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엇을 원하든 내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처럼 그 ‘현실‘을 당장 뛰어넘고 이겨내지 못한다고 해서 남이든 자신이든 그것을 탓하거나 비웃거나 비난한다면 우리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
분명히 우리는 졌고 실패했고 다쳤고 현실에는 어떤 드라마틱한 반전도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부서졌었기 때문에 발견해 낸 작은 반짝임을 놓치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성적, 직업, 대출. 이런 현실의 단어들 앞에서 꿈은 허영으로 불렸고 꿈을 위한 시도는 무의미한 낭비에 지나지 않았다. 야단쳐 없애야 할 허튼 생각으로 취급되던 순간 그것은 내 안에서도 쓸모없어 정리해야 할 것이 되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눈앞에 들이밀어진 온갖 리얼한 의미를 가진 숫자들과 이미 결정된 듯 토해지는 미래의 어두운 예상에, 없었던 편이 나았을 마음을 힘없이 떨군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