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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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고 있던 미미여사의 '외딴집'을 잠시 접어두고

따끈따끈하게 막 도착한 바나나씨의 '무지개'를 읽기 시작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행복이란 형태가 좀처럼 없다고 생각해 왔다  [P.21]

 

 

사람들은 사는 동안 늘 행복을 쫓아 살기도 하지만

그 중에는 그저 주어진 삶이기에 행복은 아니더라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부정적일 수도 있는 저 말이 내게는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던 것 같다

 

여태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바나나씨는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치유해나가는 따뜻한 글을 써주셨다

읽으면서 '나'라는 인물에게 좀 많이 공감했다

본디 약하고 약한 존재가 사람이다

하물며 개나 고양이같은 동물들과 말 못하는 식물들보다도 더 부서지기 쉬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깨닫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그동안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너무도 따뜻한 기분이 들어 나는 나른해졌다

 

 

삶에는 엇갈림과 슬픔과 고요한 행복만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 거푸 나타날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는 간혹 꿀 같은 순간이 있다

어린 시절의 놀이처럼 잘못은 없지만 격렬하고

영원히 그 호박색에 갇힐 듯 격정적인 달콤한 순간  [P.21]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살면서 이처럼 어려운 숙제가 또 있을까

남녀간의 사랑도 형제간의 우애도 친구간의 우정도 모두 _

난 지금껏 사람과 사람의 관계보다 더 어려운 숙제는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잘못하지 않아도 깨어지기도 하고

아무리 후회한다 해도 돌이킬 수 없을 때도 있고

영원하길 바라지만 내 뜻과는 상관없이 끝이 나기도 하는

그런 어렵고 머리아픈 문제

 

 

공기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의 알갱이가 보이는 듯한

맛있는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 폐 안이 아름다운 것으로 차오르는 듯한

그런 맛깔나고 풍요로운 침묵이었다  [P.101]

 

 

사람과 사람 사이에 행복이란 형태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나'가 타인을 옆에 두고 느끼는 침묵이란 시간의 달콤함 _

한껏 꾸며놓은 저 말이 읽는 이로 하여금 참 기분좋게 하는 것 같았다

침묵이 흐르는 상황을 저토록 예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바나나씨의 말투는 역시 _ 하하하

 

타히티를 여행하고 온 후 썼다는 이 이야기의 배경은

바로 그곳 타히티였다

주인공 '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타히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그 곳을 묘사해놓은 글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는데

눈을 감으면 그 곳에 내가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만큼 자세하고 구체적이다

물살을 가르며 유유히 지나가는 레몬상어가 보이기도 하고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바다와 새하얀 모래가 펼쳐지기도 한다 흐흐

아 떠나고 싶어라

웬만한 여행기 못지 않은 여행충동까지 물씬 느껴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 등한시해왔던

내 인생이 행복해질 권리에 대해서 조금은 적극적이 되어봐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과

욕심까지는 아니더라도 행복을 쫓아 바삐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사실 그동안 너무 소홀해왔던 것도 있고 하하하

이야기의 결말이 너무 쉽게 해피엔딩으로 흘러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서평을 쓰기까지 생각하는 동안 이런 결말이 아니었다면 더 안타까워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 역시 해피엔딩을 더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인 건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내 인생의 끝도 해피엔딩이 될 수 있으려나

그래야 덜 아쉬울텐데 말이다 하하

 

 

사람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요

아닙니까?

인생을 헤쳐 나가는 건 몹시 힘겹고 재미없는 일도 많은데

눈부시고 아름다운 걸 볼 권리는 누구나 갖고 있지 않나요?  [P.161]

 

갖가지 일이 있었지만 다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있다

살아있는 한 언젠가는 괴로운 일도 있으리라

그래도 또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눈앞에 나타나준다

반드시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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