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 ‘벌레 먹은 나뭇잎’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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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게 마디진 거친 손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만큼 일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족을 위해 타인을 위해 일한
아버지의 손, 어머니의 손,
남편의 손, 그리고 아내의 마디진 손은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이생진 시인은
평생을 바다와 섬을 찾아다니면서
시를 쓰신 분이지요.
십여년전
친구에게 이 시집을
선물받아 읽었고,
싯구가 너무 아름다워
좋아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