것 같기는 한데,
정작 내가 원하는 것...나에게 필요한것은 받지 못했다는
공허함?...상실감..허탈감...이런걸까..?
횡설수설..


준페이가 말했다."굉장히 중요한 거에요, 그건. 직업이라는게
본래 사랑의 행위여야 하니까. 편의적인 결혼같은게 아니라
사랑의 행위여야 하죠."


내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 요즘...책을 읽다가 저 말이 와 닿았다.
직업=사랑의 행위...요즘은 취업때문에, 뭐 꼭 요즘뿐만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드문 세상이니까...
예전에 나는 꼭 내가 하고픈일은 굶어 죽어도 하고 말겠다라는
용기가 있었다. 지금은...? 모르겠다...갈수록 답답하기만하고...
당당하던 예전의 나는 어디에 갔나 싶기도하고...나도 편의적인
결혼같은 직업보다는 사랑의 행위...불꽃처럼 불타다가 금방 사그라
들더라도 열정적인 사랑의 행위같은 그런 일을 하고 싶다.
그런 용기를 가지고 싶다. 예전처럼...다시 힘내자!
내 소신대로 묵묵히 추진해 갈 수 있는 그런 멋진 녀석이 되자


누구에게나 출발점이라는건 있어요.
아직 앞날이 창창하잖아요?
처음부터 완전한 것이란 있을수 없어요.
-날마다 이동하는 신장처럼 생긴돌 p160-

그래...나에게도 출발점이라는거 존재할테니까...
앞날이 창창한 아직 19살밖에 안먹은 젊은 녀석이니까,



"이보세요, 준페이씨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의지를 갖고 있어."하고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비밀이라도 털어 놓는 것처럼 말했다.
준페이는 막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대답할 수 가없었다.
그녀가 하는 말은 밤공기속에서 문장으로서의 형태를 잃고, 포도주의
희미한 향기에 섞여 그의 의식속에 은밀히 도달했다.
"예를 들면, 바람은 의지를 갖고 있어. 우리는 평소에 그런걸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살고 있지만 어느 순간, 그걸 깨우치게 되는거야.
바람은 하나의 의도를 가지고 당신을 감싸고, 당신을 뒤흔들고 있어.
바람은 당신 내면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
바람뿐이 아니야. 모든게 다 그래. 돌도 그 중 하나인거야.
그것들은 우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지. 하나에서 열까지.
어느때가 되면 우리는 그걸 깨닫게 되지. 우리는 그런 것들과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어. 그것들을 받아들여야 우리는 살아남고, 그리고
깊이를 더 해가게 되는 거야."
-날마다 이동하는 신장처럼 생긴 돌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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