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사소한'이란 말이 요즘들어 괜히 친근하게 다가온다

지난번 최강희씨의 에세이에서의 '사소한'도 좋았었는데 이번에도 '사소한'이란 이 말이 눈에 들어왔다

이 이야기는 '안녕, 폴라 앤 로모'라는 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장현웅, 장희엽 형제의 책이다

 

당신에게 사물이란, 어떤 존재인가

 

단추, 필름, 변기, 낡은 운동화, 흑백사진, 라디오, 심지어 뽁뽁이까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별 뜻 없이 지나쳤던 많은 사물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생기를 불어넣어

그저 잊고 지냈던 추억의 조각들을 떠오르게 했다

같은 사물이라 해도 보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도 다를 수 있구나 싶더라

어쩌면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로 치부될 수 있겠지만 그 감성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지나쳐온 사물들의 발자취도 보이고 _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유일한 흑백사진 한 장이라던가

학창시절 늦은 밤 즐겨듣던 라디오라던가

설레는 마음으로 간직했던 첫번째 필름이라던가

그러고 보면 사소하다 여겼기에 그동안 잊혀졌었던 사물들을 통해 웃고 울었던 그 시절로의 시간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조금 더 아련한 느낌일거라 생각했던 예상과는 달리 담담한 문체로 과거가 톡톡 건드려지는 울림에 뭉클했달까

 

사진을 찍다보면 찍을 게 없다고 고민아닌 고민을 하지만

아마 이 책 덕분에 그동안 사소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이 소중한 그 무엇으로 재발견되지 않을까 싶다

 

 

_

 

그래, 우리 모두는 특별한 '무엇'이 되고 싶은 건지도.

김춘수 시인이 <꽃>처럼 옷걸이들도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는 무엇인가가 되고 싶은 건 아닐까.

모든 존재는 부재를 통해 더 실감하게 되는 법이니까                P.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타카토 라디오
정현주 지음 / 소모(SOMO)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하루가 가고 한달이 가고 이렇게 일년이 지나갔죠

시간은 한번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지만

힘든 일은 또 다시 찾아올지 몰라요

모든걸 내려놓고 싶은 순간에도 올거구요

그래도 새로운 날들을 생각하면서 같이 힘내보면 안될까요

오늘보단 내일이 조금 더 나을거란 그런 희망을 갖고 말이죠

 

_ 어느 라디오의 오프닝멘트

 



 

 

야행성 생활패턴을 가지게 된 제일 첫번째 이유를 꼽으라면

아마 내 대답은 단박에 라디오

이 책을 한장한장 넘길수록 역시 라디오작가님의 글이구나 하는 느낌이 물씬 들더라

왜이리 조금이던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뭉글뭉글

 

새카만 밤부터 시작해 별이 지는 새벽녘까지

틈만 나면 밤을 새워가며 듣던 라디오였는데

정말이지 티비도 책도 좋지만 라디오의 매력은 또다른 별개라며

열혈애청자를 외치며 열심히 듣던 내 모습이 떠올라 괜히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참 별일아닌 일상 이야기인데 어째 이렇게 느낌이 감성이 툭툭 묻어나는걸까

어떻게 하루도 안 빼놓고 이렇게 매일매일매일 꼬박꼬박 글을 쓸 수 있는거지

이거 정말 아무나 못하는 일이다

근데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매일 쓰는 글이 진짜야

 


 

스쳐가버릴 뻔하였으나 내 안에 머물러  

중한 기억이 될 시간을 만난다

한 줄 한 줄 손으로 짚어가며 책을 읽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만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살피는 눈길로      P.165

 



 

 

. . . 역시 감탄스럽다

 

나도 저렇게 글을 쓰고 싶다

문장이 그저 글자가 아니라 물흐르듯 리듬을 타는 느낌이랄까

보이지 않는 곳에 라디오 애청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 라디오에서 나오는 남일같지 않은 조곤조곤한 이야기들과

소름끼칠만큼 멋드러진 음악들이 귓가를 울릴때면 으 -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는데 아마 그건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희열

 

하하하 세상 참 좁다고

책 속에 등장해주시는 홍대 카페들이 참 반갑더라

나도 여기 갔었는데 나도 이 커피 마셔봤는데 하며 신기해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타자기라던가 필름카메라라던가 핸드폰을 꺼놓는다던가

나도 모르는 어느새 공감하고 있는 이야기들

읽을수록 부러웠고 읽을수록 멋지다 싶었다

요새 한참 빠져있는 여행에세이와는 다른 마음으로 애정이 가는 책이었다 나에겐 -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런 설레는 기분은 느낄 수 없었을테지

참 잘 -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춘소설이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마음속엔 기대부터 품고 읽어지기 마련인 것 같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잔뜩 기대하며 요시다씨의 청춘소설을 읽었다

 

요즘 떨어지는 낙엽에 마음이 적적하다면

보고있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요노스케를 만나보길 적극 권해본다

 

첫 장부터 날 웃게 만들어준 요노스케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온통 내 마음을 뺏아가더니

다 읽은 지금에 와서는 읽을 때보다 더 많이 그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지나온 내 추억들까지 곁들여 _

 

대체 요노스케의 어떤 모습이 어떤 행동이 나를 이렇게 설레게 만들었을까

그렇다고 그가 그리 대단한 인물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빈틈투성이에 어리버리 거기에 무사태평하기까지 무엇 하나 똑부러진 것 없는 그저 그런 평범한 청춘일 뿐

그럼에도 점점 난 요노스케가 좋아져버렸고

그래서인지 지금도 나는 요노스케가 그립다

 



 

우유부단한 점도 좋아

근성없는 점도 좋아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점도 좋아

둔감한 점이 좋아

웃는 얼굴이 가장 좋아

 

영화 '무지개여신' 중

 



 

문득 오래전에 본 영화 속 대사가 떠올랐다

어째 요노스케같지 않은가 하하

 

처음부터 쭈욱 뭐 그리 대단한 사건 하나 없이 그냥 물흐르듯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그대로 끝이었다

하지만 이건 추리소설도 아니고 반전을 요하는 미스터리소설도 아니다

오히려 싱겁다 할지라도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재미있는 한권의 이야기였다

특별하지 않은 그런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럼에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_

 

이 책은 요노스케의 신입생 시절 1년동안의 이야기와 그 후 그를 기억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쓰여졌다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아, 이사람이겠구나'하며 알아맞추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변함없이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요노스케가 참 부러웠다

누군가의 기억속에 그리 오래도록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 _ 얼마나 큰 축복 그 얼마나 대단한 기쁨일까 싶다

생각해보니 먼훗날 내 기억속에 그리 남아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날 기억해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하다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하하하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의 말처럼 정말이지 인생이란 어디서 어떻게 풀릴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비연속적인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나는 장소는 결국 자기 자신이며

   그것들을 구조로 완성시키는 주체도 자기 자신이기에 인생은 소설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흥미로운 창작의 장임을 새삼 상기시켜주는 작품이기도 했다                        

                                                                                                                                                    _ 옮긴이의 말 中

 



 

언제부터인가 빼놓지 않고 꼼꼼히 읽게 되는 옮긴이의 말 _

너무 감정에만 치우쳐 읽었는데 생각해보니 어떤 우연이든 일련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란 말이 정답이다

그리고 인생은 소설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흥미로운 창작의 장이라는 말도 _

시들했던 내 청춘을 다시 일으키라며 요노스케의 기운이 마음속에 뜨거워지는 것 같다

이정도면 나도 요노스케 덕분에 굉장히 득을 본 사람 중 하나일지도 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지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밌게 읽고 있던 미미여사의 '외딴집'을 잠시 접어두고

따끈따끈하게 막 도착한 바나나씨의 '무지개'를 읽기 시작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행복이란 형태가 좀처럼 없다고 생각해 왔다  [P.21]

 

 

사람들은 사는 동안 늘 행복을 쫓아 살기도 하지만

그 중에는 그저 주어진 삶이기에 행복은 아니더라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부정적일 수도 있는 저 말이 내게는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던 것 같다

 

여태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바나나씨는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치유해나가는 따뜻한 글을 써주셨다

읽으면서 '나'라는 인물에게 좀 많이 공감했다

본디 약하고 약한 존재가 사람이다

하물며 개나 고양이같은 동물들과 말 못하는 식물들보다도 더 부서지기 쉬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깨닫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그동안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너무도 따뜻한 기분이 들어 나는 나른해졌다

 

 

삶에는 엇갈림과 슬픔과 고요한 행복만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 거푸 나타날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는 간혹 꿀 같은 순간이 있다

어린 시절의 놀이처럼 잘못은 없지만 격렬하고

영원히 그 호박색에 갇힐 듯 격정적인 달콤한 순간  [P.21]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살면서 이처럼 어려운 숙제가 또 있을까

남녀간의 사랑도 형제간의 우애도 친구간의 우정도 모두 _

난 지금껏 사람과 사람의 관계보다 더 어려운 숙제는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잘못하지 않아도 깨어지기도 하고

아무리 후회한다 해도 돌이킬 수 없을 때도 있고

영원하길 바라지만 내 뜻과는 상관없이 끝이 나기도 하는

그런 어렵고 머리아픈 문제

 

 

공기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의 알갱이가 보이는 듯한

맛있는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 폐 안이 아름다운 것으로 차오르는 듯한

그런 맛깔나고 풍요로운 침묵이었다  [P.101]

 

 

사람과 사람 사이에 행복이란 형태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나'가 타인을 옆에 두고 느끼는 침묵이란 시간의 달콤함 _

한껏 꾸며놓은 저 말이 읽는 이로 하여금 참 기분좋게 하는 것 같았다

침묵이 흐르는 상황을 저토록 예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바나나씨의 말투는 역시 _ 하하하

 

타히티를 여행하고 온 후 썼다는 이 이야기의 배경은

바로 그곳 타히티였다

주인공 '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타히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그 곳을 묘사해놓은 글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는데

눈을 감으면 그 곳에 내가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만큼 자세하고 구체적이다

물살을 가르며 유유히 지나가는 레몬상어가 보이기도 하고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바다와 새하얀 모래가 펼쳐지기도 한다 흐흐

아 떠나고 싶어라

웬만한 여행기 못지 않은 여행충동까지 물씬 느껴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 등한시해왔던

내 인생이 행복해질 권리에 대해서 조금은 적극적이 되어봐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과

욕심까지는 아니더라도 행복을 쫓아 바삐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사실 그동안 너무 소홀해왔던 것도 있고 하하하

이야기의 결말이 너무 쉽게 해피엔딩으로 흘러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서평을 쓰기까지 생각하는 동안 이런 결말이 아니었다면 더 안타까워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 역시 해피엔딩을 더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인 건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내 인생의 끝도 해피엔딩이 될 수 있으려나

그래야 덜 아쉬울텐데 말이다 하하

 

 

사람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요

아닙니까?

인생을 헤쳐 나가는 건 몹시 힘겹고 재미없는 일도 많은데

눈부시고 아름다운 걸 볼 권리는 누구나 갖고 있지 않나요?  [P.161]

 

갖가지 일이 있었지만 다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있다

살아있는 한 언젠가는 괴로운 일도 있으리라

그래도 또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눈앞에 나타나준다

반드시  [P.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민규씨를 무척이나 좋아라하는 친구녀석이 하나 있다

삼미부터 해서 지구영웅 핑퐁에 카스테라 _ 무엇 하나 아끼지 않는 작품이 없어할 정도로 박민규씨를 아끼는

그러더니 내게도 박민규씨를 권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 저 책에 관하여 자기가 받았던 느낌 좋았던 그 기분들을 주제로 한참동안이나 내게 열변을 토했었는데

그땐 미처 몰랐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일 줄 ...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그런 이 책의 첫번째 이야기를 읽었을 때 불현듯 이 책을 그 친구에게 선물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소설은 처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나는 연애소설에 그리 환호하는 타입도 아닌데

처음부터 이 책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가혹한 세상 옆에 들러리 선 시녀처럼 서 있던 우리의 자화상

그래도 끝내 사랑의 주인공으로 아로새겨진 청춘의 환(幻)

 

뒷표지에 있는 글이다

표지에 있는 글도 띠지에 있는 글도 그리고 뒷표지에 있는 글까지

왜이리 마음이 짠한 느낌이 들게 하는 건지 _

책이 미처 중반부에도 다다르기 전에 알게 되었다

못생긴 _ 평범한 게 아니라 정말 못생긴 여자와 그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였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마음이 아프다

답답하고 속상하고 화나고 안쓰럽고 그저 _ 마음이 아프다

하고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머릿속에서만 빙글빙글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_ 그럼에도 해피엔딩이라는거?

 

인간은 참 이상하단다

 

그 남자와 그 여자 그리고 또 하나의 등장인물 요한의 말이다

그 사람 어쩜 그렇게 맞는 말만 쏙쏙 하는지

그동안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꺼내지 못했던 말들을 시원스레 쏟아내주더라

인간도 이상하고 세상도 이상하고 그런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우리네들도 이상하다는 둥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조심스레 다가서는 그 남자와 그 여자에겐 더없이 든든한 아군이었던 요한

그 남자도 그 여자도 모두 마음이 아팠지만

나는 요한, 이 사람도 참 아프더라

사람중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자신의 어둠을 혼자 삭이며 겉으로는 웃기만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요한은 그 중 전자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요한을 안쓰러워했을테지만 나 역시 그가 너무 안쓰러웠다

물론 이 책은 요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니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이야기에 요한이 등장할 뿐이다

그럼에도 서평을 쓰다보니 요한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숫기 없는 그 남자와 고개숙이고 사는 걸 당연시 여기던 그 여자의 연애소설에 요한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싶다

어떻게든 되긴 했겠지만 그 남자도 그 여자도 모두 요한을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제3자인 나 역시 책속의 요한을 만나면서 위로도 받고 의지도 되었으니 말이다

 

이쯤 되니 이게 서평인지 푸념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세 사람 모두 너무도 아픈 마음으로 내게 와 닿았기에 어쩐지 구구절절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이제 그 여자의 이야기를 해볼까

정말이지 욱하는 마음에 화도 나고 괜히 눈물도 나고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던 그 여자

말하자면 남의 일인 것만 같진 않았다

사람이 잘나고 못나고의 판단이 뭘까

미모? 돈? 학벌?

난 잘 모르겠다 나 역시 세상은 이상하고 인간도 이상하다 여기던 사람 중의 하나라서인지

그런거에 연연해보지 않았고 연연해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이 책과 이 여자를 보니 원래도 지긋지긋했던 세상이 한층 더 지긋지긋해졌을 뿐 _

그럼에도 난 세상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에게 보낸 그녀의 편지를 읽으며 정말이지 울컥 _ 슬펐다

별 대수롭지 않게 내뱉은 말이 누군가에게는 비수가 되고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녀에겐 세상의 모든 말들과 시선들이 상처가 되고 비수가 되었다

알고 보면 사람만큼 무서운 존재가 또 있을까

자기 자신밖에 모르고 이기적이고 잔인하고 그러면서도 비겁하기까지 하고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되짚어주니 또 한번 실감하고야 만다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사람이 무참히 밟힐 수 있다는 현실에 기가 막히고 놀랍기 그지없다

그리고 ... 또 마음이 아프다

 

두 남녀가 만나 밥먹고 데이트하고 손잡고 집까지 바래다주고 잘자란 인사를 나누고

그저 그런 평범하고 익숙한 그런 연애소설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 닿고 후유증이 남을까 겁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기 전 누군가의 서평이었는지 소개글이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후유증이 오래 간다더라

아마 나도 예외일 순 없을 것 같다

 

이 둘이 데이트하던 장면에서 나는 그런 기분을 느꼈었다

예전에 읽었던 황경신씨의 '세븐틴'이라는 책에서 나왔던 클래식한 연인 _

어쩌면 내가 부러워하고 동경해 마지 않는 연인의 느낌이랄까

보기 좋더라 괜히 나까지 긴장되고 손에 땀이 쥐어질만큼

 

요근래 쭉 어째서인지 에세이라던가 여행기라던가 하는 책만 계속 읽어왔던 것 같다

모두 괜찮은 책이었고 책장도 잘 넘어가고 오롯한 기분이 드는게 읽은 후의 기분도 좋았다

그런데 이 책 _ 정말이지 크게 한방 먹은 기분이다 나쁘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

비록 후유증이 오래갈지언정 그 후유증마저 기분좋게 음미하고 싶다

오늘밤엔 지금껏 접해보지 않았던 비틀즈며 밥딜런의 노래도 들어봐야겠다

그리고 조만간 이 책을 다 읽은 박민규씨의 광팬인 그 친구와

우리가 만났던 그 남자와 여자 그리고 요한에 대해 침튀기는 열변을 토하게 되겠지 하하하

어쩐지 기다려진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