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건축이다 - 인간이 만든 최고의 아름다움
김희곤 지음 / 오브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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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건축이다

인간이 만든 최고의 아름다움

김희곤 저 |오브제 | 2014.03.24302 | 페이지 302 | ISBN 9791130602653

  

 

《스페인은 건축이다》는 스페인의 유명 여행지나 건축물 사진만 단순히 소개한 책이 아니다.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있는 책이다. 그 나라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뭐니뭐니해도 그곳의 건축물이 시각적으로 가장 먼저 와닿는 요소일텐데 그것은 한 나라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예술, 문화의 혼이 깃든 존재가 바로 건축물이어서 그런것이 아닐까. 스페인의 건축물을 보면 같은 유럽권내에서도 영국,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중세 건축물이 품고 있는 분위기와는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왜 그런 것일까.

 

 

 

 

《스페인은 건축이다》의 김희곤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눌 때 유럽의 중세는 본론에 해당하며 로마 멸망 5세기부터 르네상스 시작기까지 약 천 년에 이르는 중세가 스페인에서 시작되고 스페인에서 끝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한다. 거기에 8세기에 이르는 이슬람 지배를 받은 스페인은 이슬람 외 로마, 기독교, 유대 등 다양한 동서문화가 융합된 스페인만의 독창적인 건축문화를 형성했다. 스페인의 건축물은 바로 이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바라보아야 그 맛을 제대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 건축가는 필요한 기능에 맞추어 공간을 설계하고 외피를 장식하는 기능인이 아니다. 건축가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와 그 시대 트렌드를 이해하고 과거, 현재, 미래로 성장하는 살아 있는 공간을 제안하는 발명가다. 』 - P49

 

 

 

거기에 더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개인적으로 손꼽고 싶은, 과거 시간의 흔적과 손때가 묻어있으면서도 현대 건축이 과거와 조화를 이뤄 역사가 숨 쉬고 있는 느낌이 들게하는 복원·재생 건축의 진수인 스페인 건축물에 관해 이야기하는 글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과거와 현대를 잇는 미래의 가교 역할로서의 복원재생건축의 중요성을 알리는 《스페인은 건축이다》그 시대 정신을 유지하되 재료는 이 시대 보편적인 재료를 사용해 과거 유산을 현대적인 건축기술과 융합시켜 나아가는 스페인 건축을 통해, 싹 엎어버리는 우리나라 건축 계획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점에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주제가 아닌가싶다. 건축물은 그 시대의 거울이자 그 나라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는 기본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톨레도의 가장 큰 숙제는 첨단 현대문화의 공격으로부터 톨레도를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이다.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파괴가 아닌 재생으로 낡고 오래된 건물의 수명을 다시 살려 새로운 현대기능을 수용하는 것이다. 시대의 양심에 따라 문명의 주인은 새로운 장비와 옷과 문화를 형유하며 살아갈지라도 중세의 빛나는 문화유산은 그대로 포용하고 공존하는 것이 톨레도의 목표다. 』 - P105

 

 

소름끼치도록 화려하게 아름답기도하고, 요새같은 견고한 느낌을 주며 절제미가 보이기도 하는 스페인 건축물. 그 중에서 건축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허물어버린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 '가우디'의 부드러운 곡면 건축물은 금방이라도 동화 속 나라에 빠져들듯 가히 예술적이다. 가우디가 전생애를 바쳤다는, 아직도 공사중인 성가족 대성당은 가우디 사후 100주년인 2026년에 완공목표로 하고 있다 한다. 스페인으로 간 '꽃보다 할배' TV프로그램에서 가우디 건축물이 방송에 나오기도 했는데 가우디의 건축철학을 제대로 알려면 《스페인은 건축이다》를 꼭 들춰봐야한다. 더이상 감탄할 일이 없겠지 싶다가도 또 감탄하게 만드는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며 경이로움을 만끽하게 된다.

 

중세 건축물을 볼 때 드는 생각은 그저 멋지다, 고풍스럽다 정도였는데 스페인 건축물은 이슬람 문화를 바탕으로한 융합건축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어 이 책을 읽고나니 그저 남들처럼 유명 관광지를 이곳저곳 발 한번 찍고 스쳐보내기에는 너무 아쉽겠다는 생각이 든다. 복원재생건축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스페인 건축의 본질을 탐구함과 동시에 역사를 바탕으로 그곳의 문화를 풍부한 사진과 함께 소개한 《스페인은 건축이다》 책은 스페인이라는 나라나 건축에 관해 큰 관심없어한 일반독자도 쉽게 끌어당겨 역사, 예술, 문화를 조화롭게 버무린 교양인문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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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 강석기의 과학카페 3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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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전문 작가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즌 3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가 출간되었네요.

2012년부터 매년 한 권씩 과학 에세이집이 나오고 있는데 이번 시즌 3은 1, 2편보다 더 두툼해진 분량입니다.

이번에도 다이내믹한 과학 세계의 핫 이슈가 46편이나 수록되어 있어요.

▲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 <과학 한잔 하실래요?>, <사이언스 소믈리에>,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건강, 생명과학, 심리학, 수학, 물리학, 화학 등의 분야는 물론 과학자 이야기까지 두루두루 구색을 갖추고 있어 과학계 전반의 최신 이슈를 폭넓게 접할 수 있는 교양과학서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평소 관심가졌던 "색소"세포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와서 특히 관심을 가지고 읽었네요. 파랑이나 빨강을 만드는 세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 파란 깃털이나 홍학의 붉은 깃털처럼 순색의 선명한 깃털을 가진 새들은 왜 그런 색을 띄는 것인가를 다룬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네요. 파란 톤은 빛의 파장과 관련된 비밀이 숨어있었고, 붉은 톤의 경우엔 그 비밀이 먹이에 있더군요. 홍학의 경우 동물원에서 일반 사료를 먹이게 되면 점차 색이 빠져 홍학이 '하얀' 홍학이 된다고 합니다. 책 중반에 요즘 유행하는 컬러 푸드와 관련한 이야기가 한번 더 언급되면서 색소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알게 되었네요. 컬러 푸드에 대한 지나친 편애 대신 화이트 푸드에 관한 재발견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월주리듬에 관한 연구 소개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게들의 산란 시기를 보면 몸 속에 달력이 있는건지 희한하게도 월주리듬을 타면서 그 기간에 맞춰 바닷가로 가 산란을 하는데 사람에게도 월주리듬이 있는지 상관관계를 연구한 자료를 소개해뒀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흔하게 갖고 있는 알레르기에 관해서는 독소 배출의 관점으로 바라 본 연구결과나,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가 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해결과정 속에 숨어있던 비화, 백해무익한 헬리코박터균의 뜻밖의 연구결과 등 언론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놀라운 실체들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 과학과 관련이 있을까하는 주제인 순수 문학 이야기도 나오네요. 왜 같은 소설인데 문학성이 높은 작품은 공감의 능력을 높여주고 대중소설은 그렇지 못한 것일까라는 연구 주제로 비소설이나 대중소설보다 재미는 덜하지만 작품성이 높은 마음을 움직이는 순수 문학의 힘을 과학적으로 알려줍니다. 영국 과학 저널 <네이처>에서도 이례적으로 사설이 올라 온 <그래피티> 영화를 통해 뉴턴의 법칙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이렇듯 딱딱한 과학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를 과학적 시선으로 다룬 것들이 많아 지루하지 않았어요. 생물학의 계통분류학 방법론이 인문,사회학적 방법으로 분류되던 언어학이나 인류학에도 도입되는 사례, 민담의 조상찾기 버전같은 주제도 신선하네요.

과학은 넓고 읽을건 많은데... 과학 이슈를 인터넷상에서 검색하거나 일부러 기사 찾아보기가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무분별한 기사속에서 제대로 된 과학 이슈를 찾아내는 것 자체도 손이 많이 가고 꾸준히 찾아보게 되지도 않고요. 그래서 이렇게 책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가 반갑네요. 무엇보다 청소년도 읽기좋게 어렵다 싶은 주제도 제법 알아듣기 편하게 풀어내는 글맛이 좋은 작가님이어서 더욱 마음에 드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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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에는 즐깨감 수학 기본편 - 창의영재수학 + 교과사고력 즐깨감 수학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지음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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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수학 문제집도 종류가 참 많은 것 같아요. 기본 교과서 진도에 맞춰 따라가는 문제집부터 스토리텔링 전용 수학 문제집이나 각 주제별 또는 난이도별로 구분된 문제집... 아이고~ 구색맞추기도 힘들어요 ^^;

우리 아이 3학년 되니깐 교과목 자체가 늘어나서 기본으로 매일 보는 문제집 따라가는것도 벅찬데 아이가 그 와중에 퀴즈처럼 풀 수 있다고 좋~~아라하는 문제집은 즐깨감 시리즈더라고요. 즐깨감 수학은 교과사고력과 창의영재수학이 적절히 버무려져서, 아이의 입장에선 맛있는 특별간식 같은 느낌으로 대한다고나 할까요? 

 

 

해당 학년 교과서에서 요구하는 기본 개념을 생활 속 주제에 담아 추론, 문제 해결을 하게끔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학의 개념과 원리, 법칙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쉬운 수준에서 조금씩 난이도가 올라가는데

게임, 퍼즐, 수학 마술 같은 다양한 소재가 등장해서인지 아이의 눈에는 '공부'책이다고 생각하는게 덜하더라고요.

2학년때도 퀴즈풀듯 풀었었는데 이번 3학년 과정도 요걸로 기본개념을 툭툭 건드리고 있습니다.

 

 

 

 

각 문제 제목만 봐도 일반 기본문제집이랑 다른 느낌이죠~ 하지만 교과서 속 기본 개념은 쏙쏙 다 들어있습니다.

파트마다 첫번째 문제는 이전 학년에서 배웠던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쉽게 접근하는지라 아이가 자신감있게 하더라고요.

 

 

 

기본적인 개념 이해 수준의 문제는 물론 스토리텔링 기법까지, 다양한 <즐깨감 수학> 시리즈중에서 기본편에 해당하는 이 책은 재미와 공부를 동시에 충족시킬만한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교과서 구성의 기본문제집은 사실 한 권쯤 다들 갖고 공부할테고요, 이 책은 우리 아이 수준에 비춰 말하자면 단원 도입 전 또는 후에 퀴즈풀듯 풀기 좋은 구성을 가진 책이예요.

 

 

 

 

별도로 분권 가능한 해설집은 버벅대는 엄마에게 단비같은 존재죠.

답이 여러 개이거나 다양한 답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시 답도 다양하게 소개하고요. "생각 열기" 부분은 아이가 문제를 풀 때 슬쩍슬쩍 힌트를 줄 수도 있고, 더 추가적으로 생각해낼 수 있는 내용을 질문하기에 딱 좋더군요. 저는 특히 "틀리기 쉬워요" 부분 역시 혼동하기 쉬운 부분을 잘 짚어 주고 있습니다.

 

 

 

 

 

한 페이지 한 문제 정도의 수준이라 부담없어하는게 이 엄마눈에도 보이고요.

이런 주제의 문제집이 결국 스토리텔링 수학으로 가는 자연스런 과정이 되더라고요.

연산만 좋아하고 자신있어하는 아이중에 조금만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아예 접근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우리 아이가 그랬거든요) 작년 한해 동안 즐깨감 시리즈로 문제 해결 과정이라는 프로세스를 자꾸 접하다보니 요즘은 나름 스토리텔링 수학이라 불리는 문제에 거부감이 사라진 상태랍니다. 물론 정답 맞추는건 별개의 문제지만요 ㅎㅎ 그래도 거부하지 않는다는데 보람을 안겨 준 게 바로 즐깨감 시리즈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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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롯 - “예수는 정치적 혁명가였다” 20년간의 연구로 복원한 인간 예수를 만나다
레자 아슬란 지음, 민경식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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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연구하는 방법 중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신앙의 대상으로서 '그리스도 예수'와 역사적 인물로서 '나사렛 예수'로 나뉜다고 한다. 《젤롯 ZEALOT의 예수는 역사적 인물로서 보는 '나사렛 예수'이며 거기에서도 하느님의 나라를 회복하기 위해 민중운동을 일으키다 로마 당국에 의해 처형된 열성파 인물로서 '정치적 의식이 투철한 유대 혁명가' 관점에서 다룬다.


 

《젤롯 ZEALOT 기독교의 기원을 연구하다가 신앙의 대상인 예수 그리스도와 역사적 인물인 나사렛 예수의 모습 사이에 괴리감을 느낀 저자가 역사 속에서 살아 숨 쉰 예수 이야기를 전하고자 실존 인물로서의 예수 즉, 기독교가 생기기 '이전'의 예수의 모습을 되도록 많이 찾아내기 위해 기획되었다. 바로 정치의식이 투철한 유대 혁명가로서의 예수다.

 

복음서에 전해진 예수의 초상보다 역사적으로 훨씬 더 정확한 나사렛 예수의 초상을 그리기 위해 예루살렘의 역사적 배경은 물론 유대 전통에 뿌리박은 예수의 정치적이고 현실적인 가르침이 어떻게 오늘날 우리가 바라보는 예수상으로 변했는가를 보여준다. 이 땅 위에 하느님의 통치를 이루려는 예수의 메시아 운동이 실패한 뒤에, 그의 추종자들이 예수와 활동과 정체, 유대교 메시아의 본성과 정의를 어떻게 재해석했는지에 대해 다룬다. 덧씌운 신학적인 요소를 찬찬히 벗겨내 복음서에서 캐낼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이야기에서 다시 출발한다. 신앙의 대상이 된 예수 '그리스도'에서 벗어나 역사 속 '진짜' 예수를 찾는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은 성서의 문학적, 신학적 관점을 배제하고 1세기 팔레스타인 역사 속에서 살아 숨 쉬던 예수의 모습을 재구성하고 있다.

 

기원전 63년에 로마의 지배가 시작된 예루살렘. 로마의 과시적인 관행 정책상 초기에는 유대인들의 유대신인 하느님에 대한 그들의 신앙에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특별한 민족이라는 자의식이 강한 유대인들은 폭동을 일으키며 로마와 대치상태를 이룬다. 외세의 압제에서 이스라엘을 해방시키겠다는 흔들리지 않는 헌신과 뜨거운 신념이 그들사이에 쌓여만 갔다.

 

『 경건한 유대인이라면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인정하고 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인데, 바로 '열심 Zeal'이라는 것이다. 』 - p84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살았던 인물인 '나사렛 예수' 출현의 의미를 역사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당시 자신들의 '열심'이라는 이상을 수호하기 위해 극단적인 폭력의 힘을 빌리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들을 '젤롯 Zealots'이라고 불렀다.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예수가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열심'이었다. 예수의 활동 자체가 현재 질서의 붕괴를 전제하며, 그를 재판하는 모든 사람에게서 그 권력을 빼앗는 데서 시작한다. 함께 고난을 당하던 그 지역 전체에 두루 퍼져 있는 반 유대적 정서와 반 성전적 정서를 공유한, 진짜 갈릴리 사람인 예수가 선교하니 그를 따라다니며 섬기는 이들이 늘어난 반면 로마는 예수가 자신을 유대인의 왕이라고 주장하는 거짓말쟁이라고 여겼다. 로마 제국은 예수를 선동죄로 처형했다. 나사렛 예수의 마지막 며칠에 관련된 모든 것은 이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을 토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데 어쩌다가 불과 수년 만에 하늘과 땅의 창조자가 되어버렸는가? 입맛에 잘 맞도록 예수의 메시지를 재해석하자 예수의 모습은 혁명적인 젤롯에서 로마의 전통적인, 신격화된 인물로 변화했다. 이로써 유대교와의 관계도 끊기고 예루살렘 파괴 이후 기독교는 전적으로 이방인의 종교가 되었다. 바울이 만든 그리스도가 역사적 예수를 집어삼켜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만으로 구원받을 수 있는 종교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기독교안에 두 개의 진영이 경쟁하는 구도로 정착되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세계적인 종교의 기틀을 갖추게 된다. 

 

논쟁적인 부분, 학술적인 논의를 더 원하는 이라면 저자와 반대의견 학자들의 문헌도 언급하고 있는 방대한 주석부분을 참고하면 좋겠다. 기독교에 관해, 예수에 관해 잘 모르고 있는 상태인 나로서는 성서의 내용이 나올때나 예수와 관련한 각종 논쟁적인 부분을 언급할 때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젤롯 ZEALOT》의 전체적인 관점이 신앙의 문제를 벗어나 역사 비평적 방식으로 다루고 있어 예수가 활동하던 1세기 팔레스타인 시대 사회, 종교, 문화, 정치적 맥락을 이해하며 그 시대 생활상을 느껴보기에는 입맛을 잘 맞춰 준 책이 아니었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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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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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북도 출생인 백석 시인은 재북시인이라 우리 문학사에 반세기 동안 금지되었다가 늦게나마 재조명 된 작가입니다.

우리 아이가 어렸을때 좋아했던 동화 <개구리네 한솥밥> 덕분에 백석 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분의 시는 이번에야 제대로 접하게 되었네요. 다산책방의 백석 시집은 95년에 출간되었다가 예쁜 표지의 새 옷을 입고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시집에는 93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백석 시인의 시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시가 바로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제목의 시예요. 역시나... 단 한번만 읊고나서도 푹 빠져버리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는 시였습니다. 계속 "눈은 푹푹 나리고"라는 말이 맴돌더라고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나타샤가 누구인가에 관해서는 법정 스님에게 길상사를 시주했던 자야 라는 여인과의 인연설이나 그 외 백석을 가슴에 담은 여인들의 이야기가 있긴하지만 솔직히 나타샤가 누구를 의미하는지는 백석이 살아돌아와서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진실이겠지요.

 

 

 

백석의 시는 삶의 소중함, 그리움, 자연의 풍광, 민족의 기상 등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내보이고 있습니다. 단어 자체는 분명 소박하고 수수한 향토적인 모습인데 시를 접하면서 드는 느낌은 참 멋스럽고 예쁘다라는 느낌이었어요. 아주 짧은 시부터 장편시까지... 어떤 시는 동양화 느낌이, 어떤 시는 서양화 느낌이 나면서 시를 읽으며 그 스토리를 상상하게 하는... 이야기와 사연이 담긴, 그의 삶이 담긴 시가 마음을 사로잡네요.

 

 

 

 

백석은 어린 시절 여우가 많이 살았다고 해서 여우난골 이라 불리는 산골 마을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집안 족보까지도 고스란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년시절을 회상한 <여우난골족> 시는 참 독특한 맛이 있었습니다.

 

 

열 아홉살에 쓴 단편 『그 모母와 아들』이 조선일보 신년현상문예에 당선된 것을 계기로 일본 유학길에 올라 영어를 전공한 백석은 귀국 후 신문사에서도 일하다가 영어교사로도 일하는 등 당시 엘리트스런 면모를 보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특유의 그의 스타일은 모던보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만큼 멋쟁이였고요. 하지만 그의 시는 젠체하지 않고 고향인 평안도 방언을 보편적인 시어로 해서 백석만의 방언주의를 만들어냈습니다. 구수한 방언을 어쩜 그리도 세련되게 사용했는지, 낭만적인 시어가 아닌데도 낭만적인 감성이 느껴지니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1936년 33편의 시를 담은 첫 시집 『사슴』은 모더니즘시의 진수라고 평가받습니다.

 

 

 

▲ 길이가 긴 장편시는 방언 해석도 상당한 양을 차지합니다

 

 

 

 

윤동주, 김기림, 노천명, 신경림, 이중섭, 박수근 등 여러 문인과 화가들이 백석의 시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백석을 사슴이라 불렀던 노천명의 시에도 나타나는데 우리가 멋모르고 그냥 알고 있었던 바로 그 <사슴> 이란 시처럼 한국 정체성의 상징으로서의 백석 시인의 재조명은 그가 끼친 영향이 어디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이후 작가들의 작품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겠더라고요. 

 

 

 

 

시는 소리내어 읊으면 그 맛이 제대로인데 백석의 시는 특히나 낭송의 맛을 느껴보세요. 평북 방언이 많아 무슨 뜻인지 아리송한 단어가 많긴 하지만 읊조리다보면 희한하게도 대충 그 의미가 짐작되더라고요. 시를 통해 감동을 받고 영감을 얻는다는 것의 의미를 솔직히 저는 제대로 느낀적이 없습니다. 문학소녀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시집을 읽으며 이게 시맛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으니 느즈막히 만난 백석 시와의 인연이 참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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