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책

 

공저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하게 된 두번째 단행본이 곧 나온다. 첫번째 단행본은 (알라딘에서는 여러 이웃분들이 아시겠지만) <100인의 책마을>이었다. 솔직히 이 첫 책에 필자로 참여했던 것을 무척 영광스럽게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무척 부끄럽기도 하다. 책이 나오고 나서, 다른 분들의 원고를 읽으면서 나는 아직 한참 모자라다고 느꼈다. 다른 분들의 글은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뭔가 의미를 전하고 있는데, 내 글은 그닥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별로 의미도 없는 듯 했다. 그동안 글 공부 좀 했다고 생각해왔던 자신이 부끄러웠고, 아직 한참 내공이 부족하구나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겁도 없이 또 두번째로 단행본에 짧은 원고 하나를 보탰다. 이번에는 단순히 공저자 중 한명으로만 참여한 게 아니라, 기획단계에서부터 필자들 연락하고 책 진행 전반적인 부분을 챙기는 준비팀에 참여했다. 작년 10월 말에 기획을 시작해서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했고, 12월에 필자들에게 원고 청탁하고, 취합하고, 독촉하고, 수정요청하고, 직접 수정하기도 하는 등 한창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후에도 여러가지 진행을 해오다가 2월 초부터는 또 책의 서문을 쓰느라고 꽤 오랜 시간 고생을 했다. 처음에 글의 컨셉을 잘못 잡았다가 두 차례나 수정을 해야했고, 결국에는 첫 원고를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글을 다시 써야했다. 이 과정에서도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배웠다. 역시 나 자신의 부족함과 모자람을 많이 느꼈다.

 

 

어제 최종적으로 전체 필자들에게 수정사항을 받아서 취합하고, 표지에 들어갈 필자 소개를 확인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오늘 원고가 우리 손을 떠났다. 인쇄 작업으로 들어갔고 다음주 금요일쯤에 출간된다. 그러면 서점에서 볼 수 있는 건 그 다음주가 될 듯하다.

 

이번 책의 제목은 <녹색당 선언>이다. 작년 10월 말에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해서 이번 3월 4일에 '창당대회'를 여는 '녹색당' 당원들의 글을 모았다. 참여 필자가 무려 29명이나 되고 인터뷰를 한 <일다>의 조이여울 기자까지 포함하면 글쓴이는 30명이다. 책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나중에 책이 나오면 다시 해야겠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우선 그동안 원고 취합하고 검토하거나, 여러가지 챙길 것들을 살펴보거나, 서문을 쓰기 위해 괴로워하면서 하얗게 지새웠던 밤들에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해두고 싶다.

 

 

인연

 

흔히 "세상 참 좁다!"는 말들을 한다. 나 역시 "한 두 사람만 건너면 다 만난다"는 말을 가끔 한다. 그건 내가 일반적인 사회생활의 범위보다 좀 더 폭이 좁은 곳에 속해 있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소위 말해 운동판이라고 불리는 이 바닥에서는 정말 한 두 사람 건너면 죄다 아는 사람들이다.

 

일주일 전인 토요일 정동에서 연달아 두 가지 행사에 참여했다. <조영관 시인 문학창작기금 수상식>과 예전에 함께 일했던 활동가의 결혼식이었다. 두 곳에서 아주 오랫만에 여러 선배들과 동료들, 후배들을 만났다. 반가운 얼굴들이 정말 한 둘이 아니었다. 문동만 선배와 임성용 선배 그리고 박일환 선생님과 이시백 선생님 모두 무척 오랫만에 뵈었다. 게다가 그 날은 '희망버스' 때문에 갇혀있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송경동 선배와 정진우 실장도 볼 수 있어서 더욱 반가웠다. 최근에는 아내와 더 가까워진 박수정 선배와 그날 '조영관 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희정 씨 역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터라 반가웠다.

 

결혼식에서 만난 사람들은 훨씬 더 오랫만에 얼굴을 보게 된 이들이다. 예전에 일했던 단체의 운영위원 선생님들을 거의 대부분 뵐 수 있었고, 함께 고생했던 선배, 후배 활동가들과도 오랫만에 힘찬 악수를 나누었다. 다만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서 처음의 반가움 외에는 이 사람들과 함께 나눌 공동의 관심사가 그닥 없었고, 오랫만에 친한 척 하려니 무척 어색한 듯한 태도가 스스로도 확실히 느껴졌다. 마음으로는 반가웠지만 그에 비해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는 다소 무뚝뚝했으리라.

 

이날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반가운 이는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민중 가수 이수진씨였다. 처음 만난 건 바로 앞서 언급한 그 단체에서 활동할 때였다. 그는 자원활동가였고, 나는 자원활동가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상근활동가였다. 당시에는 아쉽게도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몇 번 만나지 못한채 업무상의 관계가 끊겼다. 다시 만난 건 아마도 FTA반대 집회에서였다. 수진씨의 풍부한 성량과 매력적인 음색 덕분에 대번에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반가운 마음에 공연을 마치고 내려온 그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 반가워하고 그새 바뀐 서로의 상황들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고 헤어졌다. 그 후로도 아주 가끔 거리에서(즉 집회에서) 그와 마주치곤 했다가 최근 몇 해동안 한번도 보질 못했고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런데 <조영관 시인 문학창작기금 수상삭>의 식순을 살펴보다가 그 이름을 발견했다. 작은 무대였지만,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혼자 흐뭇했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 스피커와 앰프 등의 장비 옮기는 일에 조금 손을 보태면서 넌지시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다가 조금 생각한 후에 내 이름을 기억해 냈다. 우리는 또 한번 어색하게 서로의 변한 상황을 조금 이야기했다. 알고보니 그는 얼마전 아내가 참석했던 지인의 결혼식에서도 노래를 불렀었다고 한다. 아내와 친하게 지내는 언니(그날의 신부) 동생의 절친이라고 했다. 우린 서로 신기하다고 맞장구를 치면서 정말 한 두 사람 건너면 다 만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정말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예전에 자신에게 너무 친절하게 잘 대해주셨던게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그때 내가 그랬었나? 싶었지만 그냥 웃었다. 또 언제 그와 마주치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 좁은 바닥에서 움직이다보면 또 언젠가는 마주칠 것이다. 그럼 또 반갑게 웃으며 안부를 물어야겠다. 반가운 마음이 어색한 태도에 묻혀버리지 않도록.

 

 

※ 아래는 위에 언급한 작가들의 책들

 

 

 

 

 제 2회 조영관 시인 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희정씨의 책.

 삼성이라는 절대 권력에 맞선 사람들

 책의 주제도 의미있지만,

 희정씨 특유의 섬세하고 탁월한 문장의 힘이 느껴진다.

 

 

 

 

 

 

 

 평택 대추리 농민들, 기륭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

 콜트 콜텍 해고 노동자들, 용산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지낸 거리의 시인.

  

 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죄로

 구속되었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다.

 기륭 집회현장에서 추락사고로 다친 발목에는

 아직 철심이 박혀있다.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차디찬 감옥에서 보낸

 추운 겨울을 생각해본다.

 

 

 

 

 문동만 선배의 매력포인트는 웃음이다.

 따뜻하고 배려심 있는 사람.

 

 앞에 나서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 뒤에는 반드시 묵묵히 그를 받쳐주는 사람이 있다.

 문동만 선배는 그런 사람이다.

 작가회의에서나, 리얼리스트 100에서나

 늘 자기 자리에서 충실히 역할을 해주는 사람.

 

 

 

 

 

 

 

 임성용 선배는 정말 재밌다.

 그의 걸쭉한 사투리와 입심은 웃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든다.

 하지만 그의 시를 읽으면 도저히 웃을 수가 없다.

 그의 해학 코드를 이해하려고 애쓰다보면

 절로 눈물이 흐른다.

 

 

 

 

 

 

 

 

 

 

 가끔 시인들이 산문을 더 잘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송경동 선배도, 임성용 선배도.

 박일환 선생님 역시 시도 좋지만, 산문도 참 좋다.

 

 물론 이 책은 글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저 위의 희정씨의 책과 함께 소개하기 위해 올려놓는다.

 

 

 

 

 

 

 

 

 

 언젠가 꼭 권하고 싶은 책으로 소개 한 적이 있다.

 이시백 선생님의 글은 설명이 불필요하다.

 그냥 한번 읽어보면 이해할 것이다.

 

 흔히 성석제에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한 수 위다.

 

 

 

 

 

 

 

 

 

 박수정 선배의 남미 여행 이야기

 출판 기념회 때 구입해서 싸인을 받아왔지만,

 정작 나는 읽지 못했다.

 대신 아내가 열심히 읽었다.

 

 가끔 아내를 통해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주는

 선배의 마음이 참 따뜻하다.

 그 따뜻하고 넓은 마음으로 더 많은 이들을 품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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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2-2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인의 책마을> 님의 글에 동그라미도 치고 밑줄 그어가며 읽었고, 며칠 전에도 환경도서 확인하느라 다시 펴 보았는걸요.^^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저도 읽어보려고 TTB광고에도 올려두었어요.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두번째 나오는 책도 기대하고요~ ^^

감은빛 2012-03-09 15:10   좋아요 0 | URL
답이 엄청 늦었습니다! 죄송!
제 글을 열심히 봐주셨다니 고맙습니다!
네, 삼성을 다룬 책들은 죄다 사다놓긴 했는데, 저도 꼼꼼히 읽지는 못했어요.
소개를 했으니, 빨리 읽어봐야겠어요.

마녀고양이 2012-02-2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또 나오는군요, 멋지네요.
감은빛님, 이거 축하드려야 하는거 맞요? ^^

감은빛 2012-03-09 15:10   좋아요 0 | URL
답이 엄청 늦었습니다! 죄송!
그리고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stella.K 2012-02-25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감은빛 2012-03-09 15:11   좋아요 0 | URL
답이 엄청 늦었습니다! 죄송!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스텔라님의 축하는 특히 더 반갑네요! ^^

숲노래 2012-02-25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색당선언 미리 축하해요~

감은빛 2012-03-09 15:11   좋아요 0 | URL
답이 엄청 늦었습니다! 죄송!
그리고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cyrus 2012-02-2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책 내시는거 축하합니다. 그동안의 노고가 책이라는 결실이 맺게 되었군요.
책이 출간하시는대로 서재에 바로 알려주는 것, 잊어버리시면 안됩니다 ^^

감은빛 2012-03-09 15:12   좋아요 0 | URL
답이 엄청 늦었습니다! 죄송!
그리고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이 출간되었는데, 바쁜 일정때문에 알리지 못하고 있네요.
곧 글하나 올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