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 어떻게 한 명의 저널리스트가 독점재벌 스탠더드 오일을 무너뜨렸나
스티브 와인버그 지음, 신윤주.이호은 옮김 / 생각비행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통섭’이란 말에 관심이 많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만 관심을 가져왔는데, 최근에는 생물학 등의 자연과학에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관련된 소식이나 단어를 보거나 들으면, 메모해두었다가 찾아보게 된다. 예전에는 그냥 흘려 넘겼을 주제에도 새삼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학창시절에도 ‘지구과학’이나 ‘생물’, ‘물리’ 등의 과목은 소홀히 해왔기 때문에, 기초지식이 턱없이 부족하기만 한데, 가끔 새로운 사실들을 접할 때마다 기존에 내가 갖고 있는 인문학적 지식들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군집생활을 하는 생물들의 생태에 대해 이해하려고 할 때, 레비 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이론이 도움이 된 적이 있다. 이런 경우가 ‘통섭’의 일례에 속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본다.

여기 생물학자를 꿈꾸었던 한 사람이 거대 독점기업을 무너뜨린 사례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통섭’의 힘에 대해 깨달았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은 록펠러를 무너뜨린 여성이라고 소개받았다. 단 한 사람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 놀라웠고,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어떤 사람인지 그 출생에서부터 차근차근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작가는 록펠러와 타벨의 관계를 좀 더 극적으로 부각시키고 싶었던 것인지, 두 사람의 삶을 번갈아가며 소개하고 있다. 시간 순서대로 번갈아가며 소개하는 글의 전개는 어떻게 보면 흥미진진할 수도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한 사람에게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한창 타벨에게 집중하고 있는데, 록펠러 얘기를 다시 시작하니 흐름이 끊겨 버리기도 한다.

이 책은 타벨과 록펠러의 삶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잘 몰랐던 1800년대 후반 미국의 역사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게 된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재미있는 요소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자꾸만 주변 인물들로 주의가 분산되어서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방대한 자료를 놓고, 하나도 빼지 않고 다 소개하고 싶었던 작가의 욕심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타벨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생물학자가 되고 싶어 했다. 호기심이 많았고, 틈만 나면 현미경을 들여다보았고, 진화론과 신학 그리고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특히 진화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종교관을 수정해나가며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타벨은 대학 졸업 이후 잠깐 사립학교 주임교사를 맡았다가, 다시 <셔토퀀>이란 잡지에 편집기자로 일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언론인이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늘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연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고, 적저한 일을 찾게 되면 언제든 그만두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는 생물학자가 되지 못하고, 결국 언론인으로 살아간다. 우여곡절을 겪다가 <매클루어 매거진>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나폴레옹’이나 ‘링컨’에 대한 기획기사를 통해 큰 인기를 누렸다. 나중에 타벨이 록펠러의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을 살펴보면 다양한 학문에 걸친 관심과 연구가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통섭’의 힘이 아닌가 싶다. 그는 ‘탐사보도’의 선구자였고, 록펠러를 쓰러뜨린 장본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통섭’의 힘을 실제로 보여준 지식인이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여러 사람들이 ‘삼성’에 대해 언급 한 것을 보았다. 책 뒷부분의 ‘옮긴이 후기’에서도 ‘삼성’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삼성’이란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는 뜻이라고 생각된다. 타벨의 폭로가 없었다면, 록펠러와 스탠더드 오일의 추악한 진실은 영영 드러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진실을 파헤쳐서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끊임없이 이어져서, 마침내 그들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때가 곧 올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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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3-01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메리포핀스님 서재를 통해서 알게 됐어요.
그때도 기억에 남았는데,
님의 이런 조곤조곤한 글쓰기를 통해서는 그녀의 삶을 엿보게 되는걸요.
'통섭'이라는 단어를 잘 기억해 두려구요~^^

감은빛 2011-03-02 13:26   좋아요 0 | URL
두꺼운 분량만큼 여러모로 남는게 많은 책입니다.
그리고 꽤나 재미있었습니다.
나무꾼님 책 읽는 스타일을 보면 이미 '통섭'을 실천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마녀고양이 2011-03-0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섭이라는 책을 사놓고도 처음 읽다가 내팽겨쳐 둔... 어렵더라구요, 개념이. ㅠㅠ

그래두, 제가 상담 방면으로 혹시 일을 하게 된다면
예전에 했던 IT일이나 대기업 근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적성에 맞진 않지만 억지로 사고 방식 체계를 바꾸어 놓은
전산 분야에서 일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두번 다시 하고 싶진 않지만요. ^^

감은빛 2011-03-10 13:56   좋아요 0 | URL
그럼요. 무슨 일을 새로 시작하던, 그 전에 했던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되죠.
지금 공부하고 계신 분야가 상담쪽인가봐요.
왠지 잘 하실 것 같아요!

답이 많이 늦어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