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책으로 인해 생활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문학, 인문학, 사회과학 책을 주로 읽는 나는 하나의 책을 읽을 때마다 조금씩 생각이 변하고 그로 인해 삶의 방식을 바꿔가고 있다. 이런 일이야 말로 책을 읽는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을 읽다가 우연히 '우리텃밭 제철 꾸러미'(지금은 '언니네텃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 직접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로컬푸드에 대한 부분을 읽다가 허남혁 선생이 추천한 방송프로그램을 찾아보게 되었고,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내용을 보고 알게 되었다.
매주 한차례 텃밭에서 나온 것들을 모아서 보내준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어떻게 요리해서 먹으면 좋다라는 것까지 알려준다. 방송에서 '고향에 계신 엄마가 보내주는 것 같다!'라는 평을 했는데, 진짜 그런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곧바로 검색해서 우리텃밭의 카페와 홈페이지를 찾았다. 여기에서는 또다른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 '제철 꾸러미'를 신청하기 전에 반드시 보라고 되어있었다. 방송에 나온 것 보다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해주고 있었다. 할머니들이 각자 텃밭에서 기른 다양한 채소와 각종 나물들을 갖고 와서 함께 수다를 떨면서 신문지로 싸고, 묶고, 포장하는 장면이 재밌었다. 특히 우리나라 토종닭의 계란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뽀얀 색깔의 계란은 어린 시절 보았던(사먹는 계란 중에는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바로 그 계란이었다.
아내와 상의해서 곧바로 신청을 했다. 우리집에선 매주 생협에서 찬거리를 사먹기 때문에 일단 한 달에 두 번. 격주로 받는 꾸러미를 신청했다. 앞으로는 생협 주문을 줄이기로 하고, 어서 지역 배정이 되어서 꾸러미를 받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모든 지역에서 토종닭의 계란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동영상에 소개된 생산자 공동체는 순천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 우리텃밭 프로그램은 되도록 가까운 지역에서 보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 같았다. 서울은 거의 대부분 횡성공동체에서 받는 것 같았다. 아! 정말 저 뽀얀 토종 계란을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아내도 아이에게 꼭 먹여보고 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알고보니 한 친구가 '제철 꾸러미'를 한동안 받았다가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 친구는 거의 집에서 밥을 안 해먹는데, 처음에 지인의 권유로 가입했다가 자꾸만 남은 음식을 버리게 되어서 그만두었다고 했다. 친구도 횡성공동체에서 받았는데, 전라도 쪽에서 받는 사람들의 경우 좀 더 풍성하고 다양한 꾸러미를 받는다며 부러워했다.
알라딘에서도 고고씽휘모리님 이 '제철 꾸러미'를 받고 계시던데, 나주에서 받고 있다고 하셨다. 내심 횡성이 아닌 나주에서 꾸러미를 받기를 기대하며 어서 지역배정이 되기를 기다렸다. 며칠전 문자로 지역배정을 받았다. 역시 횡성이었다. 뭐 조금은 아쉽지만 횡성 공동체 만의 장점도 많을거라고 생각하고 어서 꾸러미를 받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그 꾸러미가 도착하기로 예고된 날이다. 과연 뭐가 들어있을까? 궁금하다. 어서 집에가서 꾸러미를 풀어보고 맛난 반찬을 해서 아이들에게 먹여주고 싶다. 며칠 전에 아내가 최근엔 왜 예전처럼 자주 맛난 음식을 해주지 않냐고 투덜대던데, 그런 아내의 불평도 쏙 들어가게 만들어줘야겠다!