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집을 나와서, 집세를 내고 밥을 먹을 수 있게 되면 어른이 될 수 있을 줄만 알았다. 어른이 되면, 이제 울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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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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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헤어짐과 이별에 충분히 익숙해졌다고 생각해왔었는데, 자만이었다.

툭하면 내뱉던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도 이제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고.. 뭐 그렇다.

함께 했던 추억을 친구들과 웃으며 얘기하기까지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도 잘 모르겠고

스스로도 놀랄만큼 길어지고 있는 후유증이 야속하기만 하니 웬걸.

 

바나나씨의 이야기엔 항상 죽음이 드리워져 있지만,

그럼에도 무겁지 않게 따듯하고 포근하게 감싸는 분위기가 좋아서 종종 읽어왔었다.  

너무 가볍게 얘기하는 게 아닌가 싶어 염려스럽다가도 어느 순간 눈물이 찔끔.

내가 좋아했던 바나나씨의 분위기가 이런 거였지 싶더라, 다행히도.

 

그리고는 언젠가 하와이에 가고싶은거지. 으하하.

아름다운 것들만 모아, 잔뜩 모아 주머니에 담고서, 넘쳐 흐를만큼 탐욕스럽게 쑤셔 담고서 죽고 싶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만이 이 자유롭지 못한 인류에게 허용된 존엄이라고 생각했다. - P18

말할 수가 없어요.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있으면, 만나고 싶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 P64

잃어버린 시간이 마치 꽃으로 만든 예쁜 목걸이처럼 그 안에 갇혀 있어, 나는 똑똑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 P139

사우스포인트는 하와이 섬 남쪽 끝에 있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야. 바닷물 색이 정말 파랗고, 바다는 저 멀리까지 한없이 드넓고, 바람은 세고, 온갖 색깔이 존재하는, 이 세상의 끝 같은 장소야.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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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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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마음 반, 읽기 싫은 마음 반이어서 외면하고 있던 책 중에 하나를 읽었다.

엄마가 되어보지 않았기에 이해할 수 없을 부분들을 모른척 하고 싶었던 걸까.

엄마가 되지 않을거라 생각하기에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던 걸까.

둘 중 어떤 이유로든 불편한 느낌을 받게 될 거라 짐작했기에 피해왔던 것 사실이다.

분명, 직면하고 싶지 않았던 감정들을 만나게 될 테니까.

 

엄마가 바라는 딸로 살고 있지 않은 나이기에,

이 책으로 하여금 더욱 죄스러운 마음이 커지지는 않을까 지레 겁을 먹었었다.

결국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위한 이기심 때문에

보통의 딸을 키우는 다른 보통 엄마들의 바람과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는 걸 나 또한 모르지 않으니까.

너무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게 된 것 같은 엄마의 속마음에. 읽을수록 속상하고 복잡해졌다.

아... 이래서 읽지 않으려 했던 건데, 하고 되뇌이며.

 

엄마들이 생각하고 바라는 남들처럼 평범한, 보통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누구나 다 겪고, 살아간다고 버릇처럼 말씀하시는 그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서 크게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원하고 바라는 삶의 모양이 조금 다를 뿐.

사람은 모두 각자의 인생이 있고, 삶의 모양도 각기 다른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뿐.

그게 남자든, 여자든. 혹은 엄마든.

 

딸애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화자의 모습이 나쁘지 않더라

아무리 가족이고 자식이어도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렇게 씁쓸한 이 마음을 딛고 일어나면, 또다른 이해와 사랑에 가닿을 수 있지 않을까.

 

아무것도 모를 때엔 너무나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것들. 그러나 뭐든 제대로 알게 되는 순간 그것들은 발톱을 세우고 마침내 본색을 드러내는 것 같다. 진실과 사실. 그런 명백한 것들의 속성. - P54

가시 같은 것, 못 같은 것.

나는 내내 그런 걸 키우고 품어 왔는지 모른다. 그런 것들이 외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나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불러오는 건 이토록 끔찍한 통증이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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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게임처럼 생각은 여기저기서 자꾸만 튀어 오른다. 고무망치로 아무리 두드려도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엄청난 기억들이 이 비좁은 몸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는 사실. 이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 그걸 확인해야 하는 이런 순간은 돌아오고 또 돌아오고 계속 온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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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치고 싶었다. 덕질에 생산적인 이유가 어딨어요. 그냥 재밌어서 하는거지! 젠장, 제발 취미에서 생산성 좀 찾지 마. 휴식은 휴식답게 하고 싶어!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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