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 ‘벌레 먹은 나뭇잎’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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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게 마디진 거친 손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만큼 일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족을 위해 타인을 위해 일한
아버지의 손, 어머니의 손,
남편의 손, 그리고 아내의 마디진 손은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이생진 시인은
평생을 바다와 섬을 찾아다니면서
시를 쓰신 분이지요.
십여년전
친구에게 이 시집을 
선물받아 읽었고,
싯구가 너무 아름다워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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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7-05-16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은 허름해지고 남을 높이는 존재들이 많은 것 같아요. 가끔이라도 되새기도록 노력해야 겠어요.

프레이야 2007-05-16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이 시 참 좋으네요. 그리고 님의 '손'에 대한 생각도 아름다워요.
시만 담아갈게요. 고맙습니다.^^

홍수맘 2007-05-16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59100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시가 있었군요.

전 마음속에 그리고 수첩에 꼭꼭 적어 놓으렵니다.


뽀송이 2007-05-17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와아~ 이렇게 감동적일 수가 있나요.^^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남을 먹여가며 산 흔적... 이 시 보면서 행복하게 힘을 내 봅니다.^.~
저도 담아가요.^^

전호인 2007-05-17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하님,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 수 없는 것이 있지요.
그것을 저는 자연이라고 하고 싶어요.
태초부터 있었던 자연에 인간의 욕심을 담아 빚어내는 조각품은 왠지 가식이 있는 느낌을 받아 싫습니다. ^*^

배혜경님, 그렇죠, 너무 아름다운 시인 것 같아요. 청정한 자연을 노래하고, 그것을 허물지 말라는 메세지 같기도 하고.....

홍수맘님, 고맙습니다. 싯구에 함축된 의미가 욕심에 찌든 인간들을 비웃고 조롱하기도 하는 것 같죠. ^*^

뽀송이님, 네, 정말 너무 아름답다. 라는 표현으로도 많이 부족하죠. ^*^

소나무집 2007-05-17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때 이 양반 시 읊으면서 소줏잔을 기울이던 때가 있었네요.
지금 읽어도 여전히 가슴에 남는 게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